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록 호로록~’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가 아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취업준비생들이 한 식품업체 면접장에서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라면을 먹는 소리다. 라면뿐 아니다. 면접 테이블에 맥주가 등장하기도 하고 지원자들이 아예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지지고 볶기’도 한다.

국내 중견 식품업체들만의 독특한 면접 장면이다. 최근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이색 면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색 면접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곳은 금융권이다. 실제 영업 역량이 중요해진 만큼 많은 시중은행이 지원자들로 하여금 면접관 앞에서 직접 물건을 판매해 보도록 하는 이른바 ‘세일즈면접’을 활용하고 있다. 협동심을 테스트하는 게임면접도 은행 면접의 큰 특징이다.


PART 01 식품업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 하는 ‘시식면접’

식품업계는 업무와 직결되는 미각 테스트를 즐겨 활용하고 있다. 직접 회사 제품을 맛보고 이를 평가하거나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 이때 단순히 소비자의 입장이 아닌 입사 후 직원의 시각으로 맛의 특징이나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는 게 식품업계 인사담당자들의 공통 조언이다.
[2014 하반기 공채 별별 면접] 더빙 테스트에 라면 시식까지, 넌 면접 때 정장 입니? 난 앞치마 입는다!
팔도
팔도라면 시식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라

2013년 한국야쿠르트의 라면 부문이 따로 떨어져 나와 설립된 팔도는 지난해 처음 독자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라면시식면접도 함께 도입했다. 팔도의 라면을 시식하고 맛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개선점,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이를 면접관이 평가하는 시험이다. 지원자의 라면과 회사에 대한 생각, 그리고 관심도를 통해 식품기업 인재로서의 적합성을 판단하게 된다.

김광호 팔도 인사팀장은 “대면면접만으로는 알 수 없는 회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 등을 알아보기 위해 이 면접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신입 공채가 없었던 팔도는 2015년 초 2기를 채용한다. 라면시식면접은 내년에도 유지할 방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PC
기본 맛 테스트하는 ‘관능면접’

SPC가 지난 200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관능면접은 맛을 구별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소금물의 농도를 5단계로 구분해 진한 순서를 찾아내는 테스트, 제시된 샘플과 똑같은 맛을 고르는 테스트, 제시된 시료의 향을 파악하는 테스트 등으로 이뤄지며 구체적인 내용은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 연구 개발이나 품질 관련 직무 지원자는 별도로 난이도가 강화된 평가를 거쳐야 한다.

SPC그룹 채용담당자는 “맛과 향을 느끼는 감각은 식품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수 역량”이라며 “평소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14 하반기 공채 별별 면접] 더빙 테스트에 라면 시식까지, 넌 면접 때 정장 입니? 난 앞치마 입는다!
샘표
앞치마 입고 조리부터 설거지까지 ‘요리면접’

샘표는 2000년부터 요리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자들이 면접장에서 앞치마를 입고 직접 요리를 하는 시험으로 재료는 대개 샘표의 제품들로 구성된다. 4~5명이 한 조가 돼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 요리 주제를 정하고 실제 음식을 만든 후 음식에 대해 발표까지 하면 면접은 끝이 난다.

면접관들은 이 일련의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수시로 평가한다. 메뉴 선정, 재료 다듬기, 조리 과정, 설거지 등의 마무리 작업까지 전적으로 조원들의 주도로 이뤄지며 면접관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샘표 채용담당자는 “지원자의 요리에 대한 관심을 보기 위한 평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와 반주하는 ‘음주면접’

하이트진로는 심층면접, 토론면접과 함께 음주면접을 실시한다. 대리급 이상의 직원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면접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식사와 반주를 하면서 지원자들의 태도를 살피겠다는 게 회사 의도다. 인성이나 태도를 보기 위한 자리일 뿐 주량과 합격은 관계가 없다. 여기서 인성이란 주도에 대한 이해를 말한다는 게 하이트진로 채용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크라운제과
연수원 근처 등산하고, 정상에선 장기자랑도

크라운제과의 면접은 3차로 구성된다. 1차 면접에서는 독서토론을, 2차 면접에서는 등산면접을 실시한다. 1차 면접 복장은 비즈니스 캐주얼이다. 인성면접 뒤 본격적으로 독서토론면접을 실시하는데 조원 중에서 사회자 한 명을 정한 뒤 지정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면 된다. 면접관은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점수를 매긴다.

등산면접은 경기 양주시 송추에 위치한 회사 연수원 근처 산을 오르는 시험이다. 산행을 위한 등산화와 등산 복장은 직접 준비해가야 한다. 정상에선 장기자랑도 실시한다.
[2014 하반기 공채 별별 면접] 더빙 테스트에 라면 시식까지, 넌 면접 때 정장 입니? 난 앞치마 입는다!
PART 02 금융업
소통능력이 핵심 ‘세일즈 능력과 협동심 평가’

고객과의 대면영업이 중요한 금융권은 지원자의 소통 능력을 우선시한다. 면접 역시 협동심을 평가하기 위해 조별 시험을 강화하거나 실질 영업 능력을 평가하는 세일즈면접을 다각화하는 추세다.


하나금융
영상에 더빙도 하고 효과음도 넣고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1박 2일 합숙면접을 도입했다. 이틀 동안 치러지는 면접 종류도 다양하다. 조별과제, 게임면접, PT면접, 집단토론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하나은행만의 특이한 면접은 게임면접과 조별과제다. 조별과제는 특정 주제를 담은 영상클립을 보고 직접 더빙하는 시험이다. 대사나 효과음을 조원들이 합심해 나름대로 재구성해야 한다. 이 면접의 관건은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조원들과의 협동정신이다.

게임면접은 조원이 함께 게임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특이 행동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일반 인성면접에서 볼 수 없는 면을 이 면접을 통해 평가한다.
[2014 하반기 공채 별별 면접] 더빙 테스트에 라면 시식까지, 넌 면접 때 정장 입니? 난 앞치마 입는다!
우리은행
어린 시절 장사놀이를 그대로, 세일즈면접

우리은행은 말 그대로 물건을 ‘판매’하는 전형적인 세일즈 방식의 면접을 활용하고 있다. 다른 지원자와 2명이 짝이 되어 판매자, 구매자 역할을 번갈아가며 맡는 롤플레잉 방식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배려’다. 우리은행 채용담당자는 “물건을 파는 데만 급급해 무턱대로 상품 설명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방을 진짜 고객이라 생각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기업은행
훌라후프 건네기·풍선불기 등 게임면접

기업은행은 필기시험 후에 충북 충주시의 기업은행 연수원에서 1박 2일 합숙면접을 실시한다.

합숙면접 동안 PT면접, 토론면접, 인성면접 등 다양한 시험이 진행되지만 단연 이색적인 것은 게임면접이다. ‘훌라후프 빨리 전달하기’, ‘풍선 많이 불기’ 등 단체게임으로 이뤄진다. 면접관은 이 면접을 통해 조원들의 협동심을 평가한다.


글 이도희 기자 | 사진 각 기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