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솔루션 Ⅱ-한국사를 마스터하라

[스페셜리포트] 한글·거북선·측우기의 공통점은? 작은 차이로 플랜A를 이긴 플랜B
들입다 외우라는 소리가 아니다. 입사 시험에 한국사 과목을 넣는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력이다. 밑줄 긋는 공부 대신 전체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큰별쌤’으로 유명한 최태성 강사는 수능 전문가지만 최근 들어선 그를 찾는 대학생 수강생도 부쩍 늘었다. 삼성 등 대기업이 속속 취업시험에 한국사를 추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입 전문가인 그가 과연 취업시장에 대해 얼마나 알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기우였다. 며칠 전 한 대기업으로부터 한국사 강의 요청을 받고 다녀왔다는 그는 “안 그래도 한국사 강사로서 대학생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광고 학생들뿐 아니라 취준생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으시죠?
정말 그래요. 올해 EBS 강의 수강생이 작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어요. 강의를 올 1월에 오픈했는데 현재까지 신청자가 20만 명이에요. 수능 때 한국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연 평균 3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절반 이상이 일반인인 셈이죠. 사이트의 수강 후기도 공시족이나 일반 취업준비생의 글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대기업들이 입사시험에 한국사 영역을 추가한 영향이 크겠죠. 이런 흐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진작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성장과 효율이라는 두 가지 축에 맞춰서 인력을 동원하는 일차원적인 방식이 한계에 다다른 거죠. 이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절실한 시대가 온 거예요. 거기에 필요한 게 바로 인문학적 소양인데 인문학이란 바로 과거의 지식을 현재에 활용하는 것을 말하죠. 역사요.


기업들은 역사문제를 통해 지원자의 어떤 역량을 보려는 걸까요.
아이디어죠. 장영실의 측우기를 보세요. 사실 그냥 깡통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세계 최초의 우량계라는 타이틀을 얻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안에 새겨진 작은 눈금들 덕분이죠. 즉 장영실은 평범함 속에서 작은 차이를 발견해 새로움을 창출한 거예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실용성이에요. 즉 ‘작은 차이로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 이게 바로 역사 속 발명품의 핵심이고 현대의 기업들이 역사적 질문을 통해 평가하려는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이 흐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전 오히려 대중화될 것이라고 봐요. 기업들이 최근 인재상으로 ‘융합’을 많이 거론하죠? 이 융합 개념이 지금 고등학교에 과학적 전공지식에 철학적인 사유를 섞도록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학교에서도 이과 친구들에게 자료를 해석하고 철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을 많이 시키고 있어요. 최근 고등학교 문·이과를 통합하자는 움직임까지 있잖아요. 이건 사회의 요구이고 곧 기업의 요구인 거예요. 최소 10년 후를 내다보고 고등학교에서부터 융합형 인재를 길러 사회에 내보내겠다는 계산이죠. 융합을 통한 창의력이야말로 이제 기업들의 진정한 먹거리가 됐으니까요. 10년만 지나면 이런 융합형 인재가 대중화될 겁니다.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한국사를 조금 쉽게 공부하는 요령을 추천해주세요.
역사를 공부하는 데는 크게 두 단계가 있어요. 먼저 객관적 사실을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거죠. 어쨌든 출발은 사실을 공부하는 거예요.

취업준비생의 경우 한국사 자격증 공부와 병행하면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겠죠. 최근 한국사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잖아요.

인터넷 강의도 좋습니다. 사실 전공공부하기도 벅찰 텐데 또 새로운 책을 꺼내들고 읽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인터넷 강의는 책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이런 수고를 덜어줄 겁니다.


한국사 공부에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이공계생들을 위해서 조언을 부탁드려요.
요즘 취업 한국사는 단순 사실보다는 사고력을 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공계열이라고 특별히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책으로 배운 역사적 사례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공계생들이 배우는 지식은 실용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잖아요. 즉 역사를 통해 일상생활과 밀접한 기술을 연구하라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쌓아온 여러분의 경험을 활용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좋은 스토리텔링을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요.
제 강의 역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단순한 사실 공부가 아닌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를 가르칠 때의 제 시선은 처참한 GNP지수도, 외국과 맺은 부당한 조약들도 아닌 ‘선조들의 생존 의지’를 향해 있어요. 당시 선조들은 후손들에게 가난과 신분제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밭을 갈고 공장을 세웠어요. 100년 전의 선조들이 우리를 위해 노력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100년 후 후손을 위해 베풀어야 할 과제가 있어요. 이게 바로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인 거죠. 이런 식으로 한 가지 사실을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색다른 결론으로 도달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스토리텔링입니다.


마지막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힘이 될 만한 역사적 인물을 소개해주세요.
제 롤모델이기도 한 이회영 선생을 꼽고 싶네요. 이회영 선생은 ‘오성과 한음’의 주인공인 이항복 선생의 후손으로 명망가 집안의 자제였어요. 그러다 나라가 일제의 손에 넘어가자 ‘한 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지죠. 나라를 위해 전 재산을 바치겠노라 결심한 그는 현재 시가로 6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바쳐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정작 자신은 강냉이죽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다가 생을 마감하죠.

여러분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한 번의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문구가 가진 힘은 참 묘해요. 소리 내어 말할 땐 잘 모르는데 스스로에게 되뇌어보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거든요.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인물 이회영 선생을 늘 가슴 속에 간직했으면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백점짜리 답안이겠죠? 하하하.
[스페셜리포트] 한글·거북선·측우기의 공통점은? 작은 차이로 플랜A를 이긴 플랜B
“2014 상반기 기출문제, 이렇게 풀었다면 어땠을까?”
Q1 역사 속 인물의 발명품들 중 자신이 생각하는 ‘공학도의 자질’과 연관 있는 발명품을 선택한 뒤 그 이유를 적으시오. (현대자동차 인적성 검사 역사에세이 영역)

A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예로 들어보겠다. 당시 일본의 배는 매우 빨랐다. 속도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맨투맨 전술’이었다. 직접 적의 배 안에 들어가자는 것. 하지만 일본군이 쏴대는 조총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은 총알을 피하기 위해 배 전체를 막아주는 거북선을 고안했다. 즉 거북선은 현재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실용적 대안’인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맞닥뜨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만한 실용적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문제의 답이라 할 수 있겠다.


Q2 석굴암, 불국사, 남한산성, 한국의 선사, 가야고분, 고인돌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리나라 세계문화유산 중 두 개를 고르고 선정 이유를 쓰시오.
(현대자동차 인적성 검사 역사에세이 영역)

A 불국사의 ‘예술적 미’를 적어도 좋을 것 같다. 불국사에는 혁신적인 아름다움과 철학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불국사는 자연의 돌을 그대로 쌓아올린 건축물이다. 이는 깔끔하게 다듬은 돌로 빈틈없이 짓던 당시의 건축 흐름과는 반대된 새로운 방식이었다. 여기에 건축물 하나하나에 부처의 사상을 불어넣은 철학적 요소도 녹아 있다. 즉 불국사는 혁신적이면서도 ‘잘 살기’ 위해 불심을 넣은, 스토리가 살아 있는 예술품인 것이다.


Q3 근현대사 인물 중 귀하가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대다이모스 자소서 항목)

A 가치관을 보고자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지원자의 롤모델을 통해 그의 미래상을 예측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종대왕의 한글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진정한 국보 1호라고 생각한다. 당시는 한글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조차 쉽지 않았던 시대였다. 세종대왕은 그 패러다임을 깼다. ‘아이디어’, ‘창의력’이야말로 요즘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다. ‘말도 안 돼’라고 하는 것들이 수백 년 후에는 ‘당연히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답안을 작성하길 추천한다.


글 이도희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