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7월 한달에만 100만명… 사상 최대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10월 출국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이번 추석연휴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탈코리아’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10월2일과 4일만 휴가를 내면 최장 9일까지 여름에 이어 또 한번의 긴 휴가를 보낼 수 있어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추석연휴기간 동남아, 미주, 유럽 등 주요 노선의 항공권 예약이 거의 다 찬 상태다. 몇몇 여행사의 경우 유럽지역 기획상품 예약이 7월에 마감되기도 했다.

이처럼 추석연휴 해외여행 예약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은 일단은 올해 연휴가 유난히 길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명절을 단순한 휴가로 여기는 인식변화와 함께 원화가 강세를 띠면서 여행경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실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게 이번 추석만의 일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방한외래객보다 내국인 해외여행자수가 꾸준히 앞서나가는 추세였다.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관광 증가세는 사스 등으로 해외여행이 급감했던 2003년을 제외하고는 2001년부터 계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특히 2004년에는 전년 대비 24.5%가 늘어난 882만6,000여명이 해외여행을 떠났으며 2005년 해외여행객은 전년 대비 14.2% 증가한 1,007만8,000여명이었다. 올 상반기의 경우 내국인 해외여행자수는 543만1,000명(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으로 1·6월을 제외한 나머지 4개월간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지역이 17%, 유럽은 8.5%, 미주는 5.9%가 각각 늘어났다. 근거리여행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7월에는 방학, 휴가 등 해외여행 성수기를 맞아 7월 한 달에만 해외여행자수가 100만명을 훌쩍 넘어서 월 출국자로서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여행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6% 많아진 것과 달리 상반기에 방한한 외래객의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총 296만3,000여명으로 내국인 해외여행자의 절반수준이다.

따라서 이 같은 수치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관광수지 적자로 연결된다. 물론 한국관광공사가 제시하는 출입국자 통계치에는 유학, 이민 등으로 해외로 출국하거나 사업목적으로 방한하는 경우 등 모든 출입국과 관계된 케이스가 포함돼 있어 순수하게 여행객만의 통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학, 이민 등의 사례는 통계치의 약 30%에 불과해 내국인 해외여행자가 방한외래객에 비해 급속도로 늘고 있는 트렌드만은 분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실제 여행사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 같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코스닥 상장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의 경우 올 상반기에 모집인원이나 판매금액 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성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8월의 경우 항공권과 숙박일정이 함께 포함돼 있는 기획상품을 이용한 고객만 9만1,500명이나 돼 한달 고객인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게 김희선 홍보팀장의 말이다. 또 여행자들이 늘면서 다양해진 소비자 취향에 따라 이 회사는 전 일정이 미리 짜여져 있는 패키지상품과 개별여행의 중간 형태를 띠는 상품 등 다양한 판매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고객이 늘면서 직원들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져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일정을 2개월이나 앞당겼을 정도다. 채용인원도 평소 50~70명 정도였던 것과 달리 100명으로 늘렸다.

내국인 해외여행자가 늘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이 해외지출의 증가다. 해외여행객 1인당 소비액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여서 사람만 한국을 떠나는 게 아니라 돈도 해외로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1인당 소비액은 2004년 1,169달러에서 지난해 1,239달러로 늘어났다는 게 한국관광공사의 분석이다.

반면 지난해 방한외래객의 1인당 소비액은 약 944달러에 불과해 내국인의 해외지출과 약 300달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화의 지속적인 강세로 인해 방한객의 소비의욕이 떨어져 방한객 1인당 지출은 2004년보다 약 100달러 줄었다. 반면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지출은 전년 대비 70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수지는 62억9,000여달러 적자로 2004년에 비해 적자규모가 약 25억달러 확대됐다.

내국인의 해외 씀씀이가 커지고 있는 것은 2분기 국내 거주자의 신용카드 해외 사용금액 통계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2/4분기 신용카드 해외 사용실적’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중 국내 거주자의 신용카드(직불카드 포함) 해외 사용금액은 약 11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1.6%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또한 175만여명을 기록해 20.2%의 증가율을 보였다. 1인당 신용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684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 많아졌다.

INTERVIEW 심원섭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팀장

‘관광산업 소홀히 여기면 국가경제 발목’

“관광대국은 대개 선진국 아닙니까. 잘사는 나라가 그만큼 볼거리도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국인의 방문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 브랜드의 제고 효과로 이어져 국가 이미지, 더 나아가 자국 상품에 대한 구매력이 좋아지게 되니까요.”

심원섭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관광정책분석팀장은 “관광산업은 외국인의 입국을 늘려 관광수입을 올리는 차원 이상의 역할을 한다”면서 “다른 산업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게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여행객의 출국이 대폭 늘어난 이유에 대해 “이웃나라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에 해외여행을 권장했던 일본의 경우 장기불황에 빠져들면서 업계와 정부가 협력해 저가 상품을 많이 개발한 상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엄청난 인적·자연자원을 활용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숙박 인프라부터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을 위한 기본 여건이 갖춰지지 못한 상태다.

“한국인들은 관광을 거창하게 호텔이나 테마파크를 지어야만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관광이 종합적인 육성전략에 의해 발전하는 산업이라는 사실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고요.”

특히 관광산업 육성이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골프장 신설보다 역사·문화 등 콘텐츠를 활용해 신상품을 개발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일본의 오구니 마을이라는 곳은 일본 어느 지역에나 있는 삼나무를 지역 브랜드로 삼아 이것을 목축산업 육성으로까지 이어간 사례입니다. 자연히 관광지로 각광받게 됐고요. 결국 최근 한국의 지자체들이 관광을 키워드로 하고 있는 것도 관광이라는 게 국민복지 향상과 지역 경제수준 균등화의 몫까지 해내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연경관이나 문화경쟁력만으로 승부하기에 한국은 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우위에 있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류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는 게 한국 관광산업, 특히 여행분야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줄이고 외국인의 방한을 늘리는 비결이 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추진 중인 의료관광이나 영상관광 등이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한류상품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부가 과한 욕심을 내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체계적인 기획 없이 의욕만 앞서니 이웃국가에서 안티 세력이 형성된 게 아니겠습니까. 의료나 영상관광 역시 의료계, 영화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종합적인 시각으로 관광산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게 심팀장의 분석이다. 관광을 하드웨어 개발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제고 관점으로 바라봐야만 한국만의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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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