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맞서 철강 업계 ‘협력 확대’
‘10년의 라이벌’이었던 포스코와 아르셀로미탈이 손을 맞잡은 것은 그만큼 철강 업계의 불황이 깊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공급과잉 상태에서 철강을 덤핑하면서 글로벌 철강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현대제철의 공격 경영으로 내수 시장마저 흔들렸다. 국내 철강 업계 맏형인 포스코에 2015년은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권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결단이다. 이번 협력 역시 권 회장이 아르셀로미탈 측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말 권 회장이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권 회장이 미탈 회장에게 “포스코의 최고 기술을 유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같이 마케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아르셀로미탈은 4대륙·22개국에 퍼져 있는 생산 및 판매망을 중심으로 연산 1억2000만 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포스코는 냉연·열연 등 자사 샘플을 아르셀로미탈 연구·개발(R&D)센터에 보냈고 아르셀로미탈 측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는 내용의 40쪽짜리 분석 보고서를 제출했다. 현재는 실무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며 올해 상반기에는 그 내용이 완성돼 협력이 진행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기술 경쟁력과 아르셀로미탈의 넓은 판매망이 더해진다면 글로벌 철강 업계의 불황을 타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회장은 최근에도 국내에서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현실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실리를 앞세우는 권 회장의 위기 극복 전략이다. 국내 철강 시장을 위협하는 중국산에 맞서 현대제철과 손을 잡은 것이다. 중국산 열연강판의 수입 억제를 위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함께 중국 철강 업체들을 반덤핑 혐의로 제소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권오준 회장 약력
1950년생.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피츠버그대 대학원 금속 박사. 1986년 포스코. 2014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현). 2015년 한국공학한림원 이사장(현).
이정흔 기자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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