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자라도 투자·상속 등 철학 달라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모두가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를 꿈꾼다. 그만큼 세계 금융권에서 이 두 사람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두 사람이 정확히 얼마를 갖고 있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 특히 조지 소로스가 그렇다. 부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기업 경영을 통해 돈을 번 사람을 제외하고는 돈을 굴려 부자가 된 전형적인 재테크형 부자 가운데에서는 쌍두마차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거부반응이 없다. 마치 이웃 아저씨와 같은 인상을 풍긴다. 반면 조지 소로스는 ‘냉혈 인간’이라는 표현이 말해 주듯 모든 사람들이 다가갈 수 없는 사람으로 비쳐진다. 특히 외환 위기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는 부정적인 인상이 더 강하다.

같은 부자라고 하더라도 왜 이렇게 다른 평가가 나올까.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2000년대 이후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오로지 부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돈만 추구하는 일부 우리 국민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기 때문에 단순히 슈퍼 리치라는 점 이외에도 이 두 사람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부터 다르다. 워런 버핏은 부모로부터 돈에 관한 모든 것을 어릴 적부터 배웠다. 소위 몸에 밴 체화(embodied)된 부자다. 이에 비해 조지 소로스는 성장 과정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 초에 유럽 지역을 커다란 혼란에 빠뜨렸던 통화 위기의 주범이라는 사실로부터다.

부자들이 추구하는 돈에 대한 관념도 다르다. 워런 버핏은 부모 세대로부터 돈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하나의 도구로 생각해 왔다. 다시 말해 돈을 벌거나 쓸 때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반면 조지 소로스는 돈이 주는 다양한 이점보다 돈 그 자체만 버는데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비쳐져 왔다.

돈에 대한 개념은 일상생활이나 투자 방법, 부자가 된 이후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일상생활에서는 워런 버핏은 고루하게 느껴질 정도의 오래된 뿔테 안경과 20년 이상 된 캠리 자동차, 오마하의 작은 집이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워런 버핏 만큼은 되지 못하지만 조지 소로스도 일상생활에서는 검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에서 검소한 것은 이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슈퍼 리치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은 워런 버핏과 다른 점이다.

돈에 대한 개념은 돈을 버는 방법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돈에 대해 여유가 있는 워런 버핏은 돈을 버는 데 조급해 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비정상적이고 이기적인 방법을 가능한 한 피한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투기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가 가능해진다. 그때그때 시장 흐름보다 큰 추세만 중시하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비용과 피로도도 함께 적어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량 종목은 언젠가는 시장에서 평가받는다는 소위 가치 투자가 가능해진다. 자연스럽게 이 원칙을 지키면 시장을 교란하지 않으면서 시장을 예상할 수 있고 투명성이 확보되는 투자 문화와 기업들에는 정도 경영을 촉진하는 장점도 뒤따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 진정한 부자는?
워런 버핏 영향력 커져

반면 조지 소로스는 상당히 다르다. 장기적인 투자보다 초단기적인 투기를 더 선호한다. 조지 소로스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1990년대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주식과 각국의 통화를 사고판 적이 많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외환과 같은 시장일수록 이런 투기 행위를 즐긴다. 주가를 예측할 때도 심리적 요인을 중시하는 자기암시 가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투기 행위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장에 순응하기보다 시장을 교란해야 한다. 또 조금이라도 틈이 있거나 비정상적인 흐름이 나타날 때에는 이것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타이거 펀드와 퀀텀 펀드는 시장의 주도력을 십분 활용해 1990년대 초의 유럽 통화와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통화 그리고 이번 유럽 재정 위기 때 유로화를 실제 여건보다 심하게 흔들어 놓으면서 궁극적으로는 위기로 몰아넣었다.

물론 시장을 쉽게 흔들어 놓기 위해서는 고도의 금융 기법이 요구된다. 1990년대에 타이거펀드와 퀀텀펀드가 사용했던 파생 금융 기법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조지 소로스가 다양한 파생 기법 등을 통해 세계금융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국가와 투자자들의 희생이 뒤따르고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떨어뜨린 부정적인 평가도 긍정적인 평가에 못지않다.

대표적으로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 국민들이 고통을 생각하면 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전적으로 조지 소로스의 책임은 아니지만 외환위기로 아시아 국민들이 당한 피해액이 전 세계 국민들이 만들어 내는 한 해 국민소득(GDP)과 맞먹는다는 것은 구체적인 수치를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쉽게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슈퍼 리치라고 불릴 만큼 부자가 된 이후에도 이 두 사람이 걷는 방향에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2006년에 워런 버핏은 평생 동안 번 돈의 ‘4분의 3’을 사회에 환원해 ‘오마하의 현인’과 함께 ‘박애주의자’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그것도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보다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했다. 이번 위기 때도 미국 국민들이 어려워할 때 엄청난 재산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자기 자신의 자녀들에 대한 상속에 인색하다. 자녀들이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 이외에는 상속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상속은 자녀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망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오히려 2007년 11월에 열렸던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는 상속세 등은 반드시 존속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해 또 한 번 미국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반면 조지 소로스는 아직까지 이 점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심지어는 자녀들이 정확하게 몇 명이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나중에 인류 공영 차원에서 갖고 있는 재산을 한꺼번에 사회에 환원하면 좋겠지만 최근 들어 잇단 투자 실패로 재산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모든 것들이 똑같은 부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워런 버핏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그의 말 한마디와 행선지, 보유 종목 등은 세계인의 관심을 끈다. 한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세계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린 적이 있지만 워런 버핏은 ‘투자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조지 소로스는 어떤가. 한마디로 갈수록 영향력이 줄고 있다. 국내 출판 업계에서조차 워런 버핏과 관련된 책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조지 소로스와 관련된 책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 진정한 부자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 진정한 부자는?
●용어 설명●
자기암시 가설은…

체감 경기와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심리를 중시하는 주가를 예측하는 기법으로 뉴욕 월가에서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 가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가설의 골자는 어떤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그림 2> ‘Ⅰ’ 국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 심리가 점차 ‘낙관’ 쪽으로 옮겨오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경제 여건 개선 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상승기를 맞게 되고(‘Ⅱ’ 국면),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져 맴돌이 국면에 들어간다(‘Ⅲ’ 국면). 만약 경기와 실적이 받쳐주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 국면을 맞게 되고(‘Ⅳ’ 국면), 그 후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재차 맴돌이 국면에 빠지고 이때 경기와 실적이 뒤따라오면 3차 소상승기, 뒤따르지 못하면 주가는 경제 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 조정 국면에 직면(‘Ⅴ’ 국면)한다는 이론이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