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정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오세훈 전 한나라당 의원. 국회의원 이전에 변호사, 방송인으로 이미 유명인사였던 그인지라 매스컴의 관심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불출마 선언 직후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실제 관심이 있기도 했고 스포츠신문에 어울리는 대답을 찾다 기지를 발휘한 것이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호 국방대학원 교수의 전화였다. 트라이애슬론의 대중화를 꿈꾸며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에서 모임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이렇게 탄생한 게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회장단을 중심으로 한 ‘Tri-A’(트라이A)다. 함께 트라이애슬론을 즐기는 취미모임이자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모임 하나가 이렇게 탄생했다.일명 ‘철인 3종 경기’로 불리는 트라이애슬론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80년대 이후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수영 자유형으로 1.5㎞를 건넌 뒤 사이클로 40㎞를 이동하고 나면 10㎞ 마라톤이 최종적으로 남는다. 이 세 종목을 3시간30분 내에 완주해야 한다.엄밀히 따져 트라이애슬론과 철인 3종 경기는 다르다. 트라이애슬론을 완주했다고 해서 철인 칭호가 붙는 것은 아니다. 이중 킹코스라 불리는 ‘철인코스’(Ironman Courseㆍ수영 3.86㎞,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완주한 사람에게만 철인 칭호가 붙는다.모임의 회장은 오세훈 변호사가 맡고 있지만 모임의 주축은 역시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회장단이다. 연맹 회장이자 아시아트라이애슬론연맹 회장을 겸하고 있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박종공 베스트스토아 사장,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 송진수 공항석유 대표 등 기업 CEO들과 고영우 고영우산부인과 원장, 이석우 이석우치과 원장, 탤런트 송일국, 박상원씨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회원 면면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본래 이 모임은 지난해 여름 체어맨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트라이애슬론을 좋아하는 CEO들의 모임에서 트라이애슬론을 대중화하자는 뜻으로 지난 가을 Tri-A를 공식 출범시켰다. 3종 경기를 의미하는 ‘Tri’가 도전한다는 의미의 ‘Try’와 발음이 같아 ‘최고에 도전한다’는 멤버들의 마음을 담은 Tri-A가 모임의 이름이 됐다.소속회원은 15명 남짓으로 아직 올림픽코스에 도전도 못해 본 회원에서부터 킹코스 도전을 마친 경우까지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 모임의 의미가 단순한 체육동호회 이상이라고 강조한다. 기업경영, 사회봉사 등 국가발전에 기여하느라 바쁜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만큼 틈틈이 시간을 내 색다른 도전을 한다는 사실에 서로 존경심을 갖는다는 이야기다.이미 마라톤 풀코스를 121번, 킹코스를 8번 완주한 경력이 있는 그야말로 ‘철인’인 고영우 원장(66)은 “국내에 트라이애슬론 모임이 70~80개는 될 것”이라며 “운동만 고집했다면 Tri-A 모임보다 일반 동호회활동에 더 열심히 매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경영자들이 많아 각종 대회 참여와 훈련과정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것도 이 모임의 특징이다. ‘철인 3종 경영학’을 실천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많은 회원이 트라이애슬론 경기의 의미를 결과보다 과정에 둔다. 경기참여를 통해 얻어진 성취감을 비즈니스에 연결하면 사업 성취도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49)의 경우 아예 사내에 철인 3종 동호회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트라이애슬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체력과 더불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각 종목별로 어느 정도의 힘과 체력을 배분해야 할 것인가를 고려해 작전을 세워야 하는 게 경영과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다.정기모임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 과천 서울대공원 부근에서 진행된다. 새벽훈련이 모임의 공식적인 자리다. 공식모임은 이렇게 운동하는 시간뿐이지만 그 어떤 모임보다 단결력이 좋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푸른 자연을 보며 함께 운동하는 사이인 만큼 술자리나 다른 어떤 모임을 통해 만난 것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이들의 꿈은 소박하다. 모임이 크게 확대되거나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현재 소속회원들이 모두 올림픽코스를 완주하는 날이 오는 걸 바라는 게 이들의 유일한 포부다.INTERVIEW 오세훈 Tri-A 회장‘1년 준비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트라이애슬론은 가혹한 운동이 아닙니다.”트라이애슬론 모임 Tri-A의 회장을 맡고 있는 오세훈 법무법인 지성 대표변호사(44)는 “경기를 마친 뒤 느끼는 성취감은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특히 이 모임을 통해 느끼는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거뜬히 올림픽코스를 완주하는 동료회원을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것.오변호사는 이 모임이 트라이애슬론 전도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트라이애슬론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이 강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체계적으로만 준비하면 누구나 1년 정도의 훈련 뒤에 트라이애슬론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운동을 평소에 하지 않던 40대 중반 이후 성인을 기준으로 그가 설명하는 트라이애슬론 준비과정은 이렇다.“처음에는 걷기부터 시작합니다. 파워워킹이라고 하죠. 빠르게 걷기를 주 3~4회씩 1개월 정도 합니다. 그러면 다리에 힘이 붙고 몸무게도 2~3㎏ 정도 줄게 됩니다. 그 다음에 시속 7㎞ 정도의 속도로 뛰기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2개월 정도 하면 스스로 체력에 맞게 달리기 속도를 조절하며 10㎞ 정도를 뛸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그 다음에 마지막으로 수영을 하면 3개월 정도면 1.5㎞ 자유형으로 횡단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3가지 운동을 각각 익힌 뒤 3개월 정도를 2~3종목씩 섞어 운동하면 충분히 대회출전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