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영리 의료법인의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영리 의료법인을 시행했을 때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가 지난 12월 15일 나왔기 때문이다.이슈가 되고 있는 영리 의료법인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을 말한다. 이미 현재의 의료 기관들은 모두 ‘영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개인 병원에서 종합병원까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문제는 ‘의료 기관 설립 주체’가 누구냐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 제33조2(의료 기관 개설)에 따르면 의료 기관을 만들 수 있는 주체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와 국가 및 지자체 등으로 한정돼 있다. 즉, 외부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는 일반 기업과 같은 ‘영리법인’을 추가하자는 것이 영리 의료법인 논란의 핵심 사안이다. ‘투자 개방형’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도 개인과 비영리 단체에 한정짓던 투자 주체의 범위를 개방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의 설립이 가능하게 되면 거대 자본이 의료 시장에 들어오게 되고, 이에 따라 장비 집약적이고 인건비가 비싼 의료 서비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재정부의 논리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긴다는 것. 하지만 복지부는 거대 자본이 몰려오면 병원들이 돈이 되는 성형, 실버 산업 등에 뛰어들게 되고, 자연히 서민들이 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다.연구 용역을 맡긴 것도 두 부처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제대로 된 연구 결과를 두고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나온 발표문에는 두 부처를 대변하는 두 연구 기관의 서로 다른 주장만 나열돼 있었다.KDI는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효과가 크다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보건산업진흥원은 부작용이 우려스럽다는데 주안점을 뒀다. 6개월간 또 허송세월을 보낸 셈이다.사실 이번 보고서는 그 어느 때보다 특이한 형식으로 구성됐다. 우선 양부터가 700쪽을 넘을 만큼 많고 KDI와 진흥원의 의견도 같은 주제 안에서 별도로 기술돼 있다. 각론에 대한 입장차가 그만큼 팽팽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한 KDI는 재정부를, 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복지가족부의 견해를 각각 지지해 절충안을 만들지 못하고 평행선만 그었다.KDI는 우선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을 도입했을 때 이끌어낼 수 있는 효과로 △의료 서비스업의 산업화 촉진 △국민 의료비 감소 효과 △시장의 투명성 제고 △소비자 수요에 맞춘 다양한 비즈니스 유형의 시도 가능 등을 내세웠다. KDI는 특히 “영리법인 도입으로 자본 투자 액수와 서비스 공급량이 증가하면 응급 진료와 같은 필수 의료 부문의 진료비가 감소할 것”이라며 의료 서비스 가격 1% 하락 시 국민 의료비는 2560억 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반면 진흥원은 영리 의료법인의 유형을 △고급 의료 충족 △자본 조달 및 기능 특화 △해외 환자 유치 △산업 연계 등 4가지 시나리오별로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부정적 효과까지도 수치화했다. 예컨대 개인 병원 중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경우에도 1조3000억∼4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만∼3만1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생기는 반면 국민 의료비는 7000억∼2조2000억 원 증가하고 66∼92개의 중소 병원이 문을 닫을 것으로 분석됐다.용역 결과를 두고 재정부와 복지부의 해석도 엇갈렸다. 최상목 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지금까지 도입 여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이제부터는 도입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논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용역 결과가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도입 여부부터 부작용 보완 방안까지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월 15일 오전 10시 복지부에서 용역 결과에 대해 합동 브리핑을 실시한 예정이었으나 전날 저녁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도 두 부처의 의견 대립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결국 이 문제는 해를 넘겨 두 부처의 힘겨루기 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정책 추진 속도나 모양새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박신영 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