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 사원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원들에게는 철저하게 지시나 명령을 내려야한다.」미국 경영학자 맥그레거가 경영이론인 X이론을 정립하면서 내세운가설중의 하나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나태해 통제와 지시중심의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반대는 Y이론으로 이 이론은 인간의자율성에 기본적인 바탕을 두고 있다.지금 정부와 재계에서는 「경쟁력 높이기 운동」이 한창이다. 이운동은 구조적 불황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처방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와 재계의 움직임에는 비장함마저 서려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개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데 이론이 없다.그러나 경쟁력 높이기는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정책입안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 실효성은 현재 미지수이다. 그 과정은마치 맥그레거가 정립한 X이론과 같다는 것이 경제계주변의 시각이다. 먼저 정부부처의 움직임을 보자. 김영삼대통령이 경쟁력 10%높이기 운동을 제기한 것은 지난달 23일. 김대통령은 남미순방에서귀국한 뒤 기업인들과 연쇄모임을 갖고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을10%씩 높여 어려운 경제난국을 헤쳐나가자고 역설했다.이때부터 부처이기주의에 빠져 눈치보기에 급급하던 과천정부종합청사는 바빠졌다. 건설교통부가 치고 나왔다. 고비용중의 하나인공단분양가를 낮추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슬그머니 흘리고 나왔다. 이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수혜당사자인 기업들은 의아해했다.◆ ‘경쟁력 높이기’로 고비용 저효율 개선해야재계는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기회있을 때마다공단분양가 인하조치 등을 취해주길 경제부처에 주문했다. 그래야만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제조업공동화현상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재계의 주문은 그동안 마이동풍일 뿐이었다. 금융권도 금리인하방침을 잇따라 발표하고 이대열에 가세했다. 재계의 금리인하요구에 꿈쩍도 않던 금융권이었고 보면 과감한 결단이 아닐수 없었다.고금리를 낮춰 경쟁력 10%강화운동에 동참하겠다는 것이 금리인하의 변이었다. 대신 금융권은 금리하락여건조성을 위해 지급준비율의 인하, 금융채발행허용, 증자요건완화 등을 정부에 주문했다. 이런 정부부처와 금융권의 입장은 살이 덧붙여져 지난 9일 경쟁력10% 높이기 실천방안으로 구체화됐다. 이 과정에서 고질적인 부처이기주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분위기도 분위기려니와 끗발이 센청와대가 나섰기 때문이었다.재계 또한 김대통령의 「경쟁력 10%」 말한마디에 무슨 처방전이라도 찾은양 부산을 떨기는 마찬가지였다. 대기업들은 김대통령이 남미를 순방하는 동안 고임금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모두 망하고 만다』며 너나할 것 없이 감량경영방침을 천명했다.명예퇴직제도입을 통해 직원수를 대폭적으로 감축해 고임금부담을다소나마 해소하는 한편 비용절감운동도 대대적으로 벌여 난국을헤쳐나가겠다는 것이 감량경영의 핵심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재계분위기는 「살벌」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같은 재계의 입장도김대통령이 경쟁력 높이기를 제기하면서 급선회했다. 감량경영방침은 쏙 들어가고 갑자기 경쟁력강화가 화두로 등장했다. 인건비등비용 10%절감 캠페인은 슬그머니 경쟁력높이기 10%가 추가돼「10-10」, 「10-20」 등으로 바뀌었다.이쯤되면 경쟁력 10% 높이기는 김대통령 단독연출한 작품이라고 해도 될 듯 싶다. 경제난국돌파의 해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물론 대통령중심제하에서 정책결정의 정점은 대통령이고 또 그런과정을 거쳐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김대통령이 언급하기전 우리 경제의 고비용 - 저효율구조의 심각성을 어느 누구도 몰랐냐는 것이다.물론 그렇지 않다. 정부와 재계는 원인은 알고 있었지만 처방을 놓고서는 서로간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통치권자의 「하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부처와 재계의 「경쟁력 높이기」는 마치 군대열병식을 보는 것 같다. 모처럼만에 조성된 경쟁력 높이기가 과거 정권에서처럼 또 하나의 구호로만 그칠지 염려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