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밑천 80만원으로 시작해 13년 만에 33 0억원 매출 올려, 수배전반 분야 정부 인증 1호 기록

‘수배전반 분야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인증 1호.’얼마전 케이디파워(대표 박기주ㆍ45) 사무실에 산업자원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인증서가 도착했다. 다름 아닌 ‘지능형 i수배전반’을 고효율 에너지기자재로 인증한다는 내용의 인증서 한 장 . 수배전반 분야 제1호 인증을 받는 순간이었다. 회사 발전과 관련된 기념일을 정해 축하하기를 좋아하는 케이디파워는 이날(2003년 1월16일)을 회사 ‘최고의 날’로 정했다.박기주 대표는 “밤낮없이 손에 기름때를 묻혀 가며 구슬땀을 흘린 고생이 이날 눈 녹듯 녹아내렸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를 향해 수배전반이 왜 고효율 에너지기자재에 포함돼야 하는지를 외치며 다닌 주인공이 바로 박대표이었기에 천하를 얻어도 이처럼 기뻤으랴.정부로부터 인증서를 받는다는 것은 기업에는 의미가 크다. 정부나 국가기관에서는 관련제품을 구매할 때 인증업체 제품을 우선해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해야 한다. 결국 기업은 안정적인 판로확보가 가능해져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 된다.이 같은 성공은 ‘사나이로 태어나 무엇인가 이루고야 말겠다’는 박대표의 강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양대 전기과를 졸업한 박대표는 2년여간 건설업체와 형광등 생산업체를 다닌 것이 월급쟁이의 전부다.그는 31살이라는,사회경험도 없는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뛰쳐나왔다. “‘대표이사 박기주’라는 명패를 책상에 놓고 싶어서였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그는 1989년 7월1일 법인을 세웠다 .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가진 것이라고는 80만원이 전부였다. 서울의 용산전자상가 사무실임대료 6개월치와 중개업소에 수수료를 내고 나니 남은 돈은 고작 5만원이었다. 이중 3만원은 사무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유리창 선팅을 하는 데 썼다. 물론 직원은 사장(?)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 듣기 좋으라고 사무실이지 창고나 다름없었다.우선 전 직장에서 배운 전기공사를 하기로 하고 수주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아침, 점심을 라면으로 때워가며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한 달이 넘도록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그날도 역시 헛걸음치고 돌아왔다. 힘없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박대표는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사무실 바닥에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어떻게 사무실에 들어 왔을까. 콘크리트와 유리로 돼 틈새가 없는 사무실에 뱀이 들어 왔다니. 어떻게….” 그는 사무실에서 죽어 있는 뱀을 곱게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이게 행운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그는 이런저런 생각에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어제의 일을 얘기하려고 다음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업에서 마수걸이를 하는 순간이었다. 친구는 “천안에 있는 한 식품회사의 발전기 설치공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소개를 해줬다. 인부들을 모아 깔끔하게 처리했다. 추가공사도 따냈다. 일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공사수주가 잇따랐다. 돈을 벌기 시작했다. 뱀은 행운을 가져다줬다.90년대 초로 기억된다. 그는 일본 방문길에 오른다. 우연히 들른 곳이 전기제품박람회. 사업의 전환점이 된 순간이었다. “박람회를 둘러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지 못한 패키지형 수배전반이 나와 있더라고요.” 당시 국내에는 일반형 수배전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도 경쟁력이 없어 수입품이 많이 쓰이던 때였다.그는 귀국하자마자 패키지형 수배전반을 개발하기로 작심하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전기공사나 해서 먹고 사는 데 만족해서는 안된다”며 스스로를 독려했다.개발 2년 만에 제품 선보여처음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몰랐다. 전기전문가를 찾아가 설명하고 매달리기도 했지만 모두가 무모한 짓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신과의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면서 힘에 부칠 때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셀 수 없이 했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크기도 줄이고 기능도 향상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일본제품이 우리 시장을 삼킬 것”이라며 집념을 꺾지 않았다.개발을 시작한 지 2년 남짓. 지난 1998년 여름 수배전반을 내놓았다. 박대표를 포함한 15명이 매달려 연구개발한 결과물이었다. 그해 경향하우징페어에 이 제품을 출품했다. “얼마나 설레었는지 몰라요. 소비자들의 관심이 없으면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이 떨렸어요.”기대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초소형인데다 디지털 표시장치까지 돼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상당했다. 현장에서 주문계약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제품은 기존 설비와 달리 공장에서 제작된 제품을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최대 20일까지 걸리던 설치시간을 3시간으로 줄였다. 또 크기도 기존 제품에 비해 4분의 1로 줄여 좁은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물론 가격과 시공비를 대폭 낮추는 등 장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러한 장점들은 제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게 만든 요인이 됐다. 이와 더불어 국내 처음으로 실시간 인터넷을 통한 원격지 전력감시 기능까지 넣어 ‘순풍에 돛단 격’으로 승승장구했다.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고 했던가. 지난해 회사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 생겼다. 그것도 사업 초창기부터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믿고 의지했던 직원이 국가기관에 납품한 제품에 문제가 있다며 허위민원을 제기한 것.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었다.이로 인해 감사원 조사를 받고 성능에 대한 재검증을 받느라 공공 및 정부기관에 대한 제품공급이 몇 달 동안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주로 관납에 의존해 오던 터라 회사로서는 치명적이었다. “돌아오는 물품대금은 줘야 하는데 돈은 없고 만들어 놓은 제품은 고철로 변하고 맘 고생이 컸어요.”케이디파워는 그동안 역경을 이겨내며 끊임없는 도전을 해 왔다. 그 속에서 국내 수배전반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기술개발과 앞을 내다보는 미래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 최근 들어서는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서는 등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지난해는 330억원의 매출에 약간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습니다. 올해는 매출 430억원과 경상이익 40억원이 목표입니다.”(02-569-3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