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누구나 15분 안에 유명해질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했다면 배우 손숙은 “중년여성이 숨겨진 자아를 찾는 데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온몸으로 말하는 듯하다. 적어도 그녀의 1인극<셜리 발렌타인>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는 그랬다.셜리 발렌타인에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벽이다. 전업주부인 그녀가 관객과 처음 만나는 순간은 요리를 하면서 벽을 향해 아들 브라이언과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브라이언이 어린시절 성탄절 연극을 망쳐버렸던 것을 흉보는 셜리의 모습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배어 있다. ‘자동엄마모드’로 살아온 그 모습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여성의 우울한 일상도 엿보인다.이 작품의 연출자 글렌 월포드는 한 인터뷰에서 손숙을 처음 봤을 때 “저기 셜리가 걸어오는구나”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 손숙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금세 알 수 있다. 혼잣말이면서 벽과의 대화이고, 불평을 늘어놓고 있지만 아들, 교장선생님 등 주변인물에 대한 성대모사가 어우러져 그 모습이 오히려 귀엽기까지 한 48살의 셜리 발렌타인과 손숙은 이 작품에서 완전히 하나가 된 모습이다.그래서인지 그녀의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 동년배인 ‘아줌마 관객’은 열광한다. 셜리 발렌타인이 그리스로 떠나는 2막이 되면 이런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손숙, 아니 셜리발렌타인이 “(그리스에 가는 문제를 두고) 나를 설득하는 데 3주 걸렸다”는 대사를 시작하면 많은 중년여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스 해변에 수영복을 입고 앉은 셜리 발렌타인의 대화상대는 이제 벽이 아니라 ‘바위’다. 그녀가 바위에 대고 “나 어때?”라고 묻자 침묵을 유지해 왔던 관객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예뻐요”를 외친다. 결국 손숙이라는 한국 대표 여배우의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연기가 실제 현실에서 중년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 여성 관객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셈이다.더욱이 “나는 왜 삶을 받았지? 희망과 꿈과 사용하지도 않을 이런 감정들을 왜 받았지?” 같은 짧지만 의미 있는 대사들은 그녀의 부드러운 어조에 담겨 귀에 쏙쏙 박힌다. 젊은 관객에 비해 감정표현이 익숙지 않은 중년여성 관객의 적극적인 피드백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안녕하세요? 난 한때 당신의 아내였어요. 또 애들의 엄마였고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셜리 발렌타인이 되었답니다. 함께 와인 한잔 하시겠어요?”라는 마지막 대사에 많은 관객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이 작품은 환갑을 넘긴 여배우 손숙이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 소식에 솔깃해 극장을 찾은 관객도 상당수일 터다. 그러나 수영복이 관객의 발길을 잡았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사, 그리고 그 대사를 부드럽게 소화해낸 배우의 연기력이다.7월17일까지/산울림소극장/02-334-5915연극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2005>‘난장이의 아픔은 감동을 주고’2001년 5월 초연 이후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전회ㆍ전석 매진의 신화를 만들었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2005년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백설공주이야기를 재해석한 이 작품은 난장이의 시각에서 짝사랑의 아픔과 순수한 마음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30만명 이상 관객이 다녀간 이 작품으로 제작진은 ‘유료관객 점유율 110%’, ‘서울국제아동청소년 연극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의 화려한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2년의 공백 이후 새롭게 꾸며지는 이 무대에는 초연배우들이 모두 모일 예정.7월7일~9월4일/유씨어터/02-515-0589공연&전시▶<섬으로의 여행-나무자전거 콘서트>TV CM으로 대중에 더 친숙해진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의 주인공 ‘자전거 탄 풍경’은 2003년 이후 ‘풍경’과 ‘나무자전거’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강인봉, 김형섭 2명으로 이뤄진 ‘나무자전거’는 앨범 발표 전부터 라디오 DJ와 드라마 <쾌걸춘향>, <단팥빵>의 OST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가을 내놓은 앨범의 타이틀곡은 ‘내 안의 깃든 너’. 특히 이번 콘서트는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여유로워진 주말을 이용한 주말여행식 콘서트라고.6월25일/남이섬 특설무대/02-508-4621▶연극 <용서를 넘어선 사랑>일제강점기 시절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박해와 고통을 겪다 이후 6ㆍ25전쟁 때 결국 순교한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극. 이영범, 신국, 김성남 등 연기력 있는 중견배우들을 비롯해 40여명이 출연한다. 춤과 노래를 더해 뮤지컬의 요소를 갖고 있기도 한 이 공연은 해외의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같은 작품에 견줄 만한 수준이 되리라는 게 제작사측의 각오다.6월16일~7월3일/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02-929-3770▶뮤지컬 <갓스펠>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와 <이집트의 왕자>로 유명한 작곡가 스테픈 슈왈츠는 이 작품을 통해 두 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학생이었던 존 마이클 테벨락이 마태복음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1971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공연의 연출가 김학민, <명성황후>, <맘마미아>의 음악감독 김문정 등이 스태프로 참여하며 류정한, 소냐 등이 출연한다.7월3일까지/한전아트센터/02-3446-9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