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것을 시작한 청년들, 하루 4시간밖에 못 자도 종일 하하하

“3 년 안에 1000억 원 가치 웃어밥을 만든다. 할 수 있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염리동 산꼭대기의 한 허름한 집.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인 이 집은 주먹밥 브랜드 ‘웃어밥’ 다섯 멤버의 보금자리다. 1000억 원을 운운하는 격문을 걸기엔 집 모양새가 조금(?)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이곳에서 크고 있는 다섯 청년의 꿈은 숫자로 바꿀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다.
[청년 CEO 이야기] 웃어밥 “주먹밥으로 세계 제패할 거야!”
웃어밥의 첫걸음은 지난 5월 7일 새벽 2호선 이대역 3번 출구 앞 길 위에서 시작됐다.

최성호(대표), 최종은(이사), 금태경(이사) 씨로 구성된 삼총사가 ‘취업 대신 창업’이라는 결의를 하고 첫 번째 웃어밥을 선보인 날이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종종걸음으로 학교에 가는 이대생들에게 따뜻한 주먹밥을 권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힘을 불어넣었다.

“긍정의 힘으로 오늘 하루도 즐겁게! 이화여대 파이팅!” “오늘 중간고사 치는 날이죠? 마지막까지 파이팅!”

호텔 요리사 뺨치게 격식을 갖춘 복장에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청년들에게 자연스레 이목이 집중됐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3번 출구에 나타나 힘찬 구호를 외치며 주먹밥을 판 그들은 순식간에 이대 앞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4개월 만인 9월,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대 근처에 웃어밥 매장을 오픈한 것. 선배에게 500만 원을 빌려서 시작한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성과다.
[청년 CEO 이야기] 웃어밥 “주먹밥으로 세계 제패할 거야!”
[청년 CEO 이야기] 웃어밥 “주먹밥으로 세계 제패할 거야!”
최성호 웃어밥 대표
1984년생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12년 5월 최종은·금태경 이사와 웃어밥 창업
2012년 9월 서울 염리동에 1호점 개점

웃어밥은 ‘해피 벤처’의 첫 번째 브랜드

“고객에게 사랑받으려면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사를 시작했어요. 사든 말든 개의치 않고 큰 소리로 외쳤더니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보고 웃는 사람이 늘어나더라고요. 새벽 6시 50분부터 3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소리를 질러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단골이 하나둘 생기니 힘이 절로 나더군요. 아니, 힘들어도 웃어야 ‘웃어밥’이니까요.”

초기 창업 멤버인 삼총사는 고향 친구와 대학 선후배 사이다. 세 사람은 졸업을 앞둔 지난해 의기투합해 ‘해피 벤처’를 설립했다. 셋 다 외식업에 매력을 느꼈기에 도전 종목 정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에게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외식업 현장 경험. 즉시 떡볶이집, 푸드코트, 일식집 등으로 흩어져 현장 노하우를 배우러 나갔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집에 모여 연구와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이렇게 탄생한 웃어밥은 해피 벤처의 첫 번째 브랜드인 셈.
[청년 CEO 이야기] 웃어밥 “주먹밥으로 세계 제패할 거야!”
이후 이대 앞에서 샐러드를 팔던 경쟁자였던 강병건 씨(이사)를 ‘마스터셰프’로, 최 대표와 SK텔레콤 ‘글로벌 써니’ 활동을 함께한 맹지연 씨(이사·숙명여대 경영 4)를 마케팅 담당으로 영입해 지금의 팀이 완성됐다.

웃어밥의 주먹밥은 사실 그리 빼어난 맛이라고 할 수 없다. 이들도 웃어밥이 ‘맛집’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웃어밥은 최 대표가 청주에서 자주 드나들었던 주먹밥집 레시피를 접목해 엄마가 해준 것 같은 소박하고 따뜻한 맛을 낸다. 좋지 않은 재료는 절대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정성껏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맛이다. 자극적인 맛으로 반짝 이목을 끄는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든든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죠. 주머니가 궁한 대학생에게 꼭 필요한 조건이에요. 데이트할 때는 비싸고 맛있는 걸 먹더라도 혼자 밥 먹을 때는 아끼고 싶잖아요? 그럴 때 웃어밥이 최적의 선택이 되게 하자고 시작한 겁니다. 주먹밥은 외국인에게도 잘 통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울 수도 있어요.”
[청년 CEO 이야기] 웃어밥 “주먹밥으로 세계 제패할 거야!”
이들의 하루 일과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교대로 주먹밥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한다. 취침 시간은 밤 11시 30분. 모든 팀원이 하루 4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하루 종일 웃음기를 거두지 않는다.

이들에겐 든든한 우군도 많다. 거리 판매에 대한 민원 때문에 골치를 썩기도 했는데, 이때 이대 앞 카페 ‘라떼킹’이 테라스를 판매 공간으로 선뜻 내주었다. 요즘은 3번 출구 대신 라떼킹에서 웃어밥을 만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웃어밥 매장 주변의 크고 작은 상점주들도 이들의 후원자를 자청하고 있다. 최 대표가 “가장 소중한 멘토는 염리재활용센터의 쌍둥이 아빠”라고 말할 정도다. 이화여대 붓글씨 동아리 이향회에서는 웃어밥 로고의 글씨를 써주었다. 또 서울시의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에도 선정돼 창업 컨설팅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짧은 시간에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웃어밥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배짱 두둑한 청년들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맥도날드와 경쟁해야죠!” 내년 상반기 서울 강남점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가만히 앉아 고민만 하기엔 너무 아까운 청춘,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며 앞으로 나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