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실 제주도 ‘슬리퍼 게스트하우스’ 대표

20 대는 찾아보기 힘든 제주도 숙박업계의 ‘최연소’ 여사장 임성실 씨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휴학생이다. 졸업을 미룬 채 지난 4월부터 고향인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준비해왔다. 지난 6월 11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만난 임 대표는 2주 앞으로 다가온 게스트하우스 오픈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청년 CEO 인터뷰] 강의실 밖에서 쌓은 네트워크 ‘굿 스타트’ 원동력 삼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소감을 물으니 “참 멀리 돌아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이론 위주 수업이 ‘잘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던 그는 2학년을 마친 뒤 휴학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며 수입 영화 배급사, 홍보 마케팅 회사, 방송국 등을 전전했다. 하지만 모두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뒀다. “세상에 내게 맞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방황하기도 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임 대표가 숙박업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은 2년 전인 2009년 여름방학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갔을 때다.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시장터에 부모님 소유의 빈 여관 건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교통의 요지인 데다 제주올레 코스에 속해 있고, 서귀포 앞바다와 한라산이 모두 보이는 여관의 입지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이후 그는 틈틈이 여관을 리모델링할 비용을 구하는 한편 콘셉트 및 인테리어 구상에 들어갔다. 운영 감각을 익히기 위해 제주도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혼자서 9시간 내리 방청소만 한 날은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면서도 이 경험을 통해 운영 노하우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단체 객실에는 TV가 필요 없어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다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거예요.” 일하며 보고 느낀 것들은 사업 콘셉트를 형성하는 데 쏠쏠한 도움이 됐다.

임 대표가 ‘슬리퍼 게스트하우스’만의 특징으로 내세운 것은 500여 권의 책이 있는 휴게실이다. 매년 200~300권의 책을 읽는 다독가인 그는 소장도서 중 국내외 문학, 비문학 서적을 엄선해 ‘북카페’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생각보다 높게 측정된 리모델링 비용이 문제였다. 창업 지원금 제도를 찾아보았지만 업종 제한에 발목을 잡혔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창업 지원 제도 역시 숙박업 및 유흥업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임 대표는 부모님께 초기 자본금을 빌리는 대신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존에 있던 가구에 페인트칠을 다시해 재사용했다. 벽에 걸 사진은 사진작가인 지인에게 기증받았다. 간판 역시 벽화 작업을 해본 친구의 ‘자원봉사’로 해결했다. 1억 원이 넘을 거라고 예상했던 인테리어 비용을 2000만 원대로 낮출 수 있었던 것은 강의실 밖에서 쌓아온 ‘인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어려운 일이 생겨도 혼자 해결하는 편이었는데, 창업 준비를 하면서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창업을 할 때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새로운 만남은 잃어버렸던 희망을 소생시킨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그는 대학생 할인, 예술가 할인 이벤트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처음부터 얼마를 벌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았어요. 다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삶이 풍요로워져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눈앞의 성취보다 먼 미래를 보고 가려고요.”

이것만은 기억하라

① 주변의 도움을 적극 이용하라.
② 예산은 초과되기 마련, 넉넉하게 잡고 시작하라.
③ 욕심은 금물,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작게 시작하라.


임성실

1984년 생
고려대 경영 3(휴학 중)
2011년 6월 슬리퍼 게스트하우스 창업

www.sleeper.co.kr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제공 슬리퍼 게스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