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9일, 서울시립대의 2013년도 등록금이 발표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2년과 같은 금액으로 ‘동결’됐다. 해마다 이런저런 구실로 등록금이 인상돼온 관행에 비추면 동결도 훌륭한 결과이지만, 정작 세인의 관심은 ‘반값 등록금’에 쏠려 있다.

사실 서울시립대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등록금이 동결돼왔다. 그러던 중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반값 등록금 공약이 현실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이를 실현한 유일무이한 학교가 되었다. 현재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이 102만2000원, 공학계열이 135만500원, 음악계열이 161만500원이다. 국내 4년제 대학의 평균인 335만3000원과 비교하면 사실 반값도 안 되는 금액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값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서울시립대 학생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말을 곱씹으며 재학생 세 명을 만났다. 이들이 털어놓은 ‘우리만 아는’ 반값 등록금 이야기.
효자 학교서울시립대 학생들이 툭 터놓고 말한다 "너희가 반값등록금을 알아"
제일 궁금한 것, 반값 등록금이라고 하는데 대체 얼마인가?

고우석 1월 7일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작년에 이어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인문사회계열은 102만2000원, 공학계열 135만500원, 예·체대 중 음악계열이 161만500원이다. 다른 사립대에 비하면 40% 정도 싼 금액이다.

서혁정 우리 과가 102만2000원이다. 반값 등록금 전엔 204만 원이었으니 정말 딱 반이 됐다. 인근에 있는 다른 학교가 300만 원대 중후반, 어떤 학교는 이공계가 600만 원대라고 들었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학생 수가 적어 시행하기 편한 측면도 있다. 또 공립이라 원래 저렴했으니 100만 원 정도만 할인해도 반값 실현이 가능했다.

김현민 안 그래도 싼데 더 싸졌다며 시비를 거는 목소리도 많았다. 특혜 논란까지 벌어지지 않았나.

고우석 학생 수는 8000명 정도로 사실 그렇게 적은 편도 아니다. 중간 정도다. 국공립이고 서울시 산하다 보니 다른 사립대에 비해 제약이 적은 게 반값 등록금 실현의 배경이 아닌가 싶다. 이사장이 서울시장이고, 박원순 시장의 공약이 반값 등록금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학생들의 노력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학교와 연계해 집회도 여는 등 반값 등록금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그런 노력들이 더해져 시장님도 들어주신 거 아니겠나.


또 하나 궁금한 게 실제 생활에 구체적인 변화가 있나 하는 거다.

효자 학교서울시립대 학생들이 툭 터놓고 말한다 "너희가 반값등록금을 알아"
김현민
과 친구들이 예전보다 옷을 많이 사는 것 같다.(웃음) 물론 내 생각이다. 중요한 변화 아닌가? 나 같은 경우 국가장학금을 따로 받아, 이번 학기에는 거의 돈을 안 냈다. 소득 규모 8분위까지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장학금이다.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낸 등록금이 60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여느 학교 한 학기 수준이다.

고우석 어학연수 떠나는 친구들도 늘었다. 과외 4~5개씩 매달리던 친구들도 1~2개로 줄이고 배낭여행을 간다.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학교 주체 사회공헌활동 참여 인원도 재작년 1500명에서 반값 등록금이 시작된 작년에는 3000명으로 두 배 늘었다. 생활뿐 아니라 인식 자체가 변한 것이다.

국가장학금도 1형과 2형이 있다. 1형은 소득분위별로 지원하고, 2형은 학교에서 별도로 지원하는 식이다. 장학금을 학비로 쓰고도 돈이 남아 한국장학재단에 반환한 사례도 있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금 대출을 함께 받았던 학생 중 생활금 대출만 받은 이가 40% 늘었다.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도 재작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생활에 대한 만족이 높아졌다는 것, 그게 가장 큰 혜택이 아닐까?

서혁정 자취하는 학생들이 편해졌다. 먼 거리를 통학하며 힘들어하던 친구들이 자취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내가 대표적이다. 동기들도 반값 등록금 시행 직후 3명이나 자취를 시작했다. 집이 경기도 광명인데, 오는 데만 1시간 40분이 걸린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반값 등록금으로 연간 200만~300만 원이 주는 셈이니, 그 수준이면 자취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비단 주거 문제뿐 아니라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다방면으로 티가 나는 것 같다. 친구들도 학과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생활 전반에 변화가 왔다.

김현민 나도 집이 경기도 부천이다. 반값 등록금 시행 전에 잠시 자취를 하기도 했는데, 방값이 한 달 40만 원 정도였다. 부모님도 부담스러워 하시고 나도 너무 죄송스러워 결국 포기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적이 부진한 편인데, 등록금이 비싸면 ‘이번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강했을 것이다.

지금은 듣고 싶은 강의도 맘대로 듣는다. 소위 학점이 잘 나온다고 소문난 강의만 골라 듣지 않는단 뜻이다. 현재 국어국문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데, 평소 굉장히 관심이 많은 학과였다. 다 마음에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세졌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학교 홍보도 많이 된 것 같다.

서혁정 실제로 재수할 때 공부했던 학원을 찾아보니, 새삼 우리 학교가 주목받는다고 하더라.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지원배치표에서 순위가 올랐다고 한다.(웃음)

김현민 고3 때도 학교 선생님들이 적극 추천해주신 학교가 바로 시립대였다. 다른 학교를 놓고 고민 끝에 결정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일부에서 반값 등록금 이후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그런 얘기에 많은 학생들이 분개했다.



주위 반응은 어떤가?

효자 학교서울시립대 학생들이 툭 터놓고 말한다 "너희가 반값등록금을 알아"
서혁정
안 좋을 수가 없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농담 삼아 ‘네가 밥 사라’고 하고, 어른들은 ‘네가 효자’라고 하신다. 어떤 친구놈은 짜증도 내더라.

김현민 시립대 학생이면 효자 맞다. ‘효도학교’라는 별명도 생겼다. 친구들에겐 “부러우면 네가 오라”고 말한다. 국가장학금 같은 경우는 등록금 고지서에 아예 면제돼 나온다. 나 같은 경우 이번 학기 끝나고 60만 원이 추가 지급돼 깜짝 놀랐다. 너무 기뻤다. 엄마에게도 “나라에서 용돈 받는 학생”이라며 생색을 냈다.

고우석 페이스북에 등록금심의위원회 결과를 올렸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좋아요’가 4000개가 넘어 완전 ‘깜놀’이었다. ‘진짜냐’는 전화도 많이 받았고. 등록금 인상이 걱정돼 미리 돈을 내고 군대 간 학생들도 소급해 반환받았다. 학생 개인통장으로 들어갔으니, 얘기 안 하면 공돈이 생긴 셈이다.(웃음)

서혁정 문과 대학생의 경우 국가장학금 혜택 받으면 아예 공짜로 다니는 경우도 있고, 50만 원 수준으로 다니는 학생도 엄청 많다. 실제로 내가 지금 내는 학비가 고등학교 때보다 더 적다. 아마 부모님들이 제일 크게 체감하실 거다.

김현민 나도 부모님에게 당당해졌다. 갖고 싶은 것도 당당히 사달라고 요구한다.(웃음)


반값 등록금 이전에도 2009년부터 매년 등록금이 동결돼왔는데.

고우석 아무래도 공립이라는 배경이 주효하다. 일단 학교 당국이 학생들 얘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다. 모 학교의 경우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진통 끝에 1주일 연기됐단 말도 들었다.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은 학교마다 다르다. 학교와 학생 비율이 8 대 2인 곳도 있다. 우리는 5 대 5다. 총학회장, 부총회장, 총학회장이 추천하는 단과대회장 2명, 총동문회 선배 1명(총학이 추천) 등이다.

학교에선 행정처장, 부처장, 학생처장, 거기서 추천하는 세무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학교와 학생이 동등하게 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도 2009년부터 동수가 되며 등록금이 동결됐다. 심의회에 참석하면 오히려 학교에서 ‘잘해보자’며 부탁하실 정도다. 학교 예산이나 재정 상태도 투명하게 공개된다. 어차피 서울시 감사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 당선 후 반값 등록금이 시행됐다. 대선도 얼마 전 끝났는데, 아무래도 선거(투표)에 대한 관심이 올라갔을 것 같다.

고우석 작년 총선 때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했는데, 투표 신청자 중 실제 투표율이 92%였다. 이번 대선에서는 98%에 달했다. 총 신청자 수는 1400명이었다.

김현민 반값 등록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선거 안 하면 대역죄인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인증 도장을 받거나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했다. 안 하면 눈치를 봐야 할 정도였으니. 내 주변에도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못 봤다.

서혁정 체감의 힘이다. 시장이 바뀌고 나니 대번 피부로 느낀 것이다. 정말 공약을 지키는구나, 아 이게 되는구나, 아 이전과는 다르구나 하는 걸 확실히 느꼈다. 무언가 바뀐다는 게 이렇게 큰일이라는 걸 다들 알게 됐다.

김현민 인터넷에서 ‘시립대 못 봤느냐, 정신 차리고 투표해라’ 하는 식의 댓글도 많이 봤다. 사실 공약을 보며 포퓰리즘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설마 되겠어’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효자 학교서울시립대 학생들이 툭 터놓고 말한다 "너희가 반값등록금을 알아"
김현민
현재 소득분위별로 운용 중인 국가장학금 제도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국가장학금 제도의 수혜 기준도 불명확하다는 평이 많다. 장학금 대상자임이 분명할 것 같은데, 현실에선 도움을 못 받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고우석 작년까지 소득 7분위까지 지원되던 국가장학금이 올해부터는 8분위까지로 확대됐다. 새 정부의 반값 등록금 얘기가 이걸 확대한 개념이 아닌가 하는 게 개인적인 예상이다.

서혁정 한 친구는 기존에 받던 장학금이 30~40% 차감됐다고 하더라. 기본적으로 차등 지급되고, 학기마다 받는 금액이 다를 수도 있다. 시립대의 일괄 반값 등록금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현재 시행 중인 국가장학금의 연장선 개념이라면 소득분위별 기준과 수혜자 선정 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정하여 시행해야 할 거다. 가계 소득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파악할 순 없으니 사각지대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고우석 학생 커뮤니티에서도 이와 관련한 말들이 많다. ‘부모님 두 분 다 공무원이고 차도 있는데 국가장학금을 받았다’는 거다. 나 같은 경우 부모님이 모두 자영업에 종사하시는데, 받지 못했다.

김현민 장학금을 신청한 학생은 굉장히 많은데 소수의 인원이 심사하니 그만큼 부실해질 수밖에 없을 거다. 보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가 필요하다.

서혁정 소득 7분위가 연간 5700만 원 정도라고 들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그보다 수입도 많고 재산도 많은 사람들이 집 명의 돌리고, 심지어 직업도 세탁하는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 10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에 살면서 학비가 없다는 건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

김현민 나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혜택을 못 받는 경우를 봤다. 주어진 자료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은 게 사실이다.

서혁정 듣기로는 부모님이 자영업에 종사하실 경우 탈락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 사이에선 ‘복불복’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효자 학교서울시립대 학생들이 툭 터놓고 말한다 "너희가 반값등록금을 알아"
수업 의욕 저하, 교수 처우 및 연구비 삭감, 기존 장학금 축소, 건물 신축 지연 등 부작용을 비판하는 주장도 있는데.

김현민 안 그래도 어제 관련 기사 검색을 좀 해봤다. ‘만족한다’는 기사도 많이 나오던데….(웃음) 사실 부작용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우리 과의 경우 학생들 진로를 위한 콘퍼런스가 늘었다. 사회복지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유학 지원도 해준다. 사회복지 커리큘럼도 새로 짜고, 학생들에게 역량 개발과 관련한 자료도 제공하는 등 이전보다 학교생활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서혁정 실제로 교수님들이 과 자체 행사를 직접 주최하시는 등 오히려 질적으로 성장한 느낌이다.

고우석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장기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교육의 질이 저하됐다는 건 만들어낸 얘기다. 교수 지원금은 10만 원씩 깎인 게 맞고 연구비도 조금 깎였다. 건물 신축 얘기는, 서울시의 일반회계 통과가 우선돼야 한다. 관련 예산을 시의회에 올렸는데, 그게 전액 삭감됐다.

서울시에서 건축설비 등 하드웨어는 지양하고, 오히려 복지를 늘리는 쪽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다. 서울시 산하기관으로서 시책에 맞췄기 때문이지 단순히 반값 등록금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간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특히 강의실, 연구 공간이 부족하다. 등록금 때문에 부족하다는 건 오해다. 학생 입장에선 나쁠 게 전혀 없다.

김현민 교육의 질이 떨어진 건 전혀 모르겠다. 유언비어라 단언한다. 교수님들도 열정적이셔서 학생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서혁정 상식적으로도 등록금이 반값됐다고 100만 원어치만 수업하겠다는 교수가 어디 있겠나. 그건 정말 험담 수준이다.

고우석 기존 장학금은 작년에 148억 원이었고, 올해는 150억 원으로 오히려 증액됐다. 기성회비로 충당해야 하는데, 오히려 여유가 생긴 거다. 2억 원은 학생들을 위해 집행했다. 예를 들어 올해 신입생들은 건강검진 다 받을 거다.


마지막으로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없나.

김현민 반값 등록금 때문에 학교가 좋아졌다거나 인기가 높아졌다는 시선이 불편하다. 시립대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크다. 그동안 늘 학교 홍보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재조명됐다 생각한다.

서혁정 재수할 때 선생님 말씀이 “시립대는 홍보가 안 돼 배치표가 낮다. 이걸 감안해라. 거기에 맞춰 지원하면 떨어지기 쉽다”고 하셨던 게 기억난다. 배치표라는 게 사실 학교에 대한 인식 아닌가. 반값 등록금 때문에 갑자기 학교가 떴다는 인식이 없었으면 좋겠다. 시립대, 원래 좋은 학교다!(웃음)

고우석 사실 홍보는 학교도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반값 등록금이 서울시장의 공약이었지만, 그것보다는 앞서 얘기했듯 학생들의 노력이 먼저였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목소리를 높이고, 성인으로서 자기가 가진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너무 자기주장만 강요하면 안 되겠지만.


글 장진원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