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경영 시동 건 GS…선두 주자는
올해로 출범 10년째를 맞은 GS가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 대표와 임원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에너지·발전 계열사의 시너지를 북돋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본격적인 후계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다. 12월 1일 GS에 따르면 GS는 임원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전배 2명, 신규 선임 2명 ▷부사장 승진 6명 ▷전무 승진 9명 ▷상무 신규 선임 25명 ▷전배 2명 등 총 46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내정했다.
에너지·발전 계열사의 시너지는 대표이사의 전환 배치 및 겸직을 통해 꾀했다. 먼저 GS E&R 하영봉 사장은 GS에너지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또 GS파워 손영기 사장은 자리를 옮겨 GS E&R 대표이사와 GS EPS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2개사 총괄하는 손영기 사장
현재 GS그룹 내 에너지 사업 지분 구조를 보면 (주)GS 아래에 GS에너지·GS EPS·GS E&R 등이 있다. GS에너지 아래 GS칼텍스·GS파워가 있다. (주)GS는 현재 GS EPS지분 70%, GS E&R 지분 64.4%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GS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던 GS칼텍스의 이익 비율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GS칼텍스의 그룹 내 이익 비율은 2012년 절반이 넘는 53%에 달했지만 2013년 34%에 이어 올해에는 20%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GS에너지를 맡은 하영봉 사장은 2014년 GS그룹에 인수된 GS E&R(구 STX에너지)의 신임 대표이사를 맡아 발전 사업의 확대에 매진해 왔다. 특히 LG상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종합상사에서의 오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GS E&R가 자원 개발 사업과 GS동해전력 건설 등 신시장 개척에서 성과를 거두며 GS그룹의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룹 관계자는 “하 사장은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및 국내외 자원 개발을 비롯해 각종 에너지·발전 관련 사업 분야의 성장을 도모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영봉 GS E&R 사장이 GS에너지 대표이사로 옮기면서 기존 나완배 GS에너지 부회장이 퇴진하게 됐다.
손영기 사장의 겸직은 특히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손 사장의 겸직이 그룹 내 발전 사업을 통합하는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GS에너지의 자회사인 GS파워와 (주)GS의 자회사인 GS E&R와 GS EPS는 주된 사업내용이 민간 발전 사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GS E&R는 집단 에너지 공급자로, 국내 최초 민자 화력발전 사업에 진출한 기업이다. GS EPS는 국내 2위 민간 발전 업체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GS파워도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전기와 열을 동시 생산하고 있다. GS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미래 성장 동력인 발전 회사들의 시너지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 전환 배치 등 과감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GS그룹에 따르면 손 사장은 그룹 내 손꼽히는 발전 사업 전문가다. 그는 GS칼텍스에서 가스·전력·자원개발사업을 총괄하는 부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 GS파워 대표이사를 맡아 전력·발전 사업 분야에서 전문 경험을 쌓았다. 손 사장은 특히 2016년 완공되는 민간 기업 최초의 대규모 화력발전소인 GS동해전력의 안정된 사업화와 GS EPS가 운영 중인 바이오매스(Biomass) 발전소가 신규 성장 사업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한편 손 사장은 2012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대학교 같은 과 후배로 허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발전 부문 위상 달라질 것”
이와 함께 GS파워의 대표이사로는 김응식 부사장이 선임됐다. 김 부사장은 역시 호남정유에 입사해 2003년 GS칼텍스 원유제품부문장, 2007년 싱가포르 현지법인장, 2011년 윤활유사업본부장, 2014년 서플라이&트레이딩(Supply&Trading)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원유·제품 수급 전문가로 탁월한 성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GS의 핵심은 GS칼텍스라는 인식이 크지만 내년 이후 발전소가 본격 가동되면서 이익이 점차 늘어나면 GS그룹 내에서도 에너지·발전 부문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GS칼텍스의 그룹 매출 비율이 줄어든 이유는 발전 자회사의 이익이 늘어나는 한편 GS리테일·GS홈쇼핑 같은 유통 자회사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GS리테일의 2014년 말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9624억 원, 1433억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1940억 원, 2421억 원으로 예상된다.
최근 GS그룹 유통 부문의 핵심으로 떠오른 GS리테일은 오너가 3세인 허연수 사장이 새로 취임하게 됐다. 2003년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2년간 이 회사를 이끌어 왔던 허승조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용퇴했다. 올해 65세인 허 부회장은 고(故) 허만정 창업주의 8남으로 2세들 중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맡아 왔다. 이에 따라 GS 2세들은 그룹 계열사 경영에서 모두 물러나게 됐다.
허연수 사장은 창업주의 넷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고려대 전기공학과, 시러큐스대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에서 MD부문 전무, 부사장,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쳤다.
이번 인사에서는 GS그룹 4세들의 일제 승진도 눈에 띈다. 먼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허 전무는 2002년 LG칼텍스정유에 입사, 2013년 GS건설 경영혁신담당 상무, 올해 GS건설 사업지원실장 상무를 맡고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다. 허 전무는 GS 지분 0.49%(45만7078주)를 보유하고 있다. 또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전무)으로 승진한 허준홍 전무는 해외에서 근무하다가 작년 말 LPG사업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허 전무는 허남각 삼양통상 대표이사 회장의 장남이자 GS가(家) 장손으로 1975년생이며 GS 지분을 1.67%(155만6327주) 갖고 있다.
또한 허서홍 삼양인터내셔날 상무는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을 담당하는 상무로 신규 선임됐다. 허 상무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대표이사 회장의 장남으로 GS에너지 인사에 앞서 GS아이티엠과 삼양인터내셔날의 사내이사에 오르기도 했다. 허 상무는 또 지난해부터 그룹 지주사인 GS 지분도 사들이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허 상무의 GS 지분율은 올해 초 0.82%였지만 3분기 기준으로는 0.93%(86만649주)로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각각 대표이사·전무·상무의 자리에서 그룹 경영 전반을 지휘할 오너가 3·4세가 대내외적 경제 환경 악화 속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