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모티콘은 단연 ‘카카오프렌즈’. 토끼 옷을 입고 있는 단무지 ‘무지’부터 부잣집 도시개 ‘프로도’, 새침하고 사나운 고양이 ‘네오’ 등 캐릭터 하나하나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사랑스런 카카오프렌즈를 만들어낸 이는 바로 작가 ‘호조’. 싸이 6집 일러스트를 담당하고, ‘시니컬 토끼’, ‘모두의 얼굴’ 캐릭터를 완성한, 요즘 가장 핫한 캐릭터 디자이너이다.
[멘토링 인터뷰] 호조 캐릭터 디자이너 “너만의 스타일 밀고 가! 기회는 찾아온다”
‘호조’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큰 의미가 담긴 단어는 아니에요. 스무 살 때 포털 사이트의 아이디를 처음 만들 때 사용했던 닉네임이죠.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는데 ‘호조’라는 말이 문득 머릿속을 스치더라고요. 그때부터 닉네임으로 사용했고, 지금까지 쓰게 됐어요.


웹툰, 캐릭터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졸업 후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했죠. 하고 싶은 게 두 가지가 있더라고요. 하나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그리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영화배우가 되는 것. 대학교 입시 때 연극영화과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어요.(웃음) 그래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러고는 컴퓨터 학원에 등록해 그래픽 관련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 후 게임 회사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시작했죠. 회사를 다니면서 2002년쯤 ‘호조넷’을 만들어 한 컷 만화인 ‘호조툰’을 연재했고요.


특히 캐릭터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다면?
학원에서 가장 먼저 배운 분야는 웹 디자인이었어요. 당시 웹디자인이 한창 열풍이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편집 센스가 부족했고 재미도 없더라고요. 그보다는 캐릭터 작업이 더 재밌었죠. 그래서 남들이 웹디자인을 배울 때 혼자 캐릭터 디자인을 준비했어요.
[멘토링 인터뷰] 호조 캐릭터 디자이너 “너만의 스타일 밀고 가! 기회는 찾아온다”
독자를 위해 즉석에서 화이트보드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그린 호조 작가.">
캐릭터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요즘은 캐릭터가 사용되는 용도가 굉장히 광범위하죠. 어떤 용도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방향도 달라져요. 게임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고, 웹툰이나 스토리 라인을 만들 수도 있고요. 저는 지금 소속된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게임, 서비스에 들어가는 이미지를 만드는 거죠. 스마트폰의 기능을 분석해 여러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캐릭터를 완성해요.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은 어떻게 돼요?
클라이언트로부터 디자인을 의뢰 받으면 스케치 작업을 보내 컨펌을 받아요. 그런 다음 디테일 작업을 해서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죠.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까지의 과정이죠.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게임이나 만화책 등 다양한 매체나 일상생활에서 얻어요. 마음 편하게 영화든 예능이든 즐겨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다니죠. 캐릭터를 의뢰 받으면 마감 날짜가 다가오는 동안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데, 그런 고민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문득 뭔가가 떠오를 때가 있어요.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마음고생이 좀 필요하죠.(웃음)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인기예요. 얼마 전에 사인회도 하셨죠?
초등학생부터 20대, 30대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났어요. 요즘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지다 보니, 캐릭터의 소비층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고스톱 게임만 하셨을 부모님들이 요즘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이모티콘도 다양하게 활용하게 됐잖아요. 한 10년 전쯤에는 캐릭터 시장이 굉장히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새로운 시장이 계속 생기고 있으니까요.
[멘토링 인터뷰] 호조 캐릭터 디자이너 “너만의 스타일 밀고 가! 기회는 찾아온다”
[멘토링 인터뷰] 호조 캐릭터 디자이너 “너만의 스타일 밀고 가! 기회는 찾아온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요?
카카오톡에서 자체 캐릭터를 만들길 원해, 몇 개 그려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처음에 만든 것은 고양이 캐릭터인 ‘네오’였죠. 그런데 메인으로 쓰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다고 해서 캐릭터 수를 계속해서 늘렸어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작업은 지난 가을까지만 했어요. 최근에 나오는 이모티콘은 카카오톡 자체에서 만들어서 나오는 거죠.


캐릭터마다 숨겨진 스토리가 있더라고요. 특히 ‘무지’가 토끼가 아닌 단무지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보통은 캐릭터를 완성한 뒤 나중에 스토리를 덧붙여요. 하지만 ‘무지’의 경우는 캐릭터 완성 전에 스토리까지 만들어진 경우죠. 보통 기업의 메인 캐릭터는 착하고, 밝은 이미지이길 원하거든요. 거기에 적합한 게 ‘토끼’예요. 하지만 토끼 캐릭터는 너무 식상하잖아요. 고민 끝에 카카오톡의 컬러인 노란색을 사용해 토끼인 척하는 단무지를 만든 거죠. ‘무지’ 옆에 붙어 있는 악어 ‘콘’은 서비스로 만든 캐릭터예요. 무지가 노랑과 흰색만 들어가 허전한 느낌이라 보색이 될 만한 것을 떠올려 콘을 만들었어요. 악어지만 순한 아이라 조그맣게 그렸죠.


캐릭터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일단 그림을 잘 그려야 하겠죠. 그리고 요즘은 그림의 퀼리티보다는 ‘느낌’ 있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예요. 낙서처럼 보이는 이미지라도 에너지가 있다면 사랑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해요. 그 ‘느낌’이라는 것을 명확히 정의할 수도 없고 어떻게 딱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많이 보면서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죠. 흉내만 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느낌이란 것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어요. 그러니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꾸준히 밀고 간다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요.


캐릭터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라는 말 있잖아요. 사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힘든 것도 즐기면서 할 수 있어야죠. 열 개 중 아홉 개가 실패할 수도 있어요. 실패를 즐길 수는 없겠지만 잘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글 박해나 기자 I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