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꼴Q열전] 선바의 예술세계 ‘여자들의 셀카 찍는 법’에 좋아요 10만 개
페이스북 페이지 ‘선바의 예술세계’를 운영하고 있는 1인 콘텐츠 제작자 ‘선바(김선우, 숭실대 철학 3)’.

그는 페이스북에 혼자 제작하고, 편집하고, 출연까지 한 ‘웃긴 동영상’을 업로드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촌철살인 개그로 메마른 현대인의 감성에 가습기 한 대 놓아드리고 있는 웃음의 제왕 ‘선바’.

지금도 들리는 것 같지 않은가, 그의 웃음소리가. 하하하하~


또래 친구들이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며 동심을 키워가고 있을 때,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웃음의 미학에 대해 고민하던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내면에는 개그 본능이 꿈틀꿈틀 자라나고 있었지만 워낙 수줍음이 많았던 터라, 쉽사리 에너지를 발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초딩 시절, 우연히 아이스크림을 먹고 던져버린 바가 하수구에 꽂혀 우뚝 서면서 친구들은 그를 ‘선바’라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 이름인 선우가 아닌 선바로 불리는 순간, 내면의 개그 감각 봉인 해제! 샤이보이 선우는 잊어라. 충만한 개그 욕심으로 너의 웃음을 책임질 선바가 간다!


샤이보이 ‘선우’와 개그 천재 ‘선바’
“이름보다 선바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게 편하더라고요. 원래 낯가림이 심하고 수줍은 성격인데, ‘선바’라고 불리는 동안에는 친구들을 잘 웃기고 재밌는 아이가 되는 것 같아요. ‘선우’와 ‘선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거죠.”(웃음)

평소에도 어떻게 하면 친구들을 웃길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하던 그는 지난해 9월, 군대를 전역하며 웃긴 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당시 SNS에는 외국에서 퍼온 짤막한 웃긴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의외로 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이 솟아났다. 그는 친구들을 마음껏 웃겨 주겠다는 생각으로 6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내용은 별 것 없었다. 그냥 ‘하하하하’ 웃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의 개그 욕심을 채워줄 만족스런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뿌듯한 마음에 그는 꾸준히 친구들을 웃길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꼴Q열전] 선바의 예술세계 ‘여자들의 셀카 찍는 법’에 좋아요 10만 개
[꼴Q열전] 선바의 예술세계 ‘여자들의 셀카 찍는 법’에 좋아요 10만 개
[꼴Q열전] 선바의 예술세계 ‘여자들의 셀카 찍는 법’에 좋아요 10만 개
“군대 생활을 6초짜리 영상에 담았는데, 그게 반응이 굉장히 좋았죠. 인기도 많이 얻었고요. 그렇게 겨울방학까지 영상을 열심히 찍다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쉬고, 다시 올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아예 ‘선바의 예술세계’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웃긴 동영상만 올린 거예요. 처음에는 ‘좋아요’ 숫자가 1000개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8만8000개까지 늘었어요. 확실히 학교 다닐 때는 열심히 못하니 반응이 안 좋았는데 휴학하고 집중해서 열심히 찍으니까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늘더라고요.”

짧으면 6초, 길면 30초 정도의 동영상을 일주일에 1, 2편 찍어 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기에 휴학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학교 다니면 찍을 시간이 없거든요. 낮에는 학교에 계속 있잖아요. 학교에서는 창피해서 찍을 수가 없어요. 그럼 집에 가서 찍어야 하는데, 저녁에는 집에 가족들이 다 있잖아요. 그럼 또 수줍으니까 할 수가 없어요.”


열심히 만들면 ‘개망’, 대충 만들면 ‘빅웃음’의 아이러니
1년여 동안 그가 올린 웃긴 동영상은 100여 편. 적은 것은 5000명, 많은 것은 10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를 정도로 그의 동영상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했고, 인스타를 통해서도 선바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영상에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건전한 웃음을 추구하는 것. 쉬운 길을 택해 더럽고, 자극적인 소재들로 웃길 수도 있지만 그는 이런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다. 깨끗하고 청량한, 신성하면서도 고급진 웃음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작 의도 때문에 망할 때(?)도 많지만 말이다.

“제 개그 스타일은 반응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열심히 생각하고 기획해서 ‘이거 정말 웃기겠다’ 싶은 마음에 올린 것은 반응이 별로 안 좋거든요. 공들여 찍은 것보다 그냥 막(?) 찍은 것들이 더 인기가 높아요.”

가발 쓰고 수염까지 붙이며 예수님을 따라한 ‘니 아버지 뭐하시노’는 그의 망작 중 하나다. 굉장히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대신 여자 친구들이 술자리 내내 셀카만 찍다가 결국 음식 사진만 SNS에 올리는 모습이 황당해 만든 ‘여자들의 셀카 찍는 법’은 예상치 못하게 ‘좋아요’ 10만을 달성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빅웃음을 줄 수 있는 것. 때문에 그는 늘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더 웃긴 장면을 찾아낼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기가 증명하듯, 그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데 능숙하다. 선바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관찰해 웃음 포인트를 찾던 행동들이 나름의 개그 훈련이 된 셈”이라고 뿌듯하게 말했다.


뜬금포 ‘잘생겼어요’ 댓글이 제일 좋아
“SNS ‘좋아요’ 중독이라는 게 심각한 것 같아요.(웃음) 몇 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도 달아주니까 점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죠. 영상을 올리고도 반응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늘 조마조마해요. 그래서 올리고 나서는 일부러 반응을 보지 않아요.”

대부분의 반응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이거 볼 바엔 불교 방송을 보겠다’ 같은 댓글이 달리기도 하는데, 그는 “그런 댓글도 재미있다”며 캡처해서 영상을 만들 때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댓글은 영상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잘생겼어요’라는 내용이라고.

그는 올해 안에 ‘좋아요’ 10만 개를 달성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데드라인이 얼마 안 남았기에, 어떻게 하면 한방 크게 날릴 수 있을까 고심하는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강남스타일’을 능가하는 인기 영상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선바의 예술세계잖아요. 찍는 사람이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뜻이 있다면 예술이라 생각해요. 저는 제가 찍는 것들이 예술이라 생각하거든요. 한순간에 흘러가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글 박해나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