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135호 (2017년 08월 30일)

연이은 소프트테러로 비상걸린 영국

[글로벌 현장]
주요 관광지 검문 강화…다리에는 철골 구조물도 설치



(사진)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빅벤을 둘러싼 거대한 철골이 눈에 띈다.(/김민주 객원기자)

[영국(런던)=김민주 객원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남부 해안 도시 캄브릴스에서 8월 17일(현지 시간)과 18일 잇따라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로 유럽이 또다시 큰 충격에 빠졌다.

테러범들은 애초에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사그리아 파밀리아 성당’을 노린 것으로 알려져 자칫 대형 테러로 이어질 뻔했다.

◆다리에 구조물 설치로 안전 강화 

스페인에 앞서 영국에서도 올해 3월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의 차량 테러를 시작으로 5월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폭탄 테러, 6월 시내 중심부인 런던브리지 일대에서의 차량 및 흉기 테러가 일어나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사망하거나 다쳤다.

영국인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프트 타깃 테러’가 수시로 발생하자 영국은 다리나 주요 관광지에 철제 장벽을 설치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스페인 테러 이후 첫 주말인 8월 20일,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다리 입구에는 여느 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웨스트민스터 다리 입구는 런던의 랜드마크인 시계탑 빅벤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모이는 관광 명소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다리의 초입과 국회의사당 근처에 설치된 거대한 석조 구조물이다. 시 당국은 올해 도심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에 충격을 받아 6월 초 웨스트민스터·워털루·램버스 다리 등 런던 시내의 주요 다리 곳곳에 이 같은 ‘안티 테러 장벽’을 설치해 시민 보호에 나섰다.

다리의 입구에는 성인 한 명 정도가 지나갈 수 있을 공간만 남겨두고 나머지에는 무거운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놓아 자전거나 자가용 등 일체의 탈 것이 다리 위로 진입할 수 없도록 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다리 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가야 했고 유모차를 가져온 이들은 좁은 통로를 통과하기 위해 이를 힘겹게 밀기도 했다. 통행하려는 이들이 많아질 때에는 한꺼번에 지나다니기가 힘들어 줄을 선 후 차례대로 다리에 들어섰다.

매일 많은 보행자가 이용하고 특히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하기 위해 오랜 시간 머무르는 다리 위에 철골 장벽이 설치돼 있어 포장도로 위의 차량이 갑자기 다리 위로 올라오거나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이처럼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장벽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어느새 일상이 돼버린 테러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불편과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구조물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당국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중의 안전을 위해 런던 교량 위에 물리적인 방어 장치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런던의 교통 당국은 장벽 설치에 반대했지만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를 통해 안전을 지켜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외 관광지를 비롯해 대영박물관과 국립미술관인 내셔널갤러리 등 매년 6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런던의 주요 예술 관광 명소에서도 검문이 더욱 강화됐다. 입구마다 많은 보안 요원들이 관람객들의 가방을 검사하고 있고 의심이 가면 금속탐지기도 동원해 수색을 펼치고 있다.


(사진)올해 6월 흉기테러 사건이 발생했던 런던의 유명 재래시장 버로 마켓.

◆안전 위한 불편 감수하는 시민들

대영박물관은 여행 가방이나 부피가 큰 배낭을 아예 박물관 내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인근 지하철역의 보관함 등에 짐을 맡기라고 권고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보안 검색 때문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어가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관람객들은 안전을 위해서라면 이러한 조치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연장도 예외는 아니다. 런던의 웨스트엔드에는 뮤지컬과 연극을 보기 위해 매일 많은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공연장마다 가방 검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

보안 검색을 위해 줄을 선 한 프랑스인 관객은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어딜 가든 내 가방 속을 다 보여줘야 한다”며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할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월 프리미어리그 개막과 함께 축구 경기장도 테러의 위험에 노출된 터라 축구 클럽들은 저마다 테러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서포터스와 직원들에게 홈구장인 올드 트래퍼드 경기장에 경기 시작 최소 2시간 전에 와 달라고 말했다. 마치 공항의 입국 심사처럼 깐깐해진 보안 검사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축구 클럽 최초로 대(對)테러 책임자를 고용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측은 새 규정을 발표했다. 일단 차량으로 경기장에 진입할 때에는 차량 검문을 하고 경기장 입구에서 좌석까지 가는 동안 여러 차례의 보안 검색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보다 큰 가방을 가져오면 경기장의 바깥에 마련된 지정 장소(bag drop point)에 짐을 두고 와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런던의 유명 재래시장인 버로 마켓은 6월 발생한 흉기 테러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자 11일간 시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8분간의 묵념 후 영업을 재개했지만 8월 초 다시 알 수 없는 하얀 가루 때문에 손님 3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테러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상인들은 6월 테러의 공포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장 폐쇄와 관련된 보상 문제도 시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시장에는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들면서 예전의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시장 내에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시장과 교량 아래, 주변 도로에서 경찰들이 수시로 순찰을 돌며 테러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차량 접근을 막기 위한 작은 장벽도 설치돼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트라팔가광장·버킹엄궁전·옥스퍼드스트리트 등 런던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마다 무장 경찰들이 배치돼 적극적으로 도시를 수호하고 있다.

용어 설명
소프트 타깃 테러
: 군이나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취약한 사람이나 장소에 가하는 테러. 민간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학교·병원·박물관·공연장 등에서 행하는 테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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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8-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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