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 낮으면 감점?’ ‘경력란을 비우면 탈락?’ ‘자소서에 소제목은 필수?’ 서류 전형에 대해 왈가왈부는 많지만 대부분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서류 전형을 진행하는 인사담당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매년 수만 명의 지원서를 받아보는 국내 대표 4개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서류 전형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을 모아 질문했다.

스펙
실제로 스펙이 서류 전형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SK텔레콤 :
스펙만 본다는 생각은 구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오해인 것 같습니다. SK텔레콤은 완전한 ‘오픈 채용’입니다. 스펙을 평가하는 전형은 하나도 없죠. 서류 전형에 참여하는 평가위원에겐 지원자의 학교, 학점, 영어 성적과 같은 정보는 전혀 공개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인데요, 직무와 유사한 경험이나 해당 분야에 경험이 있는지, 또 그 경험을 통해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를 주로 봅니다.



이랜드 :
이랜드 역시 서류에서 스펙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학 점수 기준도 없습니다. 2012년 상반기 채용의 예를 들고 싶은데요, 상위 3개 대학으로 꼽히는 학교 출신의 지원자가 1000여 명 있었는데 그중 96%가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반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학교 출신 지원자들이 상당수 면접에 올라갔죠. 중요한 것은 학력이 아니라 직무에 대한 진정성입니다.



한국전력공사 :
대부분의 공기업이 비슷하겠지만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서류 전형은 계량화할 수 있는 어학 점수, 자격증 등의 평가 항목이 정해져 있습니다. 채용 공고를 낼 때부터 평가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그에 따라 몇 배수를 선출하는 식이죠. 그렇기 때문에 서류 전형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스펙’이라고 볼 수 있는 수치화된 항목들입니다. 자기소개서 내용은 면접에 올라갔을 때 평가합니다.
[긴급출동 SOS 서류전형 구조대] 인사담당자들이 말하는 서류 전형 ‘오해 또는 진실’
경험
기업에서 대졸 신입에게 요구하는 경력은 어떤 것인가요?

SK텔레콤 :
초대졸 신입사원에게 회사가 기대하는 경력은 많지 않습니다. 대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경험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력이 전혀 없다고 탈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원한 직무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다면 관련 동아리, 학회 등의 활동을 통해 스스로 공부해온 부분을 강조하는 게 좋습니다. 꼭 직무와 관련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대외활동, 봉사활동, 인턴십 경험을 적으면 그 지원자의 조직적응력이나 융화력, 리더십 등을 평가하는 척도가 됩니다.



대우조선해양 :
전공 무관으로 채용을 진행하다 보니 전혀 관련 없는 분야를 전공한 지원자가 설계 업무나 생산관리 업무를 하고 싶다며 지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공이 직무와 다르더라도 해당 부서에 들어왔을 때 업무를 할 수 있는 역량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우 인사담당자들은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통해 그 지원자가 어떤 역량을 쌓아왔는지를 찾게 됩니다. 만일 이력서 어느 곳에서도 관련 분야에 대해 준비해온 역량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지원자를 뽑기는 어렵습니다.



이랜드 :
이력서에 기입하라고 만들어놓은 항목 중 의미 없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항목이 그 지원자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됩니다. 경력 사항에는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와 연관된 경험을 적는 것이 좋습니다. 외식 분야를 지원했다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이 소중합니다. 유통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매장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본 경험이 도움이 됩니다. 사실상 이랜드에서는 이런 경험들을 학점 1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진정성
진정성 있는 자기소개서와 그렇지 않은 자기소개서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이랜드 :
자기소개서에서 다른 회사의 이름이 보이면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뽑지 않습니다. ‘Copy & Paste’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지원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원서 안에 지나치게 자부심이 드러나 있는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뽑으려면 뽑고 뽑지 않으려면 말라’는 식의 지원자가 있는데요, 이건 당당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스펙은 조금 낮더라도 우리 회사에 꼭 들어오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지는 지원서에는 눈길이 갑니다. 채용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갈급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SK텔레콤 :
요즘엔 사설 학원에서 자기소개서 쓰는 형식을 가르쳐준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문단 앞에는 소제목을 달고, 도입 부분에는 인용구나 속담을 이용하라는 식이죠.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자기소개서에 비슷한 내용이 너무 많이 보이면 본인이 고민해서 쓴 내용이라기보다는 누군가 알려준 대로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경우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지원자의 진정성을 느끼기가 힘들어지는 거죠.



한국전력공사 :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틀에 박힌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많이 반복되는 소재는 어학연수와 동아리 활동, 남학생의 경우 군대 이야기 등이죠. 솔직히 이런 소재는 너무 많이 읽어서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소재만 같은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도 정형화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아리 인원이 줄어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자신이 회장으로 활동하며 늘렸다든지, 어학연수 가서 처음엔 적응이 힘들었는데 극복했다는 내용은 진부하다는 느낌부터 받습니다.
[긴급출동 SOS 서류전형 구조대] 인사담당자들이 말하는 서류 전형 ‘오해 또는 진실’
TIP
자기소개서를 쓸 때 꼭 기억할 것은 무엇인가요?

한국전력공사 :
모든 지원자의 목표는 서류 전형 통과만이 아니라 최종 합격일 것입니다. 서류 전형에서 자기소개서 내용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소홀히 작성해서는 안 됩니다. 입사 지원할 때 제출한 자기소개서가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기 때문이죠. 자소서는 회사에서 제시하는 항목에 맞는 대답을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화려하고 기발한 내용보다는 평범하더라도 솔직하게 썼다는 느낌을 주는 자기소개서에 마음이 갑니다.



SK텔레콤 :
지원서를 평가해보면 지원자들의 기본 역량이나 태도에는 큰 편차가 없습니다. 모두가 자기소개서에서는 열정적이기 때문이죠. 다른 지원자와 차별을 두고 싶다면 직무 적합도를 내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원자가 많지 않습니다. 회사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쓰지 않고 맥락 없이 본인의 자랑만 나열해놓은 자기소개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합니다.



대우조선해양 :
고민한 티가 많이 나는 자기소개서를 보고 싶습니다. 눈에 띄는 문구를 쓰기 위해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지, 왜 그 직무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충분히 고민한 뒤에 지원서를 작성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 관심이 많은 지원자들은 언론에 나오지 않은 이슈에 대해서도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적어놓더군요. 내용이 특이하다고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자기소개서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