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것을 시작한 청년들

[청년 CEO 이야기] 헤이 브레드(hey! Bread) 과학 영재, 빵 배달부가 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어!”
인터넷에서 빵을 판다? 아무리 인터넷 쇼핑몰에서 별걸 다 판다고 하지만 설마 빵까지? 대문 밖에만 나가면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수두룩한데?

‘설마’를 현실로 만든 배포 큰 청년이 있다. 카이스트에 휴학계까지 내고 인터넷으로 빵을 팔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유원상 ‘헤이 브레드’ 대표다. 그가 파는 것은 평범한 빵이 아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그렇고 그런 빵에는 관심이 없다. 장인이 손수 구워낸 빼어난 맛과 품질의 빵을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게 하자는 게 헤이 브레드를 시작한 이유다.
[청년 CEO 이야기] 헤이 브레드(hey! Bread) 과학 영재, 빵 배달부가 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어!”
유원상 헤이 브레드 대표
1992년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3학년(휴학 중)
10월 8일 ‘헤이 브레드’ 창업
www.heybread.com


“소비자들은 맛있는 빵, 건강한 빵을 사기 위해 기꺼이 발품을 팔잖아요.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쇼핑몰에서 사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선입관도 있지요. 이런 세간의 고정관념을 깨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벤처 정신과 젊은 열정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자 하고 나선 것이죠.”

지난 10월 8일 정식 오픈한 헤이 브레드의 모토는 ‘장인의 손으로 만든 맛있고 건강한 빵을 집에서 편하게!’이다. 베이커스필드, 롤링핀, 이츠크리스피, 피터팬제과 등 서울의 소문난 베이커리의 빵들을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당일 저녁부터 현관 앞으로 배달해준다. 빵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스피드’는 필수 요소. 갓 시작한 ‘초짜’ 쇼핑몰인 헤이 브레드에 소비자들이 화답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청년 CEO 이야기] 헤이 브레드(hey! Bread) 과학 영재, 빵 배달부가 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어!”
[청년 CEO 이야기] 헤이 브레드(hey! Bread) 과학 영재, 빵 배달부가 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어!”
티몬 창업자들을 멘토로 모셔서 노하우 전수

“홍대나 가로수길의 실력 있는 젊은 셰프들이 주목받는 것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감동시키기 때문이에요. 거대 자본과 타협하지 않고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지켜내고 있죠. 전통의 베이커리들 역시 자본의 타깃이 되고 있어요. 제빵 장인들과 소비자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어 준다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전략이 아닐까 싶었어요.”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베타 서비스(정식 오픈 전에 시행하는 시범 서비스)를 오픈한 게 9월. 시작하자마자 빵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강남역의 천연발효전문 ‘베이커스필드’와 압구정동의 테이크아웃 베이커리 ‘롤링핀’이 입점했다.
[청년 CEO 이야기] 헤이 브레드(hey! Bread) 과학 영재, 빵 배달부가 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어!”
[청년 CEO 이야기] 헤이 브레드(hey! Bread) 과학 영재, 빵 배달부가 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어!”
정식 오픈을 한 후에는 뉴욕의 맛을 전하는 ‘이츠크리스피’와 34년 전통의 유명 제과점인 ‘피터팬제과’가 합류했다. 현재 판매 중인 빵 종류는 20여 가지. 거리를 점령한 거대 제과 프랜차이즈의 빵과는 종류나 맛이 확연하게 다르다. 급하게 메뉴를 늘리기보다 차근차근 상품군을 보강하겠다는 게 유 대표의 생각이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점 한 가지. 과학고를 졸업하고 수재들의 요람인 카이스트에서 화학을 전공하는 그가 어떻게 이런 도전을 하기로 결심한 것일까.

“공부를 조금 잘해서 과학고에 들어갔고, 그중 화학을 조금 더 잘한다는 이유로 전공을 택했어요. 그런데 문득 ‘이 길이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길인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정말로 좋아한다기보다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요.”
[청년 CEO 이야기] 헤이 브레드(hey! Bread) 과학 영재, 빵 배달부가 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어!”
마음의 동요(?)가 일어난 배경에는 동아리 선배가 집필한 책 ‘티몬이 간다’가 한몫을 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창업이야말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침 ‘엔턴십’이란 프로그램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갈고닦던 중이었다. 무작정 저자인 유민주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부터 그에게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다. 티켓몬스터 공동 창업자인 권기현, 김동현 이사와 유민주 씨가 그의 사업 멘토가 돼 주었다. 티켓몬스터 신화를 일군 사람들과 한집에 살면서 창업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 그 어떤 공부보다 유익한 시간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청년 CEO 이야기] 헤이 브레드(hey! Bread) 과학 영재, 빵 배달부가 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어!”
낯선 도전의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창업의 과정은 화려하지 않아요. 얼마나 더 힘든 과정이 계속될지 알 수도 없고요. 이 시간을 고통스럽게 견뎌내기보다는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즐겨야 해요. 창업 그 자체를 사랑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또 창업은 ‘실행’이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한다.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단 저질러야 합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망설일 필요는 없어요. 작은 아이디어라도 실행을 해봐야 해요.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수없이 바뀔 수 있거든요.”

그래서 유 대표는 요즘이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 비록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작은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지만 동료들과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이 순간이 한없이 소중하다는 이야기다.

그가 그리는 헤이 브레드의 미래는 소비자 지명도 1위의 종합 식품 온라인 쇼핑몰이다.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먹을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외형적인 꿈만 큰 것은 아니다. 견실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대단하다.

“헤이 브레드 직원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표출하며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직원 모두가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게 일하면 고객도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글 이우림 대학생 기자(숙명여대 영어영문 2)│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