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 격차’ 키우는 로봇 시대?
로봇의 주인이 되지 못한 자는 로봇을 가진 자본가의 자유 시간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나서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다.

로봇은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할까, 불행하게 할까. 로봇(무인·자동화)이 인류 효용(행복)의 총량을 늘린다는 말에 동의하기는 쉽다. 효용은 결국 적은 노동으로 많은 재화를 생산할 수 있을 때 가능하고 로봇은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 총량을 감소시킨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노동 공급자(근로자)로선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생산에서 차지하는 근로자 몫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일자리와 소득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문제 해결 여부에 따라 로봇이 자본주의의 폐단을 해결할 무기일지, 미래 신자본주의의 맹아일지가 정해진다. 자본가에게만 수혜가 돌아가면 소득과 효용의 빈부 격차는 더욱 커진다. 피터슨세계경제연구소는 세계 평균 소득과 중간 소득 차는 2013년 3365달러에서 2035년 5112달러로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격차 확대는 상대 빈곤에서 오는 사회문제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상대 빈곤은 인류 전체 효용을 갉아먹는다.

불꽃같은 삶을 산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힘에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가 말한 힘 또는 권력이란 자신을 둘러싼 저항을 극복하는 의미이지 나치의 삐뚤어진 권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권력 창출은 인간이 얼마만큼 많은 자유의지와 시간을 가질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관점에서 로봇이 인간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다만 로봇의 주인이 되지 못한 자는 로봇을 가진 자본가의 자유 시간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나서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다. 서비스는 이용 대상자와 제공자 간 권력 차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인간 위의 인간이라는 관념을 만들어 낼지 모른다. 이게 문제점이다. 자동차·항공기·금융 서비스 등의 말 앞에 무인이 붙고 있다. 그럴수록 누군가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빈자리는 의료 서비스, 교육 서비스, 고액 자산가 관련 금융 서비스 등의 일자리가 채울 것으로 보인다. 로봇 시대에는 로봇의 주인이 되든가 감정을 소모(서비스업)하며 살아가야 한다. 감정을 너무 많이 써버린 인간이 로봇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