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에선]
-복기왕 비서관 등 5명 ‘출격’
-수석급 이상 중 정의용 실장이 유일하게 집권 초부터 자리 지켜
청와대 참모 총선 출마자 ‘교통정리 완료’
[김형호 한국경제 기자] 내년 총선에 출마할 청와대 참모진 교체 인사가 8월 중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청와대에 입성한 단체장 출신 비서관 5명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8월 23일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를 떠났다. 이들의 후임 비서관 자리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 벌써부터 다양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청와대를 떠난 비서관은 복기왕 정무비서관과 김영배 민정비서관,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 등 총 5명이다.

이들 중 조한기 비서관을 제외한 4명은 8년간 기초단체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상대적으로 지역구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부는 같은 당 소속의 현역 의원과 경선을 앞두고 있어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 민정·정무비서관 등 후임 인선

8월 청와대를 떠난 비서관들은 내년 총선에 나서는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 마지막 그룹에 해당한다. 지난해 청와대에 들어온 이들 5명의 비서관 가운데 4명은 재선 시장과 구청장 출신인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의 청와대 경력의 총선 출마자들과 달리 여야의 맞상대들이 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영배 비서관과 김우영 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맞붙는다.

서울 성북구청장 출신의 김영배 비서관은 성북갑 공천권을 두고 3선의 유승희 의원과의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재선의 성북구청장에 청와대 민정비서관 경력을 더한 도전자와 3선 여성 중진 의원과의 대결에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은 초선 강병원 의원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은평 토박이 출신인 강 의원은 초선 지역구에 청와대 참모진이 출마하는 데 대해 내심 못마땅해 하는 기색이다. 양 측은 당내 경선 준비를 위한 권리당원 모집에서부터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김 비서관을 두고 강릉 차출론이 거론됐지만 본인이 은평 출마를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들이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이 있는 험지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기존에 다져온 지역 기반 문제 때문에 교통정리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초단체장 출신 청와대 참모진과 야당 현역 의원의 혈투가 예정된 지역들도 관심이 되고 있다. 아산시장 출신인 복기왕 민정비서관이 출마하는 충남 아산갑에서는 3선의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과의 혈투가 예상된다.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은 한국당의 성일종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서산태안 출마가 예상된다. 충청권에서 서해벨트 지역은 현 여당의 세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8월 청와대를 떠난 비서관 중에서 호남 출마 희망자는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이 유일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출신인 민 비서관은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인 광산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밀려 호남 28개 지역구 가운데 단 2곳(전북 익산갑, 전남 담양함평곡성구례)만 건졌다. 이에 따라 내년 호남 공천을 둘러싼 신진 인사들 간에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기초단체장 출신 비서관들을 끝으로 청와대 내 총선출마자들의 교통정리가 마무리된 만큼 후임 인사도 확정됐다.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후임으로 신지연 제2부속비서관이 이동했다.

민정비서관에는 이광철 행정관이, 정무비서관에는 김광진 전 민주당 의원이, 자치발전비서관에는 유대영 행정관이, 사회정책비서관에는 정동일 숙명여대 교수가 각각 임명됐다.

민정비서관과 정무비서관이 핵심으로 꼽힌다. 민정비서관은 집권 중반기의 공직기강 다잡기가 핵심 업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무비서관은 국회를 알면서 정무감각을 갖춘 전직 의원들을 대상으로 검증작업을 진행했다.

진성준 전 비서관과 복기왕 전 비서관 등 직전 정무비서관들이 모두 국회의원 출신들로 급이 높아진 측면이 있어 후보 발굴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참모 총선 출마자 ‘교통정리 완료’
◆ 1기부터 자리 지킨 장수 참모진은?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내년 총선과 무관하게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실세 참모진의 면면도 관심이다.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 참모진의 상당수가 교체됐지만 이들은 총선 등의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장수 참모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석·비서관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을 비롯해 경제·정무·소통·민정·시민사회·인사·일자리·사회수석 등 핵심 참모진 대부분이 한 차례 이상 변동이 있었지만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 인사는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을 꼽을 수 있다.

문 대통령 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윤 실장은 청와대 출범 때부터 상황실장을 맡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인이 총선 출마 의사가 없는 만큼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봉하재단 시절부터 보좌해 온데다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청와대 내 실세 참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김경수 경남지사,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 등이 맡던 역할을 윤 실장이 수행하고 있다.

청와대 살림을 챙기는 이정도 총무비서관도 정권 출범 때부터 함께해 온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살림살이뿐만 아니라 환경 조경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녹지원 한쪽에 보리를 심어 가꾸고 방치되다시피 한 본관 뒤쪽의 과수와 나무를 직접 돌보는 등 어린 시절 농사를 지은 경험을 살려 청와대 구석구석을 챙기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고민과 철학을 연설문에 담아내는 신동호 연설비서관과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도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참모들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심훈의 ‘그날이 오면’의 시구절을 인용한 것을 비롯해 주요 연설에서 다양한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는 데는 시인 출신인 신 비서관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혁진 사회적경제비서관,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도 집권 초부터 근무해 온 장수 비서관들로 꼽힌다. 청와대 안팎에선 “본인들이 일신상 사유가 아니라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대표적인 순장조 참모들”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내 수석급 이상 참모 가운데 유일하게 집권 초부터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 온 한반도 관련 각종 현안을 총괄해 오고 있다.

올해 초 일각에서 정 실장을 비롯한 외교 안보 라인의 교체설이 거론됐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의 새로운 현안이 이어지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간 상태다. 외교 안보 라인 교체는 쇄신 차원에서 연말께나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chsan@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