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희 장안대학 디지털 스토리텔링과 교수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활자 속에 묻혀 있던 인문정신이 과학기술과 결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문화 콘텐츠 기법입니다. 어려운 고전문학도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통해 쉽고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지요. 이미 문자제국과 전자제국이 공존하는 시대가 열린 만큼 문예창작교육도 변화가 필요합니다.”신선희 장안대학 교수(48)는 새해 들어 새로운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문예창작과 교수’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과 교수’로 직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신교수가 91년부터 재직 중인 경기도 화성의 장안대학은 문화ㆍ관광중심 대학을 지향하며 27개 학과의 리모델링을 시작, 기존의 문예창작과를 디지털 스토리텔링과로 변경했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커리큘럼과 강의시설 모두 디지털 기반으로 새로 구축했다. 그야말로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창작의 산실로 거듭난다는 취지에서다.디지털 스토리텔링과에서는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의 창작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게 된다. 여러 대학에 문화 콘텐츠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미국, 일본 등에서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개념을 학문의 한 분야로 받아들인 사례는 장안대학이 처음이다. 디지털 혁명과 발걸음을 같이하는 ‘창작 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시도다.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신교수는 4년여 전부터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인터넷 소설이 인기몰이를 하고 출판, 영화, 드라마 등으로 ‘멀티 유즈’되는 것을 보고 문학 전반의 필연적인 변화를 감지했다. 지난해에는 제자들과 PC방, 플스방 등을 섭렵하며 ‘현장감’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고소설학회에 <고전 서사문학과 게임 시나리오>라는 흥미로운 논문도 발표했다. 영웅 군담소설, 무속신화 등 고전 서사문학이 게임 같은 디지털매체와 만나면 충분히 대중화, 산업화될 수 있다는 게 신교수의 생각이다.“경제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영화, 게임 등 허구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스토리텔링에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입니다. 반면 고전, 역사, 지역문화 등 사실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인포메이션 스토리텔링은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에도 작가들이 관심을 쏟지 못했어요. 대학에서 두 분야를 균형 있게 다뤄 창의력과 감성적 아이디어가 빛나는 문화 콘텐츠 전문인력을 더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봅니다.”사실 신교수와 제자들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관련 과목을 통해 이미 적잖은 성과를 일궜다. 조선시대 사회문화상을 음악과 함께 담은 디지털 박물관, 가상인물 내레이션으로 재미를 더한 파주 문화사 등은 신교수도 놀랄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강의를 통해 “분산다중형 사고를 하는 요즘 세대의 특징을 확실히 느꼈다”는 그는 “디자인, 컴퓨터그래픽 기술 등과 결합하면 상품성 있는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신교수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문자제국과 전자제국의 상생’이라고 표현하며 미국 보스턴의 코플리스퀘어를 예로 들었다. 초고층빌딩 존행콕센터 유리창에 비치는 고풍스러운 트리니티 교회의 모습이 최고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는 것에서 이 시대 문학이 짊어져야 할 또 하나의 역할인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엿보았다는 것이다. 바로 고전문학의 향기가 디지털 기술에 투영돼 아름다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꿈이다.“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의 큰 축입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남다른 인재를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약력 : 1957년 서울 출생. 81년 이화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91년 이화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86~90년 이화여대 강사. 2002년 한국고소설학회 총무이사(현). 91년 장안대학 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