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885호 (2012년 11월 12일)





[광파리의 IT 이야기] 5세대 이동통신 준비하는 기가코리아 프로젝트 ‘IT 코리아’ 자존심 회복 노린다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을 이용해 인터넷 서핑해 보면 3세대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동영상을 돌려도 훨씬 매끄럽게 돌아가죠. 이런 매력 때문에 LTE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 금년 말이면 14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트래픽이 폭증해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괜찮아도 머잖아 체증이 심해질 테고 정보 고속도로를 더 넓혀야겠죠. 길게 보면 5세대를 대비해야 합니다.

5세대 이동통신을 주도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도로 기획한 ‘기가코리아(Giga Korea)’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한 사람이 초당 1기가비트(1Gbps)의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범부처 프로젝트죠. 내년부터 2020년까지 8년 동안 5500억 원을 투입하는 만큼 ‘정보기술(IT) 코리아’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가코리아 프로젝트는 네트워크(N)·플랫폼(P)·터미널(T)·콘텐츠(C) 등 IT 분야 네 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N-P-T-C 네 단계에서 지금보다 50배 빠른 기가급 통신을 위한 원천 기술을 개발해 2020년에 ‘글로벌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입니다.

무선이 기가급으로 발전하는 동안 유선은 기가의 1000배인 테라급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이렇게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게 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최근 수년 동안 IT 분야의 위축된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민간 분야 인터넷 보안을 담당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비정규직 해커(보안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예산이 깎여서”라고 하더군요. ETRI 역시 전전자교환기(TDX)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통신 개발과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예산 타령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자리한 전자통신연구원 전경


기술 개발은 국책 연구소보다 민간이 더 잘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 모든 걸 맡길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대학 연구 기반이 발달해 있어 산학 연구가 활발합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의 연구 기반이 약해 국책 연구소들이 그 공백을 채우고 있죠. ETRI는 TDX를 국산화해 전화 적체를 말끔히 해소했고 D램과 CDMA를 개발해 ‘IT 코리아’ 도약에 기여했습니다.

돌이켜보면 IT 분야의 정책 실패가 많았습니다.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 일찌감치 와이브로 기술을 개발하고도 세계화에 실패해 경쟁 기술인 LTE에 주도권을 넘겨줬습니다. 디지털이동방송(DMB)도 천덕꾸러기가 됐죠. 와이브로와 DMB 세계화를 목표로 잡았던 정보통신부의 ‘IT839’ 정책은 실패했고 정통부는 해체됐습니다. ‘기가코리아’는 ‘IT 코리아’의 자존심 회복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최근 ETRI 기가코리아 담당자들을 만났습니다. 연구원들은 기가코리아 예산이 깎인 게 아쉽지만 프로젝트가 채택돼 고무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들과 얘기하다가 갑자기 스티브 잡스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 이들은 기술 얘기만 할 뿐 그 기술이 인류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신중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문학적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http://blog.hankyung.com/ki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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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2-11-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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