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홍보팀 VMD임소연

“참 애매~하네요.”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임소연 씨와 첫 통화를 했을 때 기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유명 기업 이력서에 기입하기에 애매한 점수라는 뜻이었다. 수도권 4년제 대학 졸업에 토익 420점, 어학연수 경험이나 자격증 없음. 스펙으로만 보기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 은근슬쩍 도발해본 기자의 말에 그의 반응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쿨’하게 웃어넘겼다. “하하, 정말 그러네요.” 유명 의류 업체인 쌍방울 홍보팀에 당당히 입사한 임 씨에겐 스펙이 아닌 또 다른 ‘성공 조건’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취업문 뚫은 나만의 무기
- 나만의 강점을 담은 자유이력서와 포트폴리오
- 온라인 지원이 아니라 취업박람회를 공략
- 작은 일부터 꾸준히 쌓아온 실무 경험
[저질 스펙 뚫고 하이킥] “강점 담은 자유이력서 들고 인사담당자 찾아갔다”
임소연 씨는?
학력
강남대 시각디자인학과 졸업(2011년 2월)
학점 3.93점
토익 420점
어학연수 없음
자격증 없음

쌍방울 본사 로비에서 만난 그는 ‘저스펙’ 구직자들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저도 학벌에 대해선 자신감이 없었어요. 어학 점수도 너무 낮았고요. 무엇보다 신입치고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스물일곱 살에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이 나이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임 씨는 취업에 앞서 대학에 들어갈 때도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미대 입시를 준비했는데 뜻하지 않게 실패를 거듭했던 것. 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한 차례 편입을 하다보니 또래에 비해 졸업이 늦어졌다. 그는 이 시기를 “힘든 만큼 ‘약’이 된 시기”라고 설명했다. “지치고 위축됐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을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남들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건 시간 낭비가 아니라 소중한 경험이 될 거란 걸 알았죠.”

‘모든 것이 경험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되뇌던 말이었다. 영어나 자격증처럼 스펙을 쌓기 위한 공부는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학교 밖에서 열리는 공모전과 외부 워크숍 활동에 최선을 다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공모전에 주로 참여했어요. 그게 제가 학교 생활하면서 쌓을 수 있는 경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임 씨는 졸업 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인쇄광고부문 공모전, LG생활건강 패키지디자인 공모전, 코리아 디지털 디자인 국제공모전, 산업미술전람회 등 8개 공모전에서 크고 작은 수상 경력을 남겼다.

동아리 활동에도 주력했다. 시각디자인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공공디자인과 관련한 해외 워크숍에 참가했다. 국제 포럼 행사의 전시 책자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런 활동을 한 것이 취업하는 과정에서 차별화된 강점이 됐다”고 말했다. 학교 활동만 열심히 한 사람에 비해서 적극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직접 만든 이력서 들고 취업박람회 찾아가

후회 없는 대학 생활을 보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졸업 후 20여 개 기업에 이력서를 냈지만 서류 전형을 통과한 곳은 단 세 곳뿐. 다시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때 임 씨가 선택한 방법이 ‘자유이력서’ 만들기다.

“몇 군데 떨어져 보니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회사가 주는 양식대로 지원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100% 어필할 수 없으니 나만의 자유이력서를 만들어서 찾아가자고 생각했죠.”

양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자기소개서에 들어가는 성장과정, 장단점,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를 모두 적었다. 내용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항목당 7~8줄 정도로 간략하게 적되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디자인 전공자인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또 하나의 무기는 ‘포트폴리오’.

“학창 시절 참여했던 활동들을 모아보니 작품이 12개 정도 되더라고요. 그것을 하나로 묶어서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어요. 각각 다른 활동 내역들을 하나의 콘셉트로 연결시켜서 모든 것이 제 개성을 표현해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지원방법도 차별화했다. 온라인 지원 대신 직접 이력서를 전달하는 방법을 택한 것. 그가 입사한 쌍방울에 원서를 낼 때는 취업박람회를 찾아갔다. “실제로 박람회에서 인터뷰를 해보니 온라인 지원보다 더 유리하더라고요. 온라인 지원은 서류로만 평가를 받는데 박람회에서는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 진심을 전달할 기회가 생기는 느낌이었어요.”

박람회에서 그가 인사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단 5분. 하지만 임 씨를 만났던 인사담당자는 다시 면접을 보자며 그를 회사로 불렀다. “미리 회사 정보를 찾아보고 가서 회사에 관심사를 드러낸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그는 귀띔했다.

그가 전한 또 다른 조언은 구직 기회를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것. “사실 상·하반기로 나누어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은 상위 몇 %에 불과해요. 그런데 워낙 인지도 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모두 다 그렇게 채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알고 보면 수시로 채용하는 기업이 더 많아요. 평소 그런 기회를 눈여겨보는 것도 중요해요.”



면접에서는 ‘토익’ 대신 ‘경험’ 묻더라

실무진 면접과 임원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는 그의 점수가 아니라 경험을 보기 시작했다. 특히 졸업 후 소규모 회사에서 6개월간 인턴십을 했던 경험은 면접의 단골 소재였다. “대학생 때 참여했던 공모전이 디자인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 계기였다면, 졸업 후 했던 인턴십은 현장에서의 감을 익히고 조직 생활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가 됐어요.”

그가 지원한 분야는 매장의 디스플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패션VMD(비주얼 머천다이저) 직종. 그는 “VMD와 관련된 업무를 경험해본 적은 없었다”면서도 “그동안 배웠던 것을 모두 이용한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실무에 적응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찾아갔던 시간들이 결실을 이뤄 그가 지원한 VMD라는 직종에 대한 기대와 확신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는 “면접에서는 면접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자신감 있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며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면접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최종 합격. “무엇보다 스스로 이루어낸 결과라는 점에 성취감을 느낀다”며 그는 웃었다.

“저도 낮은 스펙 때문에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요. 정말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 떨어졌을 때는 낙심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학벌이나 스펙에 구애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회사에 맞게 어필하는 법을 연구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 일해보니 학교 이름이나 토익 점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제 동기들이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토익이 몇 점인지 잘 몰라요. 서로 궁금해 하지도 않고요. 일하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거든요.”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