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 Fun 제 10호 (2011년 02월)

[면접 트렌드 보고서_페르미 추정] “남산을 옮기려면 며칠이 걸리겠나?”

페르미 추정 질문에는 ‘생각하는 능력’을 보여줘라

서류 전형에 합격한 A씨는 자신의 면접 시간이 다가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A씨 들어오세요.” A씨는 면접장으로 들어가면서 ‘1분 자기소개’ ‘기업의 인재상’ 등 면접 기출문제에 대한 대답을 마지막으로 되뇌었다. 준비는 완벽했다. 면접관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한 면접관의 질문을 받은 A씨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가 받은 질문은 “부산 출신이군요. 그럼 부산시에 10층 이상 건물이 몇 개 있는지 알겠네요?”였다. 면접관은 왜 이런 황당한(?) 질문을 던진 것일까?


A씨가 받은 질문 속에는 지원자의 논리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검증하려는 면접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자기소개, 봉사활동 경력, 회사에 지원한 이유 등의 평면적인 질문으로는 지원자의 능력을 모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평양 물의 양은 몇 리터일까” “남산을 옮기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리나” “한국의 하루 평균 개 사료 소비량은 얼마인가” 등 대략적인 추정치를 생각해내는 방법을 ‘페르미 추정’이라고 한다.

페르미 추정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엔리코 페르미(1901~1954년)가 개발한 것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쳤던 페르미는 제한된 시간과 부족한 자료 속에서도 가정과 분석만으로 근사값을 구하는 문제를 자주 출제했다.

이러한 페르미 추정은 마이크로소프트, 피앤지, 구글 등 유명 글로벌 기업에서 면접 질문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신은 빌 게이츠의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가’의 저자 카지타니 미치토시 씨는 “일류 기업의 유명 CEO들은 지원자의 단답형 지식보다는 생각하는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한다.

최근 국내 기업에서도 페르미 추정 문제를 면접에서 활용하고 있다. 지원자들의 영어점수와 학교 성적이 점점 상향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서울에 있는 이발사의 수”를, 효성그룹은 “한강 물은 몇 리터인가”라는 페르미 추정 문제를 면접 질문으로 던졌다.

기업의 조직 문화와 적성검사를 전공한 서강대 심리학과 서용덕 교수는 “페르미 추정 면접은 지원자의 지식 평가가 아닌 역량 평가”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우수한 성적과 좋은 학교, 영어 성적 등 지적 능력을 판단하는 수치들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할 수 없다”며 “정답이 없는 상황을 제시하고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과 논리적 사고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역량 면접이고 요즘 면접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페르미 추정 면접이 등장한 이유는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권택 연구원은 “과거에는 공장이나 기계, 상품과 같은 유형 자산이 중요했지만 오늘날에는 인재, 브랜드와 같은 무형 자산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며 “특히 창조력과 유연한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페르미 추정과 같은 문제해결 능력을 갖고 있는 인재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두력(地頭力)’의 저자 호소야 이사오 씨는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방대한 정보를 선별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고력이 현재 비즈니스 시장에 필요한 인재의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부산시에 있는 10층 이상 건물 수’를 묻는 면접관은 가장 근접한 추정치를 제시하는 지원자에게 좋은 점수를 줄까? 페르미 추정 면접에서는 주로 어떤 부분이 평가 포인트일까? ‘취업 면접 비법’의 저자 김준영 씨는 “페르미 추정 질문을 통해 인사담당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답변의 논리성에 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두 명의 신입사원에게 팀장이 일을 시켰어요. 한 명은 ‘어려운데요’ ‘힘들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다른 한 명은 ‘이렇게 하면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요. 인사담당자들은 어떤 인재를 원할까요? 면접관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을 뽑고자 합니다. 그래서 페르미 추정과 같은 문제를 내놓고 지원자의 문제해결 과정을 시험해보는 것이죠.”

김 씨는 “페르미 추정에 대한 면접 평가 포인트는 문제를 처음 듣고 난 뒤 지원자의 얼굴 표정과 반응이 30%, 문제를 해결해가는 논리성이 60%, 최종 답의 도출 유무가 10%”라고 덧붙였다.

‘페르미 추정’모범 답안

“부산시에 10층 이상 건물이 몇 개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지원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취업 면접 비법’의 저자 김준영 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논리구조의 도입을 만들고 논리구조가 단순할 때는 과학적 법칙이나 지식을 논리구조 속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범 답안 > “부산에 KTX를 타고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부산역 주변 0.1㎢ 내에 10층 이상의 건물이 4개 정도 있었어요. 그렇게 따지면 1㎢ 내에는 10층 이상 높이의 건물이 40개 정도 있는 셈이죠. 부산에는 15개 정도의 구가 있고 각 구는 60㎢ 정도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부산의 총면적은 900㎢. 계산하면 1㎢ 내에 10층 이상의 건물이 40개 정도 있으니 900㎢ 내에는 3만6000개의 10층 이상 건물이 있다고 1차 결론이 나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부산 지역의 번화가와 그렇지 않은 지역의 구분입니다.

번화가와 도외지의 건물 수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80 대 20 법칙, 즉 파레토 법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파레토 법칙은 상위 20% 이내의 소득층이 국민소득의 80%를 가져가는 일정한 패턴을 뜻합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부산 전체 면적 900㎢의 20%인 180㎢는 번화가입니다.

이곳에는 1㎢당 10층 이상 건물이 40개가 있습니다. 나머지 720㎢는 번화가의 20% 수준인 1㎢당 8개의 건물이 있습니다. 따라서 ‘40(건물 수)×180(번화가 면적)+8(건물 수)×720(나머지 면적)’이란 논리 도식을 만들 수 있어요. 부산에는 10층 이상 건물이 1만2960개가 있다는 추정치를 산출해낼 수 있습니다.”


주요 기업‘페르미 추정’ 관련 질문

서울 시내 중국집 음식 판매량은 어느 정도 될까? (LG생활건강)

서울 시내 영화관 수는 몇 개인가? (CJ그룹)

아이스링크장의 얼음으로 빙수를 몇 그릇 만들 수 있을까? (굿 네이버스)

한강 물은 몇 리터인가?

우리나라 국군 장병 수는 몇 명인가? (효성그룹)

미국에는 주유소가 몇 개 있는가? (마이크로소프트)

제주도 렌터카 수는 몇 개인가?

서울 시내 10층 이상 건물은 몇 개인가? (SK그룹)

서울에 바퀴벌레가 몇 마리인가? (롯데그룹)

서울에 이발사가 몇 명인가?

남산을 옮기려면 며칠이 걸리겠는가? (두산그룹)

골프공 표면의 작은 구멍은 몇 개인가? (구글)

30층 이상 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5층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P&G 모의 면접)


글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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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1-02-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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