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잡:땅콩 도둑들’ 만든 이대현 팀장

그야말로 애니메이션 춘추전국시대다. 최근 극장가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 음악으로 남녀노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줄을 잇고 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관련 직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겨울왕국’의 애니메이터가 한국인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며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졌다.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직업 ‘애니메이터’. 세계 120개국에 선판매되고 북미지역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넛잡:땅콩 도둑들’의 이대현 팀장을 만나 애니메이터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지상 멘토링] “관찰력과 상상력, 애니메이터의 기본기”
애니메이터 이대현은…
아주대 미디어학부 컴퓨터애니메이션 졸업
現 레드로버 애니메이션 팀장
창세기전 온라인 알파버전
TV 애니메이션 'FOP2' '드림킥스'
실사합성 애니메이션 '스쿠비두 4'
극장용 애니메이션 '개미'티져영상,'넛잡'
극장용 애니메이션 '스파크' 진행 중



애니메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우리가 쉽게 접하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말하고, 걷고, 뛰고, 날고, 구를 수 있도록 모든 움직임을 창조하는 일을 하죠. 하지만 단순히 움직임만 만드는 것은 아니에요. 애니메이터의 진짜 역할은 캐릭터가 갖고 있는 감정, 성격, 특성을 담아내 정말 살아 있다고 관객이 믿을 수 있게끔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죠. 애니메이션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그만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직업입니다.


미술 파트와 애니메이션 파트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애니메이터는 캐릭터 디자인 작업은 하지 않나요?
애니메이터가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컴퓨터 애니메이션 특성상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 데도 다양한 역할이 나누어져 있어요. 일단 미술 파트 디자이너가 캐릭터를 그리죠. 그러고 나서 모델러가 캐릭터를 컴퓨터에서 입체적으로 만들어냅니다. 그 후 리깅 파트에서 이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게 기능적인 세팅을 하죠. 애니메이터는 기능적인 세팅이 완료된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고요.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은 생각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애니메이터는 연기자가 되는 것이라는 말도 있던데 구체적인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영화에서는 연기를 하는 배우와 감독이 따로 있잖아요? 애니메이터는 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겸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일단 작업 샷이 할당되면 그 샷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연구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캐릭터가 각 샷에서 어떤 행동, 표정, 감정 선을 보여줄지 판단하죠. 이후 애니메이터들은 적합한 참고 자료를 얻기 위해 직접 연기를 하고 촬영을 하며 유사한 영상을 찾기도 해요. 그 다음 실제 캐릭터를 가지고 움직임을 넣는 작업을 하는데 여기까지의 과정이 결국 연기를 하는 배우와 그것을 지시하는 감독의 역할 둘 다가 되는 것이죠.
[지상 멘토링] “관찰력과 상상력, 애니메이터의 기본기”
이번 영화의 캐릭터는 동물이다 보니,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 차이보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성격의 차이를 표현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넛잡’에 등장하는 ‘프레셔스’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만약 프레셔스를 단순하게 ‘네발로 뛰어다니는 개’로만 작업했다면 개의 움직임에 대해 철저하게 연구하고 적용하면 끝이겠죠. 하지만 프레셔스는 하나의 캐릭터고 개성 있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프레셔스가 느끼는 감정, 처한 상황에 따라 그가 가질 수 있는 고유성을 표현하는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죠. 게다가 그런 고유의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대상이 ‘인간’이 아닌 네발로 뛰어다니는 ‘짐승’이라니 어려움이 배가 됐고요. 프레셔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캐릭터마다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지상 멘토링] “관찰력과 상상력, 애니메이터의 기본기”
최근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이 화제가 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애니메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중요한가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관찰력과 상상력이죠.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애니메이터는 끊임없이 움직임의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이해해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당장에 키울 수 있는 능력은 아니에요. 사물에 대한 깊은 관찰력이 습관화되었을 때 가능한 부분이죠. 때문에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평상시 깊은 관찰력을 습관화하고 실제 연습을 위해 크로키나 정밀묘사를 자주 해보길 권해요.

아트적인 측면에서는 상상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애니메이터는 직접 연기를 하며 이를 토대로 참고 자료를 찾거나 작업을 하죠. 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풍부한 표정이나 익살스러운 움직임을 완벽하게 현실에서 구현하고 참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평소에 많은 것을 접하고 경험하는 것이 상상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많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삶을 습관화한다면 이미 훌륭한 애니메이터의 기본은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애니메이션을 전공하셨는데, 관련 전공을 갖지 않아도 취업이 가능한가요?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실제 종사자 중 비전공자 출신도 상당히 많죠. 다만 사전에 애니메이터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은 필수예요. 전문교육학원이나 정부, 지방 자치 기관 등에서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니 기회가 많아요. 이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작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준비하시면 될 것 같아요.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어떤 식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애니메이터에게 포트폴리오는 가장 중요한 스펙입니다.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작업 결과물을 적절한 시간에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우선이에요. 인사 담당자들은 포트폴리오를 볼 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30초 정도면 대부분 결과가 나오죠. 초반 30초에 담당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드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세요. 가령 2분짜리 포트폴리오 영상을 만든다면 초반 30초에 가장 자신 있는 결과물을 집중시키고 나머지는 다양성에 중점을 두면 됩니다. 물론 전체적인 작업 퀼리티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 것은 필수겠죠.
[지상 멘토링] “관찰력과 상상력, 애니메이터의 기본기”
게임, 입체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하셨잖아요.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션만 담당하는 것이 아닌가요?
배우가 영화 이외에 드라마나 CF 활동을 하는 것과 비슷해요. 게임, 입체영상, 영화 CG, CF CG 등 애니메이터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합니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필요한 영상물이라면 어떤 분야라도 활동이 가능하죠.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정규직보다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스토리보드, 시나리오 등의 부분이 대표적이죠. 애니메이터의 근무 형태는 어떤가요?
아직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관련 종사자들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애니메이터는 대부분 회사에 소속돼 근무합니다. 기본적으로 수 명에서 수십 명의 인원이 필요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프리랜서에게 맡기는 일은 드문 편이죠. 최대한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기도 하고요. 애니메이터 본인에게도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프리랜서보다 회사에 귀속되어 제대로 된 작업을 하는 것이 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지상 멘토링] “관찰력과 상상력, 애니메이터의 기본기”
애니메이터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애니메이션은 분명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다만, 아직은 산업 기반이 취약한 관계로 흔히 추구하는 안정된 직장, 돈을 많이 버는 직장과는 거리가 있죠. 그만큼 현재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 중에는 정말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애니메이션 산업이 열악한 환경을 이기고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죠. 애니메이터를 희망한다면 일단 진심으로 이 일에 애착과 의지가 있는지를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만약 자신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리세요.












애니메이션 분야 취업을 꿈꾸고 있다면?
지난 2월 6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취업지원실은 애니메이션 분야 취업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취업 특강에는 글로벌 애니메이션 ‘라바’의 맹주공 감독과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데이브 보서트 프로듀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참석해 취업 준비 방법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라바’의 맹주공 감독은 학생들에게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포트폴리오에 자신의 작업물을 다 담으려 하지 말고 자신이 지원하는 분야에 맞춤형으로 준비해야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 특강 서머리

1. 시나리오 파트 : 대부분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 국내에는 영유아 애니메이션 전문 작가가 거의 없어 대부분 시트콤 작가들이 애니메이션 작업을 함께한다. 좋은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면서 플롯, 개그, 뉘앙스 등을 캐치하는 연습을 해볼 것.


2. 스토리보드 파트 : 영상을 미리 그려볼 수 있도록 연출, 레이아웃을 제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취업 희망자는 포트폴리오에 드로잉, 연출력, 창의력, 센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스토리보더는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3. 미술 파트 : 작품에 녹아나는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채용 시 포트폴리오의 캐릭터 스케치, 라인 등을 중요하게 본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4. 모델링 파트 : 캐릭터를 3차원 작업하는 일을 한다.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양각, 실루엣을 살리는 능력, 감각을 판단한다. 입사를 할 때는 그 회사가 창작물을 진행하는지, 영유아물 이상의 작품을 만드는지를 알아볼 것.


5. 리깅 파트 : 캐릭터가 움직이기 쉽게 관절을 넣고 표정을 만들어 서포트하는 부서. 리깅은 전문 교육 기관이 없어 회사에서 선배들에게 도제식으로 배우는 길밖에 없다. 처음에는 고생스러워도 잘 배워 놓으면 취업이 보장되는 직종이다.


6. 애니메이션 파트 :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작업을 한다. 물체의 무게감, 캐릭터 감정표현 등을 20~30초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줄 것. 입사 전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프로젝트를 확인해 자신과 맞는지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박해나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