테크놀로지 제 1200호 (2018년 11월 28일)

인터넷에서 ‘가치넷’으로…블록체인 타고 ‘가치’가 흐른다

-가상의 블록체인대륙 등장 예상, 스위스 주크 등 ‘블록시티’도 늘어날 것



[한경비즈니스=전하진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20여 년 전 우리 사회는 닷컴 열풍에 휩싸였다. 강남 테헤란로에는 우후죽순 닷컴 회사들이 생겨났고 코스닥의 대장주들은 수십 내지 수백 배 상승하며 롤러코스터 장을 이끌었다.

당시 한글과컴퓨터 대표였던 필자도 500원도 안 되던 한컴의 주가가 5만8000원까지 치솟는 경험을 했다. 물론 그 이후 광풍이 꺼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벤처기업인들이 사기꾼으로 몰리고 투자자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하지만 그런 버블 논란에도 불구하고 2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부나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들도 인터넷은 몸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이제 또다시 블록체인 기술이 또 다른 광풍을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인터넷보다 그 충격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다른 기술과 시너지를 만들며 우리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할 것이다.

◆‘제2 인터넷’ 파급력 가져올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우리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자리·교육·국가에 관한 기존 통념도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기술이 창조돼 왔지만 거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술을 꼽으라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몇 개 되지 않는다.

인터넷과 블록체인 기술이 그중 하나인데 그만큼 세상에 주는 충격이 큰 기술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를 광속으로 유통시키며 인류 문명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했고 블록체인 기술은 가치를 광속으로 유통시키며 차원이 다른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전에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면 이제 ‘가치넷(value net)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인류 문명이 시작될 즈음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인간이었다. 수많은 노예들의 에너지가 없었다면 초기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인류 문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 노예의 창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아실현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증기기관이나 내연기관은 인간보다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기계 노예들이었다. 정보화 덕분에 감각을 대신하는 각종 노예들이 탄생했고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신하는 기계 노예들이 인간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인류의 역사는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주장한 것처럼 생존의 욕구 그리고 안전과 사회적 욕구, 존중의 욕구, 더 나아가 자아실현 욕구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극소수에게만 가능했던 일들이 이제는 보다 많은 인간이 누릴 수 있게 됐다.


기계 노예에 대항할 블록체인 기술

인류 문명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그러면 지금 하던 일 대부분을 기계 노예가 대신하면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하게 될까. 사실 이 질문에 지혜로운 해답을 찾아야 한다. 돈을 벌어 자아실현을 하겠다는 꿈을 가졌던 현대인들이 결국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은 소수만의 특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 그 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자아실현은 자발적 동기를 가지고 스스로 행하는 가운데 이뤄지며 그 방법은 개별적이고 그 목적은 내재화돼야 한다. 목적을 내재화한다는 것은 스스로 창조한 무언가를 개념화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자아실현인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리·농사·공작(工作)·고행 등 단순하고 평범한 일들도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훌륭한 자아실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어떤 일이라도 스스로 하는 일을 개념화하고 목적을 내재화하면 기계 노예와는 차별화된다. 따라서 ‘자아실현을 위한 일자리’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이며 주관적 가치가 우선시되는 일이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삶은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발휘하는 가운데 수입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윤택한 삶이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삶이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초생활이 안정돼야 한다.
그런데 돈을 벌어야 하는 일자리마저 사라지고 있으니 각국 정부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궁여지책으로 유럽 몇 개 국가는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로 기초소득보장(Basic Income Guarantee) 제도를 도입하려고 추진 중이지만 성공적일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새로운 주거환경을 통해 이러한 기초생활이 안정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 인프라가 기초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아실현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고 이제 그런 사회적 환경을 갖추지 않으면 기계 노예들과 혹독한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자아실현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기초생활이 안정돼야 한다. 둘째, 자아실현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버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기술혁명은 기초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가고 있다.

또한 자아실현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가치가 잘 나타나도록 해야 하며 그 가치가 활발히 거래돼 윤택한 삶의 수단이 돼야 한다. 이런 것을 구현해 주는데 블록체인 기술이 매우 중요하게 적용될 수 있다. 가치를 증표화하면 국경을 뛰어넘어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가치 유통 체제가 창조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한다. 아마도 5년 내지 10년 이내에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가치가 시공을 초월해 광속으로 유통되는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이른바 가치넷 세상이 되는 것이다.

IoT로 ‘블대륙’의 하늘 경제 건설

이미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에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갖춘 신대륙이 탄생돼 확대되고 있다. 필자는 이 대륙을 블록체인대륙이라는 의미로 ‘블대륙’이라고 부른다.

블대륙의 경제 시스템은 정교한 물물교환 시스템이 될 것으로 보이고 지상의 다양한 자산을 암호화폐 공개(ICO)라는 방식을 통해 토큰화(Tokenization)하면서 블대륙 자산으로 편입되는 작업이 전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은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 가치, 심지어 지상 경제에서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소외됐던 가사노동·봉사 등과 같은 가치들도 코인이나 토큰으로 증표화돼 블대륙 내의 누구와도 광속으로 거래가 가능한 세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신들의 가치를 스스로 증표화하고 이를 교환하기 때문에 아주 정교한 물물교환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필요한 자산을 교환하기 위한 정교한 플랫폼은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이미 구축된 상태다. 이 인프라를 활용해 가치가 광속으로 교환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없고 지상의 국경을 손쉽게 넘나든다.

기존 국가들로서는 매우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류는 미래를 향한 이 같은 발걸음을 결코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자동차가 처음 이 세상에 나와 돌아다닐 때 우마차협회가 극렬하게 저항했던 것처럼 기존 기득권의 엄청난 방해와 압박이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의지에 따라 자신만의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블대륙의 하늘 경제는 기초생활이 안정될 수 있는 블록시티(Block Siti)라는 새로운 도시 형태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지상 경제는 블록시티와 기존 도시로 구분되며 한 국가 내에서도 블록시티와 기존 도시는 경제적 안정이라는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차별화될 확률이 높다. 미래의 새로운 주거환경인 블록시티는 블대륙과 연결된 첨단 자족 도시 시티(SITI : Sustainable Intelligent Technology Integrated)를 의미한다.

시티(SITI)는 자급자족 기반의 자아실현을 위한 비즈니스와 공동체가 있는 도시를 의미하는데, 이런 시티가 블대륙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구성하고 사는 도시를 말한다. 하늘 경제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수익을 얻게 된다면 블록시티의 입지는 지구촌 어디라도 상관없게 된다. 토지비용이 저렴한 곳, 경치가 좋은 곳 등 하늘 경제와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는 통신망만 잘 갖춰진 도시라면 지구촌 어디라도 건설이 가능해진다.

기존의 대규모 도시가 모든 인류를 수용하기에는 그 효율성이나 지속 가능성 문제 등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속 가능하고 자급자족 기반을 갖추고 블대륙과 연결된 블록시티라면 지구촌 70억 인류를 문명 사회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개인들 간의 가치 거래는 블대륙에서 광속으로 기초생활과 공동체 등의 삶의 안정은 블록시티에서 이뤄지는 삶이 미래의 새로운 주거환경이 아닐까.

블대륙이 광속으로 커지는 만큼 세계 곳곳에 블록시티는 우후죽순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스위스의 주크시를 비롯해 지브롤터·몰타·에스토니아·달랏·푸에토리코·발리 등 현 문명에서 비켜 서있던 곳이 새로운 문명의 중심지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아프리카나 남미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곳이 블록시티로 변화될 것이다. 국경을 뛰어넘어 블대륙과의 연결된 블록시티는 기존 도시와 구별되며 미래 도시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 새롭게 탄생한 블록시티에서 사는 행복한 자아실현인을 만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0호(2018.11.26 ~ 2018.12.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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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11-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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