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99호 (2018년 11월 21일)





‘종이 증명서가 사라진다’…생활 속으로 들어온 블록체인

[커버스토리 : 미리 보는 2019년 IT 시장 빅이슈5 - 블록체인]
-내년부터 제주에서 ‘블록체인 토지대장’ 서비스, 해외 직구 실시간 확인도 가능해져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열광은 끝나지 않았다.” 2019년 블록체인 기술이 꽃을 피운다. 올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투기성이 화제였다면 내년엔 블록체인의 확산과 상용화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된 변화는 두 가지다. 블록체인의 기술 상용화를 이끄는 주체가 민간에서 정부로 또 기술 상용화의 대상이 금융에서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공공 시범 사업으로 사회 편익 증대 

#. ‘대기 3명’ 오전 11시 30분. 번호표를 손에 든 A 씨가 초조한 모습으로 은행 창구를 바라보고 있다. 전세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은행에 제출하기 위해 반나절 휴가를 신청했건만 아뿔싸. 주민센터와 등기소를 방문해 제출 서류를 발급받고 은행에 도착하니 이미 반나절이 다 지나갔다. 30분 안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관련 서류의 확인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아까운 하루 연차를 더 쓸 수밖에 없는 상황. “아, 아까운 내 연차!” 

하루 반차가 아까운 직장인들이라면 A 씨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부동산 거래를 위해 더 이상 아까운 연차를 날리지 않아도 된다. 대출을 받을 때 부동산 증명서를 은행에 제출하지 않아도 은행 담당자가 블록체인에 저장된 부동산 정보(토지대장)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간편 부동산 거래, 개인 통관, 축산물 이력 관리, 온라인 투표, 국가 간 전자문서 유통, 해운 물류 등 6대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 시범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6대 분야 시범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12월까지 완료하고 2019년 1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의 초기 시장을 만들기 위해 공공부문이 블록체인 상용 서비스 확산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김정원 과기정통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은 “이번 시범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 분야에서 불필요한 절차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준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간편 부동산 거래다. 과기정통부는 국토교통부와 손잡고 내년 1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내 11개 금융회사(NH농협·신한·KDB산업·KB국민·KEB하나·씨티·수협·광주·제주·경남·SC은행 등)에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종합 공부 시스템’을 시범 서비스한다.

이 시스템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종이 증명서가 아닌 데이터 형식의 부동산 정보를 관련 기관에 제공하는 것으로, 실시간으로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종이 증명서를 대체하면서 생기는 효과는 상당하다. 우선 편리하고 경제적인 부동산 거래가 가능하다. 지난 한 해 국토교통부와 법원에서 발급된 부동산 증명서만 약 1억9000만 건, 비용으로 따지면 약 1292억원 상당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위변조 없는 안전한 부동산 거래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종이 증명서는 위변조에 쉽게 노출돼 각종 부동산 범죄에 악용되는 단점이 있다.

국토부는 향후 관련 성과를 바탕으로 법원과 공인중개사협회 등 관련 기관의 참여를 유도해 금융 대출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에서 등기이전까지 한 번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부동산 거래 통합 서비스’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해외 직구도 화물 위치 정보 원스톱 조회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했다가 수주일이 지나도 물건이 도착하지 않는 낭패를 겪어본 적이 있는 ‘해외직구’ 이용자들도 블록체인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해외 전자 상거래 물품 통관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통관 자료의 위변조 없이 편리하고 신속한 통관이 이뤄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관련법상 전자 상거래 시 운송업체는 전자 상거래 업체의 물품 주문 정보와 운송 정보를 취합한 총 28종의 물품별 통관 정보를 세관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작업이 현재는 ‘수작업’으로 이뤄지면서 저가 신고, 허위신고 등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빈번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물품 주문 이후 배송 현황, 세관 신고 정보, 통관 현황 등 물품에 대한 통관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이러한 소비자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관세청과 손잡고 2019년부터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 상거래 물품 개인 통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시스템은 전자 상거래 업체의 물품 주문 정보와 운송 업체의 운송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호 공유해 28개 통관 정보를 자동 취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업무 처리 자동화를 통해 불필요한 업무량이 감소될 뿐만 아니라 전체 통관 시간이 최소 반나절 이상 단축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물류의 운송 과정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신설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내년 1월 개설되는 관세청의 ‘블록체인 통관 정보 온라인 포털(가칭)’에서 원스톱으로 자신의 화물 위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또 세관 신고 정보를 조회해 전자 상거래 업체 등의 허위신고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마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교부에서는 국가 간 전자문서 유통에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그동안은 인증 대상 공문서 내용을 확인하는 데 최소 14일이 소요됐다. 이제 공문서와 인증서를 블록체인에 함께 저장하면 외국 기관에 공문서를 전자문서 형태로 실시간으로 제출할 수 있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물 이력 관리에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사육부터 도축·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의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공유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른 추적이 가능하다. 예컨대 허위 포장육은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이전에는 추적 시간에 최대 6일이 소요됐다. 블록체인이 적용된 내년부터 10분 이내로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해운 물류에도 블록체인이 활용된다. 해양수산부는 해운 물류에 블록체인을 활용해 운송 업무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부산항은 현재 9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이 모두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영되면서 효율성이 극히 낮았다. 내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컨테이너 이동 시 발급되는 다수의 전자원장을 단일 앱에 올림으로써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대기업·스타트업, 전 영역에서 상용화 쌍끌이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은 신뢰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온라인 투표의 신뢰성을 더할 예정이다.

그동안 선관위에서만 투표 내역을 소유함으로써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후보자와 참관인 등 이해관계인이 직접 투개표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고 검증할 수 있다. 또 투표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확인하는 시간이 최대 2일에서 실시간으로 크게 단축된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의 블록체인 상용 서비스 확산을 이끈다면 민간에서는 일찌감치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보인 대기업과 중소 스타트업이 블록체인의 시장 활성화를 쌍끌이한다. 지금까지는 금융업계가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를 선도했지만 2019년에는 전 산업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 서비스의 개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기업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가 ‘블록체인 신분증’이다. SK텔레콤은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을 지난 9월 첫 공개했다. 블록체인으로 인증된 모바일 신분증으로 다양한 앱 서비스 로그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출입 관리까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내년 상용화가 목표다.

SK텔레콤은 해당 서비스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향후 주택을 거래하는 개인이 신분을 인증하고 청약 자격을 확인하거나 계약하는 과정에까지 폭넓게 모바일 신분증을 적용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모바일 신분증은 이주 관련 O2O 플랫폼에도 적용된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포장이사 전문 업체인 통인익스프레스와도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의 이주 관련 O2O 플랫폼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은 모바일 신분증을 활용해 서비스 제공자의 평판을 확인하고 블록체인이 보증하는 신뢰 기반의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KT는 블록체인 기반의 기부 플랫폼을 선보인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기부금 집행 내용과 전달 경로 등이 기부자가 이용하는 분산 원장에 공유된다. 기부한 사람이 직접 적립과 집행 내용을 볼 수 있어 기부금의 투명한 집행과 관리가 가능하다.

더 나아가 2019년에에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인 간 직접 기부와 사용 내용 확인이 가능한 ‘개인 간(P2P) 기부’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P2P 기부가 구현되면 취약계층 개인이 직접 사연을 올려 기부를 받을 수 있고 기부자는 카드사를 통해 사용 내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서영일 KT 융합기술원 블록체인센터장은 “이번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구축을 통해 KT 블록체인이 기부와 같은 공익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기부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어 기부 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시장 500억원에서 1조원 규모 성장

저작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콘텐츠 유통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된다.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내 스타트업 픽션은 블록체인 기반의 웹툰 플랫폼인 ‘픽션 네트워크’를 내년 2분기에 본격 서비스할 계획이다. 창작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함으로써 플랫폼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작품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창작자에게 돌려준다는 프로젝트다. 

이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기업들이 앞다퉈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 하나,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 전략’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시장은 2017년 500억원에서 2022년 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보스포럼(WEF)에서는 “2025년이면 전 세계 총생산의 10%가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블록체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의 아이디(ID)로 다양한 공공민간 기관에서 손쉽게 본인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공공ID’, 통신·카드·항공 등에서 지급되는 각종 유휴 포인트를 본인 동의하에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사회 나눔 플랫폼’, 정기 검사 결과와 정비 이력 등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해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중고차 이력 관리’, 초중고 급식 자재 유통 이력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해 학생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는 ‘안전한 먹거리’, 음원 직접 유통 및 투명한 기록 관리로 저작권자와 실연자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투명한 음원 유통’, 거래 이력과 지불 처리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해 각종 소액 사기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신뢰 기반 중고 거래’ 등이 민·관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손우준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 “내년에는 보다 적극적인 민·관 협력을 통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거래 플랫폼 구축 사업을 확대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기]‘마법의 공동장부’, 블록체인은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기반 기술이다. 네트워크 내의 참여자가 공동으로 정보와 가치의 이동을 기록·검증·보관·실행함으로써 중개자 없이도 신뢰 확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일정 주기로 데이터가 담긴 블록을 생성한 후 이전 블록들에 체인처럼 연결하는 구조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이라고 불린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를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던 기존 구조를 ‘탈중앙식·분산식’으로 바꾸면서 업무 효율화는 물론 사회 혁신을 지향한다. 탈중앙식·분산식은 모든 참여자(‘노드’라고 불림)가 거래 내역이 기록된 원장 전체를 각각 보관하고 새로운 거래를 반영·갱신하는 작업을 공동 수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은행·공공기관과 같은 데이터 관리 기관은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해킹에 보다 안전할 수 있다. 또 일부 오류가 발생해도 전체 기능은 동작하는 등 24시간 연속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단 참여자들이 함께 합의하고 각자 기록을 관리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네트워크 참여에 사전 승인이 필요한지 여부에 따라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사전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대신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편이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구성원에게 사용 권한을 지정할 수 있고 속도도 빠르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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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11-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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