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 데케루

[영화] 현실과 이상, 그 사이의 모순
감독 끌로드 밀러 출연 오드리 토투, 질 를르슈, 아나이스 드무스티어, 스탠리 웨버

1920년대 프랑스 중서부 랑드 지방, 부유한 가문의 딸인 테레즈(오두리 토투)는 지적이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지만 주변인들로부터 ‘생각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의 성정에 혼란을 느낀 그녀는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소나무 숲을 소유한 마을의 지주 베르나르(질 를르슈)와 정략결혼을 하게 되지만, 가정의 그림자가 되어야 하는 평범한 여성의 삶은 그녀를 서서히 질식시킨다. 그 와중에 절친한 친구이자 시누이인 안느(아나이스 드무스티어)가 이웃 청년 장 아제베도(스탠리 웨버)와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이들의 모습은 테레즈의 심경을 뒤흔들어 놓는다. 천편일률적인 자신의 삶을 견딜 수 없었던 테레즈는 남편 베르나르가 치료를 위해 조금씩 먹는 치명적인 독약인 비소의 양을 몰래 점차 늘리기 시작한다. 테레즈는 약을 구하기 위해 거짓 처방전을 발행 받고, 그로 인해 의사에게 고소당하면서 그녀의 행각은 곧 발각된다. 그러나 친정과 시댁 가문은 스캔들을 두려워해 그녀를 무죄로 만들고, 집에 유폐한다. 식음을 전폐하며 야위어가던 테레즈는 결국 남편의 손을 벗어나 파리로 가지만, 원하던 자유를 얻었음에도 그녀의 삶은 여전히 위태롭게 보인다.
[영화] 현실과 이상, 그 사이의 모순
영화 ‘테레즈 데케루’의 원작 소설인 프랑소아 모리악의 <테레즈 데케루>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더불어 여성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당시 테레즈가 겪는 혼란은 영화 속에서 분명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제껏 밝음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배우 오드리 토투가 연기하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과 꾹 다문 입술, 공허한 눈동자의 테레즈는 그 자체로 틀에 박힌 당시 여성의 삶 속에서 고통을 느끼는 한 영혼의 현현처럼 보인다. 이 영화와 원작 모두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여주인공을 뒤흔드는 혼란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편 독살 시도’라는 범죄를 저지르기까지의 과정을 영화는 지극히 담담하고 차가운 어조로 그린다. 그러나 테레즈의 무감각한 태도는 그녀가 마음속에서 겪고 있는 지옥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영화의 곳곳에서 출몰하는, 배를 타고 망망한 바다를 항해하는 장 아제베도의 환영은 그녀가 갈망하는 자유를 상징하지만, 정작 혹독한 유폐 생활 끝에 자유를 얻은 테레즈의 모습에서도 희망은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는 자신의 삶에 순응할 수 없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복잡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가져오는 모순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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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현실과 이상, 그 사이의 모순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조엘 에저튼, 시고니 위버, 벤 킹슬리

성경의 모세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작. 고대 이집트 왕국에서 왕이 될 람세스(조엘 에저튼)와 형제처럼 자란 모세스(크리스찬 베일)는 노예로 부림을 당하고 억압받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어 이집트를 탈출하게 된다. 성서에 등장하는 이집트에 내려진 10개의 재앙과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이 거대한 스케일의 정점을 이룬다.



갈증
[영화] 현실과 이상, 그 사이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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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 장애와 우울증으로 해고된 전직 형사 아키카주(야쿠쇼 코지)는 이혼한 아내로부터 고등학생 딸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그는 딸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완벽한 딸의 모습 뒤에 감춰진 추악한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고백’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 강렬한 이미지와 잔혹한 소재로 정평이 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신작.



악사들


[영화] 현실과 이상, 그 사이의 모순
감독 김지곤
출연 혜광 스님, 이승호, 이현행, 이정수

스님과 음악하는 중년들로 이루어진 부산에서 활동하는 5인조 밴드 ‘우담바라’.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험난한 삶을 살아온 중년의 음악인들은 1970 ~ 1980년대 나이트클럽에서 활약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연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음악에 대한 사랑을 불태운다. 영화는 음악과 삶이 구분되지 않는 그들의 일상을 쫓아가며 악사들의 희로애락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글 최은영 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