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 추락의 끝은음반시장은 2000년 4,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을 정점으로 가라앉고 있다. 2001년에는 3,700억원으로 시장규모가 위축됐고, 2002년에는 2,80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올해 역시 사정은 좋지 않다. 업계에서는 잘해야 2,000억원대에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2000년과 비교하면 불과 3년 사이에 50% 가량 죽은 것이다. 이러다가 음반시장 자체가 고사해버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현장에서도 이런 점은 뚜렷히 나타난다. 국민가수로 평가받는 김건모의 8집 앨범(올해 초 출시)이 3월10일 기준으로 27만장 정도 팔려나갔다. 김건모는 2001년 7집 앨범으로 약 11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경력을 갖고 있는 밀리언셀러 가수로 유명하다.지난해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됐다. 100만장 이상의 밀리언셀러는 자취를 감췄고, 최고기록은 그룹 쿨이 기록한 64만여장에 불과했다. 2001년 최고기록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2위인 브라운아이즈의 앨범도 61만장 정도밖에 안 팔렸다.올해 50만장은 예년의 150만장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그렇다면 음반시장의 입지가 하루가 다르게 좁아져 가는 이유는 뭘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온라인과 모바일 음악 시장의 급성장이다. 굳이 음반을 사기 위해 매장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최연순 인포허브 소리바다팀장은 인터넷과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노래를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음반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음반의 주 소비층인 신세대들의 의식변화도 한몫 한다. 진지하게 감상하기 위해 음악을 듣기보다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음악을 접하다 보니 굳이 음반을 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감각적이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신세대들의 사고방식과 관련이 깊은 대목이다. 이밖에 그동안 부실했던 기획이 음반의 구매욕구를 저하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음반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음반기획사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예전에는 음반시장이 유일한 수익창구였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면서 오히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신곡을 선보이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또 데뷔 자체를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하는 가수까지 생겨나고 있어 음반시장은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모바일 시장, 얼마나 클까모바일 음악 시장의 성장세는 거칠 것이 없다. 2001년에 시장규모가 295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1,0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는 여기서 다시 3배 가까이 성장해 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시장을 호령해 온 음반을 밀어내고 음악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모바일 음악의 원조는 벨소리다. 2000년을 전후해 일부 업체(CP·콘텐츠 제공자)가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따르릉’을 대신하는 벨소리를 새로 만들어 보급하면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특히 다날, 인포허브 등 관련업체들이 신종직업인 벨소리 작곡가를 고용해 갖가지 벨소리 음악을 새로 내놓고,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시장규모가 커졌다. 벨소리서비스의 지난해 시장규모는 560억원, 올해는 860억원대로 추산된다.지난해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통화연결음은 모바일 음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통화대기 시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지난해 등장과 동시에 휴대전화 이용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지난해 53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했고, 올해는 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8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MOD(주문형 음악), 모바일 노래방 서비스 등도 새로 등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모바일 음악이 급성장한 배경으로는 우선 이용자 부담이 적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비스업체나 음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500원 안팎의 가격으로 벨소리나 통화연결음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다. 신세대가 시장을 주도하고, 음악의 특성상 교체주기가 빠른 점도 시장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모바일 음악의 급팽창은 업계 재편도 촉진시키고 있다. 일부 음반기획사들은 이미 사업구조 다각화 차원에서 모바일사업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이미 모바일 콘텐츠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기획사들도 사내에 전담부서를 만들거나 지분출자 등의 방식으로 모바일 쪽을 강화하는 분위기다.하지만 이런 급성장 뒤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저작권료에 대한 기준이 아직 정확하지 않다. 벨소리 음원에 대한 평균 저작권료가 10만원이지만 일부 저작권자가 ‘오 필승 코리아’ 등 특정한 곡에 대해 수백만원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해결해야 할 점이 남아 있다.모바일 음악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서비스하는 업체(CP)의 수익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특히 통화연결음의 경우 이용자들이 내는 요금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이 5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다시 기획사와 CP가 보통 50%씩 나누기 때문에 CP 입장에서는 시장규모나 매출액에 비해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CP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6.5%의 저작권료도 내야 한다.최근 모바일 음악 시장에는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시장이 뜬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100개가 넘는 업체들이 생겨난 상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회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전익제 (주)5425 서울지사장은 “갑자기 너무 많은 업체가 뛰어들어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라며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