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노하우 - 이유진 코리안리 상품수리부 사원

2013년 12월 입사해 이제 막 직무교육을 마치고 부서 배치를 받은 코리안리 신입사원 이유진 씨.
그녀는 지난해 입사한 코리안리 신입사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스펙의 소유자다. 사회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보험계리사로 입사했기 때문이다.
[인문계 전공자 서바이벌 전략] “관심 분야 증명할 무기를 만들어라”
코리안리는 세계 10위, 아시아 1위로 손꼽히는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사. ‘재보험’이란 보험회사가 인수한 계약의 일부를 다른 보험회사가 인수하는 것으로 ‘보험을 위한 보험’이라 설명할 수 있다. 이유진 씨가 근무하는 상품수리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험사하면 떠올리는 ○○생명, ○○해상 등의 원수보험사와 함께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보험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각종 통계율을 분석하고 손익을 계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수학과, 통계학과 출신들이 일반적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사회학을 전공한 이유진 씨가 상품수리부에 근무한다니, 조금 의아한 마음에 그녀를 만나러 갔다.


겁 없이 도전한 보험계리사 자격 시험
“학부생 때 전공 수업으로 의료사회학을 공부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캐나다 연수를 가서도 관련 분야를 공부했고, 연수를 갔다 돌아오니 학교에 의료사회학 교수님이 영입돼 계셨어요.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됐죠. 학부 때는 전혀 취업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거죠.”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하던 중 그녀는 중소병원의 경영난에 대해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리서치를 하던 중 의료보상 부문을 다루며 보험직종 분야를 접하게 되었다.

“사실 그 전에는 보험계리사가 어떤 직업인지조차 몰랐어요.(웃음) 그런데 발표 준비를 하며 자료를 보니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공부하고 관심 있는 분야가 보험, 금융업에서는 이렇게 연관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새롭게 느낀 거죠. 그때부터 보험계리사에 대한 꿈을 갖고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계리사 자격증 취득은 인문학 전공자가 도전하기에 벽이 높은 것이 사실. 문과생들이 배울 기회가 적은 수학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계리사 시험 응시생 중 90% 이상은 이공계 전공자일 정도. 특히 수학, 통계 전공자들이 도전하는데 이들조차도 그 난이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또한 매년 한정된 인원(2013년 기준 140명)만 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그 분야를 정말 몰랐기 때문에 겁 없이 도전한 거죠. 고등학교도 문과를 나와 수학을 공부한 지가 까마득했는데도 말이죠.”(웃음)

고등학교 이후 수학을 손에서 놓았던 그녀가 전공자들도 어려워하는 수학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겁 없이 도전하긴 했지만 그녀 역시도 상당한 난이도(?)에 좌절했다.

“문제집을 펼쳤는데 눈앞에 처음 보는 도깨비 문자들이 가득한 거예요.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외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문제집을 보면서 수식을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외웠죠. 10번쯤 반복해서 외우다 보니 그제야 수식 안의 논리가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외웠던 부분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이해하는 공부를 시작했어요.”

문제집을 수십 번씩 반복해서 보며 기본기를 익혔지만 응용력은 수리, 통계 전공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는 응용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 계리사 시험의 샘플 문제를 활용했다.

“미국 계리사(SOA) 홈페이지에 과목당 200~300개 정도의 샘플 문제가 올라와 있어요. 그 샘플 문제를 1000개 이상 풀었던 것 같아요. 계속 반복해서 풀면서 부족한 응용력을 보완했죠. 한국 계리사 시험에 생소한 문제가 많이 출제되는데, 이때 풀어본 문제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관심도와 실력을 보여줄 결과물이 필요해”
“공식을 그림처럼 외울 때는 정말 아무리 반복해도 뭔가 쌓이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었어요. 인문학과이다 보니 ‘계리사’라는 직종을 모르는 친구들이 대다수라 함께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어요. 주변에 얘기도 안 하고 혼자 준비하다 보니 어려웠죠. 학교를 다니면서 준비하려니 더 힘들더라고요.”

결국 그녀는 2011년 준비를 시작해 한 번의 탈락을 맛보고 2013년에 재도전해 한국, 미국 계리사 시험에서 모두 합격했다. 그리고 같은 해 꿈에 그리던 코리안리 입사에도 성공해 두 배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인문대생은 학부 4년 동안 다양한 분야에 노출될 기회가 많은 것이 장점이라 생각해요. 다른 전공과 차별화가 되는 부분이죠. 하지만 그만큼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부족할 수도 있어요. 때문에 ‘나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무기가 필요하죠. 저 같은 경우, 보험계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에 몇몇 보험사를 지원했었는데 늘 탈락했어요. 학부 때 취업 준비를 했다면 관련 분야에서 인턴이라도 하며 경험을 쌓았을 텐데 저는 그런 게 전혀 없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보험계리사 자격증이 없다면 회사에서는 저를 뽑을 이유가 전혀 없겠더라고요. 제가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고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했죠. 그게 보험계리사 자격증이었고요.”

특히 그녀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부서의 특성상 시장조사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때 인문학적인 자신의 관심이 수학이나 통계학 전공자와는 조금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지만 현재 실력보다는 가능성을 믿고 뽑아주신 것 같아요. 이제 신입사원 1년 차인데, 대학교 1학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모두 새로 배운다고 생각하려고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며, 제가 관심 있는 의료산업 분야의 보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어요.”


profile
1987년생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의료사회학 수료
2013년 보험계리사(한국·미국) 합격
2013년 12월 16일 입사


글 박해나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