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133호 (2017년 08월 16일)

늙은 캥거루족, 누가 부양해야 할까

[글로벌 현장]
日 중년 캥거루족 158만까지 늘어…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


(사진)일본의 현대인들은 빈곤한 미혼 형제를 돌봐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일본 거리의 현대인들.(/전영수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생애 미혼이란 말이 있다. 50세 시점에 결혼하지 않은 이들을 부르는 용어다. 늙어갈수록 독신 생활의 부작용이 뚜렷해진다. 우선적인 기초 안전망인 가족을 구성하지 못해서다. 질병·빈곤·고립 함정에 빠지면 구조 신호마저 내기 어렵다.

◆생애 미혼, 부모 사후가 ‘진짜 문제’ 

버팀목은 1차 가족뿐이다. 부모·형제다. 결혼·출산을 통한 2차 가족을 꾸리지 못했으니 피붙이라곤 이들밖에 없다. 생애 미혼자의 전형은 ‘부모+독신 자녀’로 구성된다. 독립 계기가 없어 부모와의 동거 패턴이 반복된다.

혹은 처음엔 독립 후 단독 가구를 꾸리지만 부모 신변과 본인 직업의 변화와 함께 합가하는 게 보통이다. 대개 부모 질병과 자녀 실직 등 경제적인 이유가 합가 원인으로 손꼽힌다.

2차 가족을 구성한 독립 자녀도 독신 형제의 부모 동거가 반갑다. 서로 챙겨주면 아무래도 부모와 미혼 형제의 독거 염려가 덜해져서다.

문제는 시간이 가면서 발생한다. 결혼 포기의 생애 미혼 형제가 중년에 접어들면 본격적인 골칫거리로 등장한다. 번듯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면 예외지만 십중팔구는 ‘무직→비혼→고령’의 경로를 밟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부모에게 얹혀살며 근근이 먹고살지만 부모 사후에 상황이 달라진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전이된다. 가뜩이나 경제활동이 열악한데 부모라는 안전장치마저 사라지면 사실상 사회적 부양 대상으로 남는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은둔적인 외톨이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

언론은 이들을 시한폭탄으로 명명한다. 부모 생존시 부모 연금의 선순환적인 당사자 사용 취지를 저해하고 부모 사망 이후엔 온전히 사회비용으로 연결되는 갈등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부모 사후, 이러한 형제는 두통거리다. 집마다 골치 아픈 형제 한둘 정도는 있기 마련인데, 이들의 고령화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2차 가족을 형성한 독립 분가의 피붙이 형제로선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일본에선 무능한 미혼 형제를 둘러싼 책임 여부와 책임 범위 등의 화두를 던진 책까지 나왔다. ‘나는 형제를 모른 척할 수 있을까’란 제목이다. 혼자 사는 가난한 형제의 부양 책임을 묻는 물음이다. 부모 봉양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법적(민법 제974조)으로 형제의 부양 의무는 없다.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하지 않는 한 도덕적인 비난은 몰라도 제도적 강제는 어렵다.

한국보다 인구 변화가 앞선 일본은 형제 부양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돈과 직업, 결혼 여부에 따른 형제 격차가 심각해지는 추세다. 무직으로 부모에 얹혀살던 캥거루족 미혼 형제가 최근 중년에 접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형제의 부양 의무가 법(민법 제877조)으로 규정된 것도 실질적인 고민의 깊이를 더한다. 부양가족이 없어야 정부 지원이 가능한데 규정상으로는 먼저 구조 신호를 보내야 할 대상이 형제라는 뜻이다.

일본의 캥거루족은 패러사이트(parasite) 싱글로 불린다. 부모 기생의 독신 자녀라는 의미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다. 일자리가 변변치 않으니 생활 부담은 부모 몫이다. 버블 붕괴가 가시화된 1990년대 중반부터 늘어났다.

이들이 20대를 넘기고 지금 4050세대로 진입하면서 중년 독신으로 연결된다. 1990년대 청년 독신의 ±30%가 여전히 홀로인 채 중년에 진입한 것이다. 즉 45~54세 연령대 중 일본판 캥거루족은 1980년 18만 명에서 2016년 158만 명으로 급증했다. 일본의 50세 3명 중 1명은 독신으로 나이까지 먹어버렸다.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2015년 일본의 생애 미혼은 남녀 각각 23.4%, 14.1%로 집계된다. 5년마다 정기적으로 발표되는데 직전 시점보다 모두 3%포인트 정도 늘었다. 미혼 이유를 관련 통계로 살펴보면 슬픈 현대사회의 구조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떤 통계든 미혼 청년의 90%는 언젠가 결혼하고 싶다. 그런데 생애 미혼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희망을 거스르는 현실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부모와 형제에 대한 이중 부담 

형제를 둘러싼 위험은 크게 2가지다. 경제적 무능과 독신 여부다. 결정적인 것은 경제적인 무능이 독신을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앞으로인데, 경제 사정이 갈수록 만만치 않아져 후속 인구의 생애 미혼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경기 회복과 인구 감소로 청년 인구의 일자리가 넘쳐난다지만 상당 부분 비정규직이어서 특히 그렇다.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고 그 연령 추세가 하향·확산된다는 점에서 2030세대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취업 활동을 포기하고 일을 거부하는 청년세대도 적잖다. 이들 중 십중팔구는 결혼이 어렵다. 불가피한 본인의 선택이라지만 훗날 이는 고스란히 다른 형제의 부담거리로 전이된다.

정형화된 유형은 ‘부모 불행→빈곤 형제’의 결합이다. 부모 부양의 짐은 대개 바쁜 자녀보다 직업이 없이 노는 자녀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음엔 부모가 무직 자녀를 돌보지만 부모 신변에 문제가 발생하면 돌봤던 무직 자녀가 부모의 짐을 질 확률이 높다. 그나마 용돈벌이라도 하던 아르바이트조차 부모 부양 때문에 포기된다. 가난의 그림자가 확산되는 것이다.

이후 부모가 사망하면 남겨진 독신 자녀는 빈곤 함정에 빠진다. 즉 형제 격차가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부모 간병에 따른 형제끼리의 육체·정신·금전적인 부담이 달라서다. 간병 때문에 부양 형제가 일이라도 그만두면 2세대의 연속 빈곤에 빠진다.

이때 다른 형제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부모에 형제까지 이중 부담이다. 경제력이 그만그만하다면 혈연 의존은 연쇄 부도의 빈곤 족쇄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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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8-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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