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당장의 이익보다 투자를 늘림으로써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간편결제 ‘네이버페이’는 다양한 산업군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높은 기대를 얻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연동으로 사용자 편익 추구
네이버페이가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점은 ‘온라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에서 상품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검색부터 결제까지 끊김 없는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태생 자체가 온라인에 특화돼 있다.
네이버페이는 2018년 4분기 기준으로 온라인 가맹점만 약 26만 개를 확보하며 온라인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5월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 처음 진출한 카카오페이가 7개월 만에 19만 개의 오프라인 가맹점(2018년 연말 기준)을 확보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러한 전략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네이버페이의 가입자 수는 약 2400만 명으로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중 가장 많다. 특히 카드 결제와 별도로 쌓이는 포인트가 이용자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다양한 사용처에서 네이버페이를 결제할 때마다 카드 혜택과 별개로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추가 적립되는데 이 포인트는 다양한 사용처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을 즐겨 사용하는 2030 세대들에겐 네이버페이를 꾸준히 활용하는 것이 재테크 ‘꿀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페이의 가장 큰 장점은 대형 포털 네이버의 ID로 연동할 수 있어 접근성을 낮췄다는 것이다. 네이버페이는 타사 페이 서비스와 달리 수많은 가맹점에서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네이버 ID로 로그인해 결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하나의 ID로 한눈에 배송 현황, 반품, 교환 진행을 관리할 수 있다. 네이버 영화, 웹툰, 도서 등 디지털 콘텐츠 결제로도 보폭을 넓혔다.
다소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오프라인으로도 행보를 넓히는 추세다. 최근 네이버페이는 서울시가 주도하는 제로페이에 참여해 오프라인 가맹점도 간접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지 않아도 네이버페이를 통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의 ‘회사 속 회사(CIC)’ 형태로 운영된다. CIC는 조직의 규모를 슬림하게 만들고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며 목표를 향해 빨리 움직인다는 목적을 가진 네이버만의 조직이다. CIC는 내부에서 결정하는 사항을 바로 추진할 수 있다.
현재 네이버는 CIC 형태로 V(동영상 서비스)·서치&클로바(검색)·아폴로(UGC)·그룹&C(밴드·카페)·포레스트(쇼핑)·글레이스(글로벌지역정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는 사람을 채용하고 직원의 보상을 결정하는 것부터 매출과 수익 증가 방안, 리스크 관리 대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네이버가 주목하는 캐시카우는 ‘커머스(쇼핑)’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영업이익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네이버의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10조8000억원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 갔다.
네이버가 성장 동력으로 쇼핑을 주목하는 것은 국내 최대 검색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쇼핑에 대한 정보를 얻는 플랫폼이 바로 네이버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에는 하루 3억 개 이상의 검색어가 입력되는데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쇼핑과 관련한 키워드다.
네이버페이의 경쟁력은 쇼핑 거래액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별도의 로그인이 필요 없는 네이버페이로 결제의 편리함을 더하면 이용자들을 네이버쇼핑에 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네이버는 올해부터 ‘네이버페이 포인트 플러스’를 시작해 쇼핑과 페이의 연결고리를 강화한다. 네이버페이 포인트 플러스는 네이버쇼핑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추가로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제도로, 사용자가 네이버쇼핑에서 네이버페이로 3개월간 30만원을 소비하고 7건 이상 구매를 확정하면 다음 3개월간 쇼핑 때마다 2%를 적립해 준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1월 31일 실적 콘퍼런스에서 “네이버페이 포인트 플러스 프로그램은 구매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 네이버가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이 네이버페이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은산분리 규제를 약화한 특례법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비율이 높은 기업이 은행 지분을 기존 10%에서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기준이 완화됐다.
여기에 네이버는 페이 등 결제 사업과 연계할 수 있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지만 결국 불참을 확정지었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의 유일한 성장 모멘텀인 네이버페이는 쇼핑 중소 사업자들을 위한 대출 상품 출시 등 수익화를 기대했지만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 포기로 사업 규모를 크게 확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카드 관련 프로세싱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조기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 위해 모바일 직불 결제를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네이버가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로 참여했다면 네이버페이의 거래 금액 증가에 큰 보탬이 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교육·여행 업종과 협업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면 올해는 공과금·교통비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제로페이 등 외부 파트너들과의 협업과 일본에서 출시한 라인페이와의 연동으로 해외 사업자 결제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3호(2019.02.25 ~ 2019.03.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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