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위험 회피 성향, 영역에 따라 차이
Based on “Age Differences in Risk : Perceptions, Intentions and Domains” by Emily M. Bonem, Phoebe C. Ellsworth and Richard Gonzalez, (2015,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Volume 28, Issue 4, pp. 317~330)

연구 목적
일반적인 고정관념 중 하나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정관념이 언제나 사실로 판명되지는 않는다. 그동안 이뤄진 고연령자의 위험한 행동에 관한 연구들은 서로 다른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전 연구 결과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덜 충동적이고 보다 안전한 대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나이가 사람들의 위험 회피 정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나이가 많을수록 더 위험한 행동을 추구한다는 결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반된 연구 결과에 대해 몇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실험 참가자들이 모든 설문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고연령자의 낮은 설문 응답률이 연령에 따른 차이를 야기했을 수 있다. 또한 연구실 조사의 성격상 건강 문제나 인지 장애와 같은 특성을 가진 고연령자가 배제돼 연령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이 밖에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한 가지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성별과 같은 ‘개인적 요인’과 위험의 유형·영역과 같은 ‘상황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따라 복합적으로 결정된다는 연구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에밀리 보넴 미시간대 심리학과 교수와 연구진은 ‘행동심리학적 의사결정 연구(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에 ‘위험 감수에 대한 연령 차이, 위험의 지각 및 행동 의도와 영역’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특정한 표본 집단 및 위험 영역에 대한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을 지양하고 다양한 표본 집단 및 위험 영역을 대상으로 사람들의 위험 회피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주제
이 논문은 특히 위험에 대한 연령별 선호도의 차이가 안전의 측면과 윤리적 측면 등과 같이 서로 다른 위험의 영역(risk domain)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령별 위험 선호도의 차이는 사회적 인정, 친근함의 표시 등 개개인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행동으로 옮기려는 위험 추구 동기(risk motivations)에 의해 발생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위험 영역에 걸쳐 사람들이 일관된 위험 선호도를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봤다. 또한 연령에 따라 위험의 인지 및 선호도에 차이가 존재하는지 분석하고 연령별 위험 행동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동인이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했다.

연구 방법
저자들은 연령에 따른 위험 영역별 위험 선호도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3개의 연령 그룹(18~25세, 26~59세, 60~83세)과 5개의 위험 영역(건강과 안전·사회·윤리·환경·기타)으로 구분해 두 차례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항목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지각된 위험에 대한 개인별 위험 결정의 차이를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영역별 위험 감수 척도(DOSPERT : the Domain-Specific Risk-Taking Scale)’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설문지는 최종적으로 영역별 위험 감수 척도에서 추출한 15개 항목과 저자들에 의해 새롭게 개발된 25개의 항목을 포함해 총 40개의 설문 항목으로 구성됐다.

첫째 설문 조사는 176명을 대상으로 5개 위험 영역에 대해 40개의 설문 항목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사용해 실시했다. 둘째 설문 조사는 182명을 대상으로 첫째 설문 조사에서 연령별 차이가 발생한 3개 위험 영역(건강과 안전·사회·윤리)의 15개 설문 항목에 대해 추가 조사했다.

연구 결과
연구 조사 결과 나이가 많을수록 더 위험 회피적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과 다르게 연령에 따른 위험 회피 정도의 차이는 위험 영역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

위험 영역별로 살펴보면 ‘건강과 안전’ 및 ‘윤리’ 영역에서는 고연령 그룹이 더 위험 회피적인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이 친구들과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지 등 ‘사회’ 영역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연령 그룹이 더 위험 회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핵폐기물에 노출되기 등 ‘환경’ 영역의 질문이나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하기 등 ‘기타’ 영역의 질문에 대해서는 연령 그룹별 위험 선호도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고연령 그룹과 저연령 그룹 사이에 존재하는 건강과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정도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사점
이 논문은 특히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시장을 세분화하려는 기업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이 논문을 통해 고객의 심리에 내재돼 있는 가치 기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날 더욱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경영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고객 가치(customer value)’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나 상황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를 신규 시장 진입이나 기존 제품의 포지셔닝 전략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기업들이 고객이나 시장을 나눌 때 인구통계학적 세분화 방법에 따라 연령별로 그룹을 구분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곤 했다. 하지만 연령에 따른 소비자들의 특성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느 영역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예측이 어려운 불확실성의 사회다. 이처럼 불확실한 현실에서 대부분이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 결정에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이나 기대 효용과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동반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사람들의 위험 회피 정도가 위험의 영역에 따라 상이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소비자의 연령에 따른 차별화 전략은 실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광용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 kwangyonglee@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