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구성원에 변화의 구체적 이미지 심어줘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전사적 변화관리를 위해서는 ‘상징적 액션’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무슨 얘기인가. 이해를 돕기 위해 고전에 나오는 한토막을 소개한다.

어느 왕이 천금으로 천리마를 구하고자 했으나 3년이 지나도 얻지 못했다. 어느날 한 신하가 천리마를 구해 오겠다며 떠났다. 석달 뒤 그는 천리마가 있는 곳을 찾아냈으나 말은 이미 죽고 없었다. 신하는 죽은 말의 뼈를 오백금이나 주고 사왔다. 그러자 왕은 화를 버럭 냈다. 누가 뼈를 사오라고 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신하는 “이제 천리마라면 뼈조차 거금으로 산다는 것을 세상사람들이 모두 알게 됐습니다. 머지않아 천리마를 끌고 올 것입니다”고 대답했다. 과연 1년이 안되어 천리마가 세필이나 모였다.

이 고전에서 나오는 죽은 명마의 뼈를 사들이는 행위는 훌륭한 상징적 액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천리마를 구합니다’고 수없이 외치는 것보다 훨씬 명확하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로 하여금 천리마를 찾아오게 하는 행동을 이끌어낸다.

최고경영자(CEO)의 상징적 액션은 CEO가 추구하는 ‘훌륭한 일터’(GWP)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징성이 높은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CEO는 상징적 액션을 통해서 자신의 GWP 철학을 확인하고 강화해 나가는 한편 조직의 구성원에게는 변화의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상징적 액션이라는 단어를 추상적이고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 매우 난해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모 기업 CEO는 실적 회의를 할 때 실적이 부진한 지점장이 발표를 하면 주먹으로 탁자를 두드려 탁자에 깔린 유리를 깨곤 했다. 놀라운 점은 이런 사실을 전국 모든 지점의 구성원이 하루 만에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 CEO는 유리를 깨는 행위를 통해서 ‘실적이 나쁘면 죽는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실적 지상주의를 부르짖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모든 구성원에게 전달한 것이다.

GWP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CEO의 상징적 액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일링스(Xilinx)사의 윔 롤랜츠 CEO는 상하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항상 대화의 기회가 열려 있는 조직문화를 중요시한다. ‘윔에게 물어봐’(Ask Wim)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이 자신에게 언제든지 e메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질의응답은 매월 책자로 만들어 전체 구성원과 공유한다. 이뿐만 아니라 아예 CEO 집무실을 없애고 매년 자신의 자리를 사내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직원들 속에서 근무한다. 물론 식사시간에는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좀더 과격하고도 특이한 예를 본다면 CDW사의 존 에드워드슨사장은 연초 공격적인 판매목표를 설정하면서 이를 달성하면 삭발로 구성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판매목표를 달성하자 4분기 판매계획 회의 때 삭발식을 단행함으로써 경영진은 구성원과의 어떠한 약속도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재미있고 활기찬 조직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호텔 외식업 등으로 유명한 칼슨 컴퍼니의 칼슨 회장은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휴일 산책’(Holiday Walk)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칼슨 회장이 휴일 근무를 하는 직원들을 찾아가서 일일이 캔디를 나눠주며 악수를 하는 것. 이때 합창단이 따라다니며 세레나데를 부른다. 남들 쉬는 휴일에 일하는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CEO의 마음을 잘알 수 있다.

컨티넨털에어라인은 3만5,000명이 근무하는 대형 항공사이다. 이 회사에서는 큰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폐단을 막고 ‘작고 가족 같은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매달 CEO가 각 도시를 방문, 구성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매주 금요일에는 음성메일(Voice mail)을 전체 구성원에게 보낸다. 또한 CEO 직통전화 및 편지함을 운영, 구성원이 자유롭게 CEO에게 피드백할 수 있도록 한다.

엘테크의 사례연구

국내 기업의 CEO들은 어떠한가. 국내 CEO들도 알게 모르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상징적 액션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직원들과의 주기적인 간담회, 사장 직통전화 또는 편지함 설치, CEO의 현장방문을 통한 직원들과의 대화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CEO의 상징적 액션이 이끌어내는 효과는 작은 편이다. 예를 들면 모 기업은 CEO 직통메일을 설치해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받는 제도를 운영했다. 하지만 수년간 이 제도를 이용한 구성원은 10명이 채 안된다고 한다.

CEO의 상징적 행동이 의미를 잃게 되는 이유는 무었일까. 첫째, 명확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GWP를 만든다고 무턱대고 기존의 GWP 기업들을 따라서 할 수는 없다. ‘신뢰, 자부심, 재미’라는 기본 사상은 서로 공유하지만 실제로 형상화해 나가려면 각 회사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반영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구성원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업계에서 우리 회사만의 독특한 모습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과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신뢰지수조사(Trust Index) 등을 이용해 단순히 해당 기업 문화의 강ㆍ약점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별 워크숍 등을 실시해 공유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깊은 고민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우리 회사에 맞는 GWP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또 한가지 많은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아쉬운 점은 CEO의 상징적 액션들이 훌륭한 의도와 방법에도 불구하고 목적과 결과에 대해 사전, 사후에 충분히 구성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함으로써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GWP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작은 행위에도 GWP의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