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독주 속에 전문 분야별 강자 각축

각 부문별 1위를 보면 김앤장이 10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절대 강자’다. 김앤장은 지난 조사에서 인사 및 노무 부문 1위를 광장에 내주고 총 9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전 부문에서 정상에 올랐다. 태평양과 광장의 2위권 다툼은 치열했다. 태평양은 5개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2인자의 입지를 다졌다. 광장은 3개 부문, 율촌은 2개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형사 부문과 기업 일반 부문에서는 율촌과 세종이 나란히 4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부문별로 살펴보자. 금융 및 자본시장 부문에서는 지난 조사와 마찬가지로 김앤장·광장·세종의 3파전이었다.


세종은 금융 부문서 두각
전통적으로 세종은 금융 부문에 강점을 가진 로펌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세종은 금융 관련 분야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시아 최초로 커버드 본드 발행 등 자산 유동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 및 대검찰청 금융정보팀 전문위원 등을 영입하며 ‘증권불공정거래 전문대응팀’의 라인업을 보강했다. 전문팀은 최근 이슈가 됐던 주식워런트증권(ELW) 사건, 상한가 따라잡기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했다.

조세와 공정거래 부문에서 눈에 띄는 로펌은 역시 율촌이다. 조세 부문에서는 1위 김앤장과의 표 차이가 2표에 불과할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이 분야에서 율촌의 명성은 업계 대부분이 이미 인정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율촌 조세그룹은 조세 분야의 스타 변호사들이 탄탄하게 맥을 잇고 있는 데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업계가 인정하는 조세통이라고 할 수 있는‘우창록 → 윤세리 → 소순무 → 강석훈·김동수 변호사’의 계보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1세대인 우창록 대표변호사는 조세 소송 분야의 ‘대부’로 통한다. 창업 공신인 김동수 변호사 또한 조세 사건의 ‘백과 사전’으로 불릴 만큼 이 분야 전문가다. 오랫동안 율촌의 조세그룹을 이끄는 소순무 변호사도 20년간 판사로 재직하며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조세팀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조세법의 1인자로 불린다. 이들을 중심으로 전통을 이으려는 인재들이 속속 모여들게 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M&A 부문은 김앤장·태평양·광장 3강 체제다. 광장은 특히 3분기 실적이 두드러진다. 일본 투자회사 오릭스의 STX에너지 지분 인수, 제일모직의 노바엘이디 지분 50% 인수 등에 법률 자문을 맡았다.

송무 및 중재 부문에서는 5위에 오른 화우를 주목할 만하다. 화우는 2003년 국제 거래 및 기업 자문으로 이름이 높은 우방과 송무에 능통한 화백이 합병해 탄생했다. 두 로펌 간의 강점이 어우러지며 강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방에서부터 몸담아 온 윤호일 대표변호사는 공정거래, 금융, 국제 거래 및 M&A 등 기업 법무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손꼽힌다.

인사 및 노무 부문에서 눈에 띄는 로펌은 2위인 광장이다. 광장이 이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주완 변호사가 큰 역할을 했다. 주 변호사는 노동 분야의 ‘마당발’로 통하는 인물이다. 주 변호사는 변호사가 된 이후 대우그룹에 입사해 노무 업무를 담당하면서 노동 분야 일에 빠져들게 됐다. 그는 한국노총·경영자총협회·노동부 등 이른바 ‘노·사·정’ 세 곳 모두를 자문한 이례적인 경력을 지닌 한국 유일의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부문에서는 태평양이 지난해 득표수 14표에서 올해는 41표로 껑충 뛰며 2위에 오른 것이 눈길을 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특허 소송이 크게 늘자 대형 로펌에서 지식재산권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0여 명의 변호사·변리사로 구성된 지식재산권팀을 보유하고 있는 태평양은 올해 지식재산권 강화를 핵심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올 초 법무법인 다래에 있던 특허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하며 우수 인력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특허 전문 로펌으로 알려진 다래는 지난해보다 1단계 올라 6위를 기록했다. 다래는 특허법원 판사 출신의 박승문·조용식 변호사가 1999년 설립한 한국 최초의 지식재산권 전문 로펌이다. 지식재산권이라는 한 우물만 판 결과 변호사와 변리사 4명으로 출발한 로펌은 이제 전체 직원 110명 규모의 중견 로펌으로 성장했다. 다래는 지식재산권 관련 사건이 전체 법원 사건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지재권에 특화돼 있다.


지식재산권 특화 ‘다래’ 선전 이어져
국제분쟁 부문에서는 50표를 얻은 태평양이 2위에 올랐다. 태평양이 이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은 김갑유 변호사의 공이 크다. 김 변호사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최초의 투자자국가소송(ISD) 중재 사건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ISD 중재 사건에서 한국 정부 대리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형사 부문은 2위 이하 그룹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김앤장은 68표로 선두를 차지했고 태평양이 45표, 광장이 36표로 2, 3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바른이 21표로 4위, 세종과 율촌은 각각 17표로 공동 5위에 올랐고 화우도 13표로 7위를 기록했다. 형사 부문에서 눈에 띄는 로펌은 바른이다. 1998년 설립된 바른은 비슷한 규모로 출발선에 선 타 로펌 가운데 가장 급성장한 로펌으로 손꼽힌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정권 당시 정권, 고위 공직자의 주요 사건을 도맡은 것이 성장세와 유명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대한민국 로펌 랭킹_부문별 순위] 율촌 ‘조세’서 강세… M&A는 3강 체제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