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필성 감독의 스릴러 <남극일기>는 색다른 시각을 견지한다. 극한지대에 도전하는 탐사대원들에 관한 영화이지만 ‘위대한 도전’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과도한 정복욕이 빚는 참경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혹독한 자연환경에 맞서는 대원들의 액션은 어디까지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배경 역할에 머무른다. 극한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은 두려움과 공포, 탐착과 광기의 본성으로 충돌한다. 이로써 남극의 스펙터클은 오히려 축소된 듯싶고 인물간의 성격드라마에 더욱 가까워졌다.인물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화면의 색조는 점차 어두워진다. 도입부의 눈부신 백색 설원의 아름다움은 폭풍설의 흐릿한 이미지로 변하다가 막바지에는 암흑이 되고 만다. 대원들이 함께 숙식하는 장소의 분위기도 바뀐다. 중반부까지 텐트 안의 따스함이 지배하지만 후반부에는 오두막의 냉혹함으로 변질돼 있다. 그 중심에는 인간의 탐욕이 있다. 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도전한 ‘도달불능점’의 풍광은 초라하면서도 섬뜩하다.영화는 6명의 대원이 ‘도달불능점’을 찾아가는 도중 80년 전 영국탐험대의 일기를 발견하면서 기괴한 사건에 봉착하는 이야기다.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남극에서 독감증세가 나타나는가 하면 일기에 적힌 것처럼 대원들이 하나씩 사라져간다.영하 80도의 혹한, 밤낮이 6개월씩 계속되는 이상환경, 대원들을 순식간에 삼키는 폭풍설과 크레바스(갈라진 틈)들은 한계상황의 공포를 자아낸다. 여기서 대원들은 두려움에 잠식당하지만 대장 김도형(송강호)은 극복의지를 더욱 다진다. 그러나 그 의지는 무모한 것인 만큼 그것을 강화할수록 광기로 변질된다. 이 광경은 내레이터인 막내 대원 김민재(유지태)의 시선에 따라 객관화된 양상으로 표현된다. 민재는 도형의 이성적 측면을 형상화한 영화적 분신이다. 그러나 그것은 탐욕에 지고 마는 힘없는 이성이다. 민재도 정복욕으로 도형처럼 강행군을 선택하다가 나중에야 정신을 차리고 그와 대결한다. 극지탐험을 소재로 삼았지만 핵심은 액션이 아니라 대사다. 등장인물들은 대사를 통해 자신의 행동에 합리성을 부여하려 애쓴다.그러나 굵은 에피소드에만 신경 쓴 나머지 세부 묘사가 부족해졌으며 이로 인해 긴장감이 약해졌다. 가령 폭풍설이 갑자기 몰려오는 장면에서 대원들이 악전고투하는 상황이 보다 길게 제시됐더라면 긴장감이 높아졌을 것이다. 김도형이 광기에 빠지는 원인에 대한 설명도 불충분하다. 그의 광기는 결과로만 표현될 뿐이다. 5월19일 개봉, 15세 이상.개봉영화▶킨제이보고서20세기 성혁명을 이끈 킨제이 박사의 섹스 연구과정을 다룬 드라마. 섹스를 탐닉의 대상이 아니라 관찰의 대상으로 그려냈다. 정교한 각본에 연기도 인상적이다. 감독 빌 콘돈, 주연 리암 니슨, 로라 리니, 크리스 오도넬▶킹덤 오브 헤븐<글래디에이터>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사극액션. 중세 십자군전쟁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해 전쟁신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주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제레미 아이언스▶혈의누조선시대 말엽 외딴섬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극을 다룬 스릴러. 신문물과 구문화가 충돌하는 와중에서 인간탐욕이 빚는 참극이 전개된다. 조선시대 행해졌던 엽기적인 5가지 살인방법이 국내 처음 소개된다. 코믹배우 차승원이 진지한 연기자로 변신했다. 감독 김대승, 출연 박용우, 지성▶댄서의 순정중국 옌볜 출신 소녀가 한국에서 춤을 배워 댄스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사랑도 찾아가는 코믹드라마. 10대 배우로 최고의 스타파워를 자랑하는 문근영이 주연했다. 상대역은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화려한 춤솜씨를 과시했던 박건형이 맡았다. 감독 박영훈▶코치 카터사무엘 L 잭슨이 주연한 스포츠영화. 농구팀 감독으로 부임한 주인공이 문제아들이 가득한 팀을 정상에 올려놓는다. 공부를 위해 농구를 포기하게 만드는 모습은 다른 스포츠영화에서는 보기 어렵다. 감독 토머스 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