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중견·중소기업 고르기

이런 회사 들어는 봤나?

사례 1
전남 광주에 위치한 ‘열수축성 튜브’ 생산업체인 주식회사 무등. 이 회사 정 부장은 낼모레 환갑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선 아직 팔팔한 현직이다. 이곳의 정년은 75세. 정년 이후에도 건강만 허락된다면 얼마든지 일을 하는 분위기다. 구조조정도 없다. 회사에선 아파트 사택을 지원하고, 일 년에 한 번씩 해외 연수도 보내준다.

사례 2
일본 디스코사의 출자 법인인 DHK솔루션의 김 대리는 입사 직후 6개월간 일본 디스코사에서 교육을 받았다.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일본어도 공부했다. 이곳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밟는 코스다. 다시 한국에 와서도 회사의 지원으로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했다. 그는 지금 잇따라 들어오는 스카우트 제안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사례 3
검사 장비를 만드는 마이크로 인스펙션의 이 과장은 지난해 성과급 포함 연봉 7000만 원 이상을 받았다. 직원들이 평균 이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마이크로 인스펙션 CEO의 경영 철학은 ‘수년 내, 전 사원 1억 원 연봉 시대를 여는 것’이다.

사례 4
다이아몬드 공구를 제조하는 이화 다이아몬드공업의 정 차장은 ‘여성이 일하기에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사내엔 어린이집과 여직원 휴게실이 있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 퇴근은 6시 전에 한다. 여성 직원이 많은 편이고 CEO도 40대 여성이다. 직원 수 800여 명, 연간 매출액 5000억 원인 탄탄한 회사로 연봉 수준도 높다.
[Special ReportⅡ] 대기업 뺨치는 연봉·복지… 알짜 중소기업에서 네 꿈 펼쳐라
이상의 사례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산업의 90% 이상, 고용의 87.8%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 조금만 눈을 돌리면 규모는 작지만 연봉, 복리후생, 업무 강도, 기업 문화, 직원 교육 등에서 대기업 부럽지 않은 알짜배기 회사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선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DHK솔루션의 경우 얼마 전 4개 대학 3~4학년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모집한 적이 있다. 전자공학과 학생에게 장학금과 일본 어학연수를 제안했다. 신청자는 놀랍게도 0명이었다. 마이크로 인스펙션의 경우 연봉이 대기업 못지않지만 대학 리크루팅에서 회사 규모만 보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소기업은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또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그 회사가 알고 보면 유수 대기업보다 나은 일자리일 수 있다.

특히 빠른 시간에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길 원하는 이에겐 중소기업이 좋은 일터가 될 수 있다. 중소기업에선 빠르게 일을 배우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승진도 빠르다. 해외 지사장으로 나갈 수도 있고, 경력을 쌓아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도 있다.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명심할 사항은 ‘유망’ 중견·중소기업을 제대로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열악한 곳도 많다. 규모는 크지만 단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골라야 하지 않을까. 알짜배기 회사의 기준은 무엇일까.

기술력, 성장성, 교육 지원,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는지가 판단 근거가 된다.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매출의 일정 부분을 꾸준히 R&D(연구개발)에 쏟는 곳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인재 육성에 투자하는 기업에서 일한다면 개인의 발전도 빠를 수밖에 없다.

유망중견·중소기업이렇게분별하라!

안정성이 있는 곳인가
김형태 아프로R&D 대표와 직원들이 전자 현미경용 기판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0.11.04
김형태 아프로R&D 대표와 직원들이 전자 현미경용 기판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0.11.04
기업이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지 기업 재무제표를 통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자산 총액, 매출액, 순이익, 영업이익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에 맞는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순이익을 창출하면서 현금 흐름이 있는지를 보자.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장률이다. 매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영업이익을 꼼꼼히 살펴보자. 제조업체의 경우 평균 영업이익은 5% 정도다.

영업이익이 10% 이상이면 우량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크루셜텍’이라는 중소기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20%가 넘는다. 관련 정보는 각 사 홈페이지, 중소기업정보은행(www.digitalsme.com)이나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서 얻을 수 있다.

공신력 있는 인증을 받았는가

유망중소기업 인증 : 1980년대 초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정책으로 만든 것 중 하나가 ‘유망중소기업’ 인증 제도다. 이 인증은 80년대 초 시장 선도 기업이 받았다. 따라서 이 인증이 있는 곳은 30년 이상 내공이 쌓인 회사이며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라 볼 수 있다.

2000년도 후반기 들어서 일부 광역자치단체와 금융기관에서 유망중소기업 선정을 하고 있으나 사업 초기와는 다른 개념이므로 80~90년대 받은 곳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확인제도 : 2000년대 들어 벤처 붐이 일면서 정부가 ‘벤처기업확인제도’를 통해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했다. 벤처캐피탈 투자기업, 연구개발 투자기업, 신기술개발기업, 기술평가기업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 인증을 받으려면 일정 조건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비교적 우량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개발 투자기업의 경우 총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0% 이상(업종별 차이 있음) 돼야 하고 신기술개발기업은 연간 총매출액의 25% 이상을 수출해야 한다.

단, 벤처기업확인제도는 유효기간이 있다. 이전에 받았지만 기간이 지났을 경우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곳인지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인증 : 벤처기술 인증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증이 바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이다. 이노비즈란 혁신과 기업의 합성어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중소기업을 뜻한다.

한때는 이 인증을 남발한 적도 있으나 현재는 까다롭게 선정하고 있으므로 유망 중소기업의 판단 기준이 된다. 특허를 많이 내고 연구소와 연구진이 있는 중소기업이 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을 유지한다는 것은 인력 이탈 방지를 위해 시장 평균 이상의 연봉을 지급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출유망중소기업 인증 : ‘수출유망중소기업’ 인증도 받기 까다로운 것 중 하나로 꼽힌다. 중소기업청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발굴해 23개 수출지원기관의 우대 지원을 받게 한다.

이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해외 출장 등의 수출 관련 업무가 많다. 특히 해외 경험을 하고 싶거나 외국인을 상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될 수 있다.

품질 및 규격이 검증된 곳인가

각종 품질과 규격 관련 인증을 받고 있는 곳은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파악할 수 있다.

ISO : ISO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업무 관련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GWP : Great Work Place의 약자. 기업 문화가 뛰어난 곳에 주는 인증이다. 전 종업원이 자신의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하고 있는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며,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터를 의미한다. GWP를 받기 위해선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서로가 신뢰해야 한다. 둘째, 직원들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하고 있는 일을 신바람 나게 즐겨야 한다. 앞서 사례로 소개한 주식회사 무등이 이 인증을 받았다.

클린사업장 : 클린사업장 인증을 받은 기업은 쾌적하고 깨끗한 업무 환경을 갖춘 곳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각종 정부 포상을 받았는가

여러 수상 실적도 유망 중소기업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국가 생산성 대상 : 인간 존중의 생산성 향상을 근간으로 체계적인 경영혁신 활동을 통해 모범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룬 기업에 수여하는 정부시상 제도다. 리더십과 사업성과 영역으로 나눠 심사를 한다. 이 상을 받은 기업은 인적 자원과 리더십이 있고,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직무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라 보면 된다.

수출의 탑 :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수출 성과에 대해 주는 포상이다. 수출 실적 기준 백만불대 탑, 천만불대 탑, 억만불대 탑 등으로 구분된다. 이 상은 중소기업 상품에 관한 수출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 다시 말해 해당 제품의 자체 기술이 있고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외 지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

IR52 장영실상 : 52라는 숫자는 52주를 의미한다. 매주 한 기업씩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한 곳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국내 최고의 산업기술상으로,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거나 흐름을 바꿨을 때 이 상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삼성테크윈만 받았다. 이 상을 받은 곳은 특히 R&D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선정하는 ‘행복지수 1등 기업’에 속한 곳이라면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이라 볼 수 있다. 또 중소기업연수원에 의무 교육을 위탁한 기업이라면 회사 및 직원 교육에 관심이 많은 곳이라 해석할 수 있다.

기업 부설 연구소를 갖추고 있거나 병역특례업체로 선정된 곳도 R&D가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에 선정된 기업도 R&D 투자와 수출이 활발한 곳이다.

이상진 중소기업진흥공단 경영품질연구실 교수가 말하는 이것만은 꼭!
[Special ReportⅡ] 대기업 뺨치는 연봉·복지… 알짜 중소기업에서 네 꿈 펼쳐라
관심 있는 중소기업이 있다면 여러 가지 수상 실적이나 인증 등 그 기업의 ‘스펙’을 확인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에 직접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실제 분위기와 직원들의 태도, 그리고 CEO의 경영 철학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CEO가 기술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인지, 윤리 경영을 하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사항이다.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터뷰할 수도 있고, 각종 직무 포럼 등에 참석하면 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 될 만한 정보를 얻을수있다.

각종수상실적 등은 해당기업 홈페이지에 가면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GWP 인증을 받았거나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한 기업은 웬만한 대기업보다 낫다. 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에 선정된 곳도 유망하다고 볼 수 있다.
[Special ReportⅡ] 대기업 뺨치는 연봉·복지… 알짜 중소기업에서 네 꿈 펼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