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제작비 등 출혈경쟁 몸살…한탕주의 만연 문제

지난달 24일 열렸던 오스카상 시상식은 메이저 영화사들에는 그리기분좋은 것이 못되리라는 당초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은 행사였다. 군소 독립영화사들이 25개의 주요부문 후보 중 1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5개의 우수영화 중 4개를 이들이 차지할 정도로 독립영화사들이 이날 행사를 휩쓸었다. 소니사가 만든 <제리 맥과이어 designtimesp=4846>한편만이 주요 상 중 하나를 탈 기회를 얻은 것이 고작이었다. 군소 영화제작사들은 최근 오스카상시상식보다 앞서 열린 다른 시상식에서도 대부분의 상을 휩쓸었다.엄밀히 말한다면 대부분의 독립영화사들이 만든 영화들은 대형영화사들이 자금을 댔든지 아니면 이들을 통해 배급됐든지 둘 중 하나에 속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잉글리시 페이션트 designtimesp=4847>를 만든 미라맥스는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다. 영화 <샤인 designtimesp=4848>으로 아카데미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파인라인은 타임워너의 계열사이다. 군소영화사들 대부분은 살아남기 위해 메이저 스튜디오들과 연합할 수밖에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메이저들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든다. 독립영화사들은 모기업보다 훤씬 창조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대형 영화사, 이윤 30년전과 비슷하다올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영화 중 하나인 미라맥스의 <슬링 블레이드 designtimesp=4853>는 제작비용이 3백만달러가 채 안됐다. 이는 각색과 감독에다 주인공까지 겸한 빌리 봅 손튼 한 사람 덕분이기도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 designtimesp=4854>의 제작자 솔 젠츠는 원래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폭스를 인수했었다. 그러나 폭스사는 걸핏하면 손만 벌린다는 뜻에서 경리담당자들이 「기브미 무어」라고 부르는 데미무어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영화 <스트립티즈 designtimesp=4855>에서 이미 드러났던 것처럼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 데미 무어의 능력이 의문시된다 하더라도 젠츠가 그를 캐스팅하게 되면 제작비는 1천만달러를 가볍게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제 영화사업은 엄청난 재앙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 되고 있다. 소니와 마쓰시타 두 일본 기업은 요란스럽게 할리우드에 들어왔지만실제로 번 돈은 몇푼 되지 않는다. 소니는 아직까지 콜럼비아영화사를 갖고 있지만 마쓰시타는 유니버설 영화사를 시그램에 팔았다.MGM의 경영권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타임워너는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내부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 94년에 비아컴에 넘어간 파라마운트는 합병 이후 후유증을 앓고 있다.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사장은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미디어업계의 거물 루퍼트 머독조차도 20세기폭스가 필요하기는 하지만돈을 엄청나게 까먹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틴젤트타운에 대해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그렇지만 아직도 영화사는 대단한 돈벌이가 되는 존재다. 규제완화와 기술발전에 힘입어 영화사들이 영화를 공급할 채널이 계속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베스타 스탤론이 주연으로 나와 미국에서는 흥행에 참패한 <데이라잇 designtimesp=4860>같은 영화도 아시아에 퍼져있는 보급망을 통해 큰 히트를 쳐 실패를 완전히 만회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화사들은 1년에 8~10%의 수입증가를 기록하고 있다.문제는 이 수입이 곧바로 상당한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신탁사인 로키 하워드저킨의 분석가 데이빗 데이비스는 영화사가 남기는 이윤이 30년전과 비슷하다고 계산한다. 익명의 한분석가는 영화사업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고 단언하기까지한다. 지역투자회사인 제너럴배넌의 스테판 배넌사장은 영화사업을하는 것보다 재무성의 장기국채를 사는 것이 더 나은 수익을 올릴수 있다고 말한다. 한 영화사의 간부도 새로 만든 영화가 TV 방영용으로 팔릴 길이 없다면 자신의 회사는 영화제작을 더 이상 하지않을 것이라고 시인했다.지방의 중소 TV방송과 외국영화사들이 각각 자신들의 시장에서 상당한 우세를 점하고는 있지만 할리우드 대형영화사들에 대단한 위협이 되지는 못한다. 할리우드의 진짜 적은 다름아닌 제살깎아먹기다. 미국의 다른 산업체들이 서로간의 협력이 모두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깨닫는 동안 할리우드는 쓸데없는 낭비를 해대면서 커다란 성공을 좇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지난해 영화 한편당평균제작비는 3천9백80만달러를 넘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1년 사이에 6.5%가 뛰었다. 또 영화 한편을 광고하고 배급하는 평균 마케팅비용도 1천9백80만달러로 같은 기간에 8.7% 올랐다. 결국 영화사가모든 비용이 포함된 완전한 의미의 영화 한편을 만드는 데 평균6천만달러가 들어간다는 얘기다.올해 들어 문제는 더 커질 전망이다. 메이저 영화사들은 4월25일<볼케이노 designtimesp=4865>를 시작으로 유례없는 제작비와 시간 광고 등을 투입한영화들을 줄줄이 내놓을 계획이다. 영화사들은 본전을 건지기 위해머리가 터지는 경쟁을 할 것이다. 가장 많은 돈을 들인 끝에 지난해 7월4일 동시에 개봉된 폭스의 <인디펜던스 데이 designtimesp=4866>와 부에나비스타의 <페노메넌 designtimesp=4867>의 제작비를 합하면 1억3백만달러였다. 올해 나올워너의 <멘 인 블랙 designtimesp=4868>과 파라마운트와 폭스가 공동제작한 <타이타닉 designtimesp=4869>에 투입된 돈을 합치면 2억1천5백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기스타 비용등 작품 한편당 평균 6천만달러 투입사실 영화에 투입되는 돈의 상당한 부분은 인기스타들이 거의 쓸어담다시피 가져간다. 아널드 슈왈츠제네거는 곧 개봉될 <배트맨과로빈 designtimesp=4874>에서 25분간 연기하고는 2천5백만달러를 챙긴 것 이외에 흥행수입의 일부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배우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점점 늘어나 이제는 1천2백만~2천만달러 정도에 이른다.스크린 밖의 「스타」들도 그들의 돈을 가져가는 데 단단히 한몫한다. 잘나가는 시나리오작가는 작품 하나에 3백만달러를 요구하며아울러 영화의 전체수입에서도 자기몫을 주장한다. 가장 시시한 감독도 한편당 2백만달러를 벌 수 있고 하찮은 전기기사까지도 1년에20만달러를 벌 수 있다.그러나 이런 문제점 말고도 다음과 같이 우려할 만한 일들이 많다.●인기배우들은 영화제작과정에 지나친 발언권을 요구한다. 영화사들은 스타들이 흥행을 지원해 주기를 원하므로 여기에 대해 아무런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데블스 오운 designtimesp=4877>은 브래드 피트가 같이 출연했던 해리슨 포드와 관계가 틀어지는 바람에 흥행에 실패했는데 그는 영화의 흥행에 별로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영화사의 임원은 『영화사업의 문제점은 정신병자들이 정신병원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자조적인 설명을 했다.●영화사들은 관객들의 기호를 판단하는 자신들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대안을 마련한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각본을 수정해 나간다. 이렇게 해서 결국 공전의 히트를 칠 수도 있었던 좋은 아이디어를 사장시킨다. 이때문에 영화사들은 「안전빵」으로 요즘 한창 있기있는 배우와 시나리오에만 애써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앨리샤 실버스톤이 25만달러를 받고 출연했던 <클루리스 designtimesp=4880>가 한달여동안 인기를 끌게 되자 바로 소니의 영화부문 사장 마크 캔튼이 영화 세 개를 만드는 조건으로 실버스톤에게 7백50만달러를 제시했다.●개봉되는 영화의 카피가 너무 많다. 지난 90년 개봉된<배트맨 designtimesp=4883>이 1천개 이상의 극장에서 동시개봉된 첫 작품이었는데 요즘 메이저 영화사들의 영화는 하나같이 한꺼번에 2천개나 그 이상의 극장에서 동시에 상영된다. 영화를 카피하고 선전하는데 무시할수 없는 돈이 더 드는 셈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영화사들은 주요지역에서만 흥행에 성공하면 손해를 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흥행을 위해 미국 한 나라에서만 2천만달러를 밀어넣어야 한다.●너무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도표참조). 이 말은 아무리많은 돈을 들인 영화라도 영화관에서 일주일을 넘기지 못해 크게인기를 끌 기회마저 살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리서치 전문회사인엔터테인먼트데이터는 관객이 더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한편당 평균 티켓판매량은 지난 6년간 7%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거대예산 영화를 줄이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음에도 1억달러가 투입된 <단테스 피크 designtimesp=4886>가 이미 지난 2월 개봉됐고 올여름에도그것처럼 초거대규모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가 지난해의 10개보다많은 13개나 개봉될 예정이다.이상과 같은 사실을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모르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을 개선해 보려고 시도했던 몇몇 노력이 득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손해만 보는 결과로 나타나기 일쑤였다. 한 아이디어는 사람보다는 특정 효과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외계인의 우주선을 소재로 한 <인디펜던스 데이 designtimesp=4889>, 화산폭발을 다룬<단테스 피크 designtimesp=4890>와 <볼케이노 designtimesp=4891>, 난파선을 소재로 한 <타이타닉 designtimesp=4892> 등이그런 종류다. 이 방법으로 탐욕스러운 인기스타들을 배제할 수는있었지만 결코 싼 것이 아니었다. <타이타닉 designtimesp=4893>의 경우 타이타닉호와똑같은 배를 만들고 멕시코에 거대한 스튜디오를 꾸미는데 1억8천만달러가 소요돼 오는 7월4일로 예정된 개봉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제작비를 억제하기 위해 영화사들은 두가지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첫째는 리스크의 일부를 나눠 갖는 것이다. 예를 들면<타이타닉 designtimesp=4896>은 폭스와 파라마운트가 공동으로 제작했고 <스타십 트루퍼즈 designtimesp=4897>는 소니와 디즈니의 공동작품이다. 두 번째 방법은 단순히제작편수를 줄이는 것이다. 4대 영화사는 앞으로 제작편수를 10%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들이 자체보유하고 있는대규모 작가와 기술자들에게 어떤 것이든 할 일을 줘야 하므로 이런 방법을 쓰더라도 큰 돈을 남기지는 못할 것이다.◆ 테마파크 등 히트작 관련사업 통한 돈벌이 꿈꿔한편에서는 이런 조치들을 모색하기는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사들은규모를 줄이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물건」을 만들 수 있을까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예산을 깎아볼 생각을하는 것이 아니라 <쥬라기 공원 designtimesp=4902>이나 <배트맨 designtimesp=4903>같은 히트작을 만들어 그에 따른 기념품이나 테마공원, 속편 등 관련사업을 만들어 내엄청난 돈을 거머쥘 궁리만을 하고 있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는 하다. 이런 종류의 사업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스타워즈 designtimesp=4904>3부작은 당시 관련상품이 불티나게 팔렸고 최근에도 재개봉돼 4억달러를 또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량작전으로 성공을추구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성공을 위해 투입하는 자금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기 때문이다.그렇지만 거대 영화사들의 재정적 위기에 신경쓰기 보다는 영화제작이 「한탕」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이런 시장에서는 불안정한선두주자들을 물리치기가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 designtimesp=4907>은 제작비가 5백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전세계에서 2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제작사인 앵글로더치 음악그룹의폴리그램은 그 덕분에 대규모 자체 스튜디오까지 지을 여력이 생겼다. <샤인 designtimesp=4908>은 3백50만달러밖에 투입되지 않았지만 흥행에 성공하고있고 <잉글리시 페이션트 designtimesp=4909>도 겨우(?) 3천1백만달러가 소요됐다. 할리우드 3인방의 새 합작영화사인 드림웍스는 내년께부터 영화제작에 들어가는데 이렇게 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독립영화사들은 여러 분야에서 돈벌이가 될만한 것을 찾는다. <시크리트 앤 라이즈 designtimesp=4910>를 만든 옥토버필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설립자 폴 앤런과 프랑스 건설업체 뷔게스의 계열사인 사이비2000에서 돈을 벌었다. 캘리포니아 유니온은행은 폭스가 <잉글리시 페이션트 designtimesp=4911>에 대한 협찬을 포기하자 돈을 댔다. 독립사들이 비용을 줄이는 한가지 방법은 기존의 스타들을 쓰는 것보다 값싸고 참신한 인재들을 키우는 것이다.독립사들의 영화제작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전의 경우 거대 영화사들은 자신의 배급망과 라이브러리에 대한 통제를 통해 경쟁을 원천봉쇄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도전은 더욱 커질 것이다.미국밖에서도 TV방송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영화제작자들이 돈을 벌수 있는 수입원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출현도 영화와 TV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또다른 채널이 된다.대단한 제작비와 여러 취약성들 때문에 군소업자들이 할리우드의우월적인 지위를 무너뜨리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의망령이 되살아난다고 느끼는 것이 더 이상 우스운 일만은 아니다.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이 한때 자신들이 자동차 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밀려나고 말았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그린영화에 1억8천만달러가 넘는 돈을 쓸 정도로 과잉투입이 이뤄지는산업이 앞으로 그와 같은 길을 걷지 말라는 법은 없다.「Hollywood’s fading charms」 Mar. 22, 97The 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