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

새 정부 출범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정부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건축 시장에서 이 같은 징후를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개포 주공 아파트다.

개포 주공1단지 강남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설을 전후로 가격이 5000만~6000만 원 뛰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5억8000만~5억9000만 원 하던 1단지 33㎡가 6억7000만~6억8000만 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같은 단지 58㎡도 1억 원 가까이 올라 현재 호가는 9억5000만 원 선이다. 설 이후 가격이 너무 올라 매도 호가와 매수 희망가 사이에 2000만~3000만 원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거래는 다시 한산한 편이다.

주공 2단지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2단지 부자공인 홍성란 사장은 “연초만 해도 54㎡를 중심으로 찾는 이들이 더러 있었지만 가격이 오른 지금은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줄었다”고 전했다.

개포 주공 아파트 가격이 갑자기 오른 원인은 우선 재건축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제20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정비계획(안)’을 조건부 통과시켰다. 개포 주공1단지 재건축 추진위가 논란이 됐던 소형 주택 비율을 30%에 맞춘 결과였다.

당초 주공 1단지 재건축 추진위는 사업성을 이유로 소형 주택 비율 확대를 거부했다. 하지만 인접한 개포 주공2, 3, 4단지가 소형 주택 비율을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인 30%대로 조정해 심의를 통과하자 조합 총회를 열고 30%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개포시영과 개포주공 1~4단지로 구성된 1만5000여 가구 택지지구의 모든 정비계획안이 확정됐다.

<YONHAP PHOTO-2341> 개포지구 재건축안 통과..4만1천135가구 건립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 미니 신도시급으로 거론됐던 개포택지개발지구 재정비안이 23일 통과됐다.   서울시는 이날 제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강남구청장이 결정(변경)한 강남구 도곡·개포·일원동 일대 393만7천263㎡에 4만1천135가구를 건립하는 개포택지개발지구 제1종지구단위 재정비안을 수정가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2일 촬영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4단지 아파트.  2011.3.23

    photo@yna.co.kr/2011-03-23 18:24:55/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개포지구 재건축안 통과..4만1천135가구 건립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 미니 신도시급으로 거론됐던 개포택지개발지구 재정비안이 23일 통과됐다. 서울시는 이날 제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강남구청장이 결정(변경)한 강남구 도곡·개포·일원동 일대 393만7천263㎡에 4만1천135가구를 건립하는 개포택지개발지구 제1종지구단위 재정비안을 수정가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2일 촬영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4단지 아파트. 2011.3.23 photo@yna.co.kr/2011-03-23 18:24:55/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설 이후 너무 올라 거래는 다시 한산

개포 주공아파트는 그러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올 초까지 관망세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이전 MB 정부와 마찬가지로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종합부동산세 폐지, 취득세 감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한 종합 대책이 거론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화색이 돌았다. 개포 주공아파트 가격의 반짝 상승은 그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개포 주공아파트가 정책 등에 민감하게 반영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을 때도 그 기대감으로 단기간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정책뿐만 아니라 재건축 이슈가 있을 때도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였다.

2000년 이후 개포 주공아파트의 가격 추이는 재건축 시장, 나아가 부동산 시장의 기상 흐름도를 보여준다. 5000가구가 넘는 개포 주공1단지에서 가장 인기있는 58㎡는 2000년 가격이 2억7500만 원이었다. 이후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재건축 추진위가 들어선 2003년에는 7억300만 원까지 올랐고 국내 부동산 시장이 피크에 이르렀던 2006년에는 13억5500만 원까지 치솟았다. 7년간 상승률이 393%에 이른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9억6000만 원까지 떨어졌던 가격은 이듬해 다시 13억5000만 원까지 회복됐다. 이후 부동산 불황의 여파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8억6250만 원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9억1500만 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상황에 부침을 거듭한 개포지구가 소형 의무 비율을 확정지으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재건축 추진위와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용적률 250%를 기준으로 조심스럽게 면적별 투자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평가받는 면적은 58㎡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58㎡ 소유주가 108.9㎡를 받을 경우 1억7700만 원을 돌려받는다고 한다. 반면 43㎡ 소유주가 108.9㎡에 입주하려면 1억7500만 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108.9㎡를 기준으로 보면 초기에 큰 비용이 든다는 부담이 있지만 58㎡가 수익성이 좋은 것이다.

58㎡ 소유자가 125.4㎡를 받으려면 3400만 원을 환급받지만 138.6㎡에 들어가려면 2억400만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58㎡는 125.4㎡까지 평행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조합원 분담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전망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재건축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야 투자 가치도 동반 상승한다. 지금처럼 아파트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투자 가치 또한 높게 평가받을 수 없다. 일반 분양가를 높게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개포지구는 서울을 대표하는 저층 단지로 희소성이 높고 입지도 상당히 좋아 선호도가 높다. 재건축 시 대규모 개발을 통해 신도시급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 기반 시설 등 주거 여건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강남권 주요 재건축에 비해 투자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정책 발표 등 호재가 있을 때마다 투자 수요가 먼저 움직이는 특성을 보여 왔다.
두 달 새 1억 상승 ‘개포 주공’ 무슨 일? 재건축 불확실성 사라져…추가 상승 ‘글쎄’
조합원 분담금 확정되지 않아…수익성 미지수

개포 주공아파트는 서울시 재건축 아파트 중 사업성만 놓고 봤을 때 가장 주목할 만한 단지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개포 주공과 함께 눈여겨볼 재건축 단지로 강동 둔촌 주공, 서초 반포 주공1단지 등을 꼽는다.

이들 단지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서울시에 몇 남지 않은 저층 단지라는 점이다. 층수가 낮다 보니 조합원 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다. 무상 지분율도 따라서 높다. 또 입지 여건이 탁월하다. 이들 단지는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입지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사업 추진이 상대적으로 순조롭다는 게 큰 장점이다. 재개발·재건축은 사업 기간이 수익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금융 비용이 크고 그만큼 수익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는 가구 수가 많고 입지 여건도 2호선과 한강변에 인접해 선호도가 높다. 제2롯데월드 개발 등 주변 부동산 호재도 많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개포지구나 둔촌 주공아파트, 반포 주공1단지 등은 구역 지정이나 조합설립인가 단계에 있다. 앞으로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간 이견이 발생하거나 다른 요인이 생긴다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라는 이유다.

조합원 분담금도 눈여겨봐야 한다. 조합원 분담금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조합원의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조합원 분담금은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접어들어야 구체적인 금액이 가시화된다.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관련 움직임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정부와 서울시가 규제 강화로 가닥을 잡는지, 규제 완화에 더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가격 향배가 결정될 때가 많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