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그룹 공채 대비법

삼성이 올 초 발표했다 잠정 보류한 ‘신입채용제도 개편’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적용될 이번 개편안의 핵심 키워드는 ‘직무 중심’이다.

SSAT 응시자를 줄이고 면접을 강화하겠다는 두 가지 방침 모두 ‘직무 역량을 갖춘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하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삼성의 새로운 채용 전형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스페셜 리포트] 확 달라진 삼성 채용 전형별 3단계 합격 포인트
달라지는 삼성 3급 신입 채용 절차
● ~2015년 상반기
입사 지원 → 직무적성검사(SSAT) → 면접(실무진면접·임원면접)

● 2015년 하반기~
입사 지원 → 직무적합성평가 → 직무적성검사(SSAT) → 면접(실무진면접· 창의성면접·임원면접)



PART 01 입사 지원 시 ‘직무적합성평가’ 추가
삼성은 ‘서류전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서류전형 = 스펙’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식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운데다 사실상 서류전형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지정한 학점과 어학성적 기준만 넘으면 전원 합격해 SSAT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입사 지원 단계부터 어려워질 전망이다. 삼성이 직무적합성평가를 새롭게 추가하고 여기에 통과해야 시험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은 지원 직군별로 다르다.

▶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 - ‘학점 관리’ 신경 써라
연구개발 등 소위 이공계열 지원자에게는 학점이 중요해졌다. 전공 능력이 주요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입사 후 업무 성과가 우수한 사원들을 대상으로 성공 요인을 분석해보니 연구개발직의 경우 전공 점수와의 연관성이 높았던 것이 이번 방침 개편 이유다. 인사팀 사이에서 이공계열의 경우 구체적인 교과목별 학점이 중요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지만 이번에 이를 공식화한 것. 즉 이제 이공계열에게 단순히 학점을 채우기 위한 소위 ‘교양 땜빵’은 의미가 없게 됐다.

그럼 전공 능력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대학에서 전공과목을 얼마나 이수했는지, 얼마나 어려운 과목을 이수했는지, 얼마나 좋은 점수를 취득했는지 등 세 가지다.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는 수학이나 물리 과목 등 기초 과목을 포함해 전공과목을 심화과정까지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 영업 및 경영지원 직군 - ‘직무 에세이’가 열쇠
영업직과 경영지원 직군은 전공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전공 성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직무 적성, 자기가 지원하는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가라는 성향을 위주로 평가한다. 지원 분야에 관해 지원자가 평소에 얼마나 다양한 관심을 갖고 준비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직무 에세이의 경우 ‘자기소개서’와는 다르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기존 자기소개서가 성장 배경이나 지원 동기 등 일반적인 것을 묻는다면 직무 에세이는 회사별로 직무 관련 경험이나 준비 내용을 바탕으로 한 특이한 주제를 주는 방식이라는 것. 분량이나 주제는 각 회사별로 다르다.

영업직의 경우 리더십, 팀워크, 사교성 등의 역량을 보여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또 만약 경영지원 직군 중 회계 직무에 지원했다면 학창시절 회계 관련 과목 이수 경험 및 회계법인 아르바이트 경험을 추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을 유려하게, 근사하게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콘텐츠가 중요하다.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허위로 작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층면접도 도입한다. 우선 영업직에 한해 에세이를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경우 각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1박 2일 합숙면접이나 풀데이면접을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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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2 소프트웨어 직군 ‘SSAT 대신 코딩시험’
삼성직무적성검사 즉, SSAT의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소프트웨어(S) 직군의 경우 SSAT 대신 코딩시험을 치러야 한다.

삼성 측은 이 시험에 대해 ‘4시간 동안 주어지는 주제에 관한 코딩과 알고리즘 개발 능력을 평가하는 실기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설명대로라면 삼성전자에서 몇 해 전부터 S직군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집중면접을 참고해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S직군에 한해 면접 때 인성면접과 함께 다른 직군의 직무역량면접과 조금 다른 ‘집중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이 집중면접은 30분 코딩과 포트폴리오 심사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지난 2013년 상반기에 4시간짜리 ‘소프트웨어 심층검증시험’을 추가했다. 시험 시간이나 이름 등을 고려하면 삼성이 앞으로 도입하겠다는 코딩시험과 비슷한 형태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삼성전자 채용팀 관계자는 시험 도입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가 앞으로 코딩에 우수한 인재를 뽑는 데 주력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험은 당락을 결정하는 것보다는 성적 우수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S직군을 제외한 다른 지원자들은 일단 기존의 SSAT 유형을 그대로 준비하면 된다. SSAT는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직무상식, 시각적 사고 5개 과목 160개의 문항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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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3 면접전형에 ‘창의성면접· 합숙면접’ 추가
면접에는 창의성면접과 합숙면접 두 가지가 추가된다. 창의성면접은 기존의 실무진면접(직무역량면접)과 임원면접 사이에 자리한다. 면접관과 토론하는 시험으로 지원자는 특정 주제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수시로 면접관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면접 주제는 시사상식부터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창의성면접에 대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직무 역량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면접 방식과 내용 및 시간도 직군별로 다르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셜 리포트] 확 달라진 삼성 채용 전형별 3단계 합격 포인트
합숙면접은 영업 직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실시한다. 직무적합성평가 단계에서 제출하는 에세이의 사실 검증을 위한 면접이다. 1박 2일 동안 에세이에 기재한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 거짓 지원자를 걸러낸다는 계획이다.

기존 실무진면접과 임원면접은 그대로 유지된다. 면접 전 실시하는 인성검사도 꾸준히 대비해야 한다.



삼성그룹 임원들이 말하는 면접 합격 노하우
삼성은 필요할 때 효율적으로 움직일 줄 아는 거미 같은 영리한 인재를 선호한다. 또 직원 60%가 외국인인 만큼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 새로운 문명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 신태균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


변화 속도가 빠른 요즘 시대에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전문 인재를 원한다. 또 인성, 배려와 협력정신, 정직성 3가지를 갖춘 인재를 뽑는다. 회사와 직무 관련 관심과 열정도 필요하다.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의식도 중요하다. 자부심을 갖고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 정권택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취업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보자. 일은 세상을 좋게 바꾸는 방법이다. 전자공학이나 반도체공학, 컴퓨터공학 등 모든 관련 전공자들이 입사 후에 단순히 전자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인식을 갖길 바란다.

-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오랫동안 인사 업무를 하면서 사고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긍정적이어야 하고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 가지에 몰입하는 열정도 필요하다. 여기에 재능까지 있으면 더욱 좋다. 삼성에서 임원이 될 확률은 100분의 1이다. 임원의 이야기를 잘 새기자.

-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interview ◀
[스페셜 리포트] 확 달라진 삼성 채용 전형별 3단계 합격 포인트
“삼성은 작은 T자형 인재를 좋아한다”
26년을 삼성맨으로, 그중 10년을 인사팀에서 일하며 신입사원 면접위원으로도 활동한 김기주 현대종합금속 인사팀 상무가 삼성 구직자들을 위한 알토란같은 조언을 주었다.

김기주
<삼성은 독종을 원한다> 저자
1986년 삼성전기 경영기획팀 입사
2003년 삼성전기 인사기획 부장 및 인재개발 센터장
2012년~현대종합금속 인사팀 상무

Q. 새롭게 추가된 ‘직무적합성평가’는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직무별로 평가 기준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전공 관련 지식을 공부한 ‘작은 T자형’ 인재가 되라고 조언하고 싶다. 요즘 융합형 T자형 인재가 중요하다고 공대생이 인문학을 공부하거나 문과생이 공대 기본 과목을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보다는 전공과 연계된 공부를 하길 추천한다. 전자공학이라면 물리학이나 화학을 배우고 기계공학이라면 전자공학의 기본이라도 공부하는 게 좋다. 삼성의 제품에는 전자기술, 기계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삼성뿐 아니라 현대차도 기계, 전자, 전기 전공자 모두를 뽑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인문계열의 경우 경영학을 전공했다면 제2전공 혹은 청강으로라도 심리학이나 철학을 공부하길 추천한다. 경영기획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아는 게 우선이다. 시간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인턴십이나 동아리 등 장기간에 걸쳐 직무 관련 경험을 쌓아라.

Q. 창의성면접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그간 삼성의 면접문제를 보면 회사나 직무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도록 하는 형태가 많았다. 이는 문제해결력을 보겠다는 의미다. 삼성이 창의성면접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논리 전개 기술을 보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동료나 상사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이때 문제해결력이 굉장히 필요하다.

실제로 최근 삼성SDS가 면접 때 ‘초등학교 1학년 조카에게 데이터베이스가 무엇인지 3문장 이내로 설명하라’는 문제를 출제했다. 설득 기술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다.

난 요즘도 ‘셜록홈즈’나 ‘명탐정 코난’을 즐겨 본다.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면을 찾아낸다. 이게 바로 문제해결력이다.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방면에 걸쳐 상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삼성SDS의 면접장에서 데이터베이스가 무엇인지부터 모른다면 입을 뗄 수나 있겠는가.

Q. 논리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 있나
단연 종이 신문을 읽는 것이다. 신문은 어제와 오늘, 미래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가장 좋은 툴이다. 또 사회경제 외에도 정치, 국제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아우른다. 여기에 역사적 사실까지 보여준다. 이보다 좋은 교재가 어디 있겠는가. 한 가지 팁이 더 있다면, 임원들이 평소 읽는 신문을 선택해보자. 삼성의 경우 종합지와 경제지 외에 전자산업과 관련된 신문도 많이 본다. 다만 최소한 6개월 이상은 꾸준히 읽어야 한다. 그래야 전체 흐름이 보이고 제목과 소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Q. 삼성 입사를 위한 또 다른 팁이 있나
한 가지 대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 마땅한 경험이 없다면 관련 전시회라도 가봐라. 삼성전자 입사를 희망한다면 전자 관련 전시회는 챙겨야 한다. 한 번 방문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3~4년은 꾸준히 찾아 올해는 작년에 비교해 어떤 것이 바뀌었는지, 예년과 달리 어떤 부분에 특히 주력했는지를 파악한 뒤 입사 후 어떤 부분에 주력해 기여할 수 있을지를 구상해 하나의 스토리로 짜보자. 이게 바로 에세이와 면접 소재가 되는 것이다. 해외 여행지에서도 현지 전시회를 찾아 해외 제품과 삼성전자의 제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

구직자들이 특히 궁금해하는 SSAT에 대해서 조언하자면, 웬만하면 찍지 않는 게 좋다. SSAT 점수는 정답 1점, 공란 0점, 오답 - 0.25점으로 구분해 매겨진다. 즉 오답 4개는 정답 1개를 잃는 것과 같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적절히 판단하는 게 좋다. 선택지가 둘 중 하나 정도라면 찍어볼 수도 있다.

Q. 이런 인재는 무조건 삼성에 입사할 수 있다?
‘인간미 있는 독종’이다. 여기서 독종은 승부 근성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단 배려심도 반드시 필요하다. 면접 때도 이 두 성향의 중간에 맞춰 어필하는 게 좋다. 너무 착하게만 보여도, 반대로 독하게만 보여도 마이너스 요인이 되니 경험 등 객관적 요소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글 이도희 기자 | 사진 한국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