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의 등장’ 훈풍 분 주택 시장
어느덧 2015년을 마감했다. 2015년은 빈사에 빠졌던 주택 시장이 기사회생한 해로 기록된다. 주요 지수를 통해 지난 한 해 주택 시장을 돌아보자.

우선 거래량을 살펴보면 전국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11월 말까지 6만8419건으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9년 평균 거래량 5만1632건보다 33%나 늘어난 것은 물론 그동안 최고치였던 2006년의 6만106건보다 많았다. 특히 수도권은 지난 9년 월평균 거래량에 비해 60%나 거래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거래량이 과거보다 늘어났다는 의미는 파는 사람도 많았고 사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주택 시장에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현상이다.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사람에게 2015년은 처분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고 그들이 처분한 주택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취득세나 양도소득세도 많이 걷혔고 시중에 유동성을 늘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젊은 투자자, 대거 주택 시장 진입
2015년 새로 주택을 매수한 사람 중에는 일부 투자자도 있었지만 실수요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몇 년간의 전세난에 떠밀려 매매 시장을 노크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매매 시장으로 눈을 돌린 가장 큰 원인은 전셋값 비율의 상승이다. 2009년 1월 52.3%까지 떨어졌던 전국 아파트 전셋값 비율은 2015년 11월 73.7%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역대 최고치였던 2001년 10월의 69.5%마저도 훌쩍 넘어 버린 것이다.

세입자로선 2009년에는 집값의 절반을 더 내야 집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전세가 유리했지만 2015년에는 집값의 4분의 1만 더 내면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집값의 4분의 3을 줘야 전세를 살 수 있으니 전세가 그만큼 불리해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오른 전세라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월세냐 매매냐의 기로에 선 실수요자들 중 일부가 매매를 선택하면서 매매 거래량이 늘어났던 것이다.

투자자에게도 전셋값 비율이 올라간 것은 유리하다. 과거보다 적은 실투자금으로 투자가 가능하기에 자본력이 적은 투자자들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면서 투자수익률도 따라 오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셋값 비율이 50%였을 때와 비교하면 전셋값 비율이 75%인 때는 실투자금이 절반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같은 상승률을 보여도 수익률이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갭 투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자본이 적으면서 과거보다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주택 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한 해가 됐다.

이렇게 매수세가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매매가도 상승하게 됐다. 2014년 말 대비 2015년 12월 중순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99%였다. 연말까지 5.0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6년 이후 2011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범위를 수도권으로 좁혀 보면 5.56% 올라 2006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매매 시장의 측면에서 보면 수도권 시장이 확실히 살아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7년간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9.6%, 기타 지방(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은 49.7% 상승했다. 반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2.8%나 하락했다.

임대 수요의 일부가 매매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전세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한 해를 보였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7년 동안 월평균 0.48%나 오르던 전세 시장은 지난 2년간 0.43% 상승에 그친 것이다. 다만 체감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20%가 오르더라도 1억 원이었을 때는 2000만 원밖에 오르지 않지만 5억 원일 때는 1억 원이나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같은 비율이라도 과거보다 세입자가 올려줘야 하는 인상분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지역적으로 보면 수도권의 전세난은 여전히 심각하다. 2015년 12월 중순의 지방 소재 5대 광역시 전셋값은 2014년 말 대비 4.5%, 기타 지방은 1.9% 상승에 그친 반면 수도권은 8.2%나 상승했다. 특히 서울의 한강 이남 지역은 9.7%나 상승해 수도권 전세난을 이끌었다.

미분양 증가 추세 주목해야
매매 시장이 예전보다 활성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전셋값이 고공 행진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시중에 전세 물건이 귀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전세를 줬던 임대인(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2015년 11월까지의 누적으로 보면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44.1%로 역대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아파트 시장만 국한해 봐도 2015년은 38.5%로 역대 최고치다. 아파트는 2015년 11월의 월세 비율이 40.9%로, 전년 동월의 33.3%에 비해 무려 7.6% 포인트나 늘어났다. 전통적으로 아파트 임대 시장은 전세가 주류였지만 지금은 다섯 채 중 두 채 이상이 월세로 거래되고 있다. 바야흐로 월세 시대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주택 투자 심리도 크게 좋아졌다. 한국은행에서 매월 조사한 주택 가치 전망의 2015년 평균을 내보면 119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08년 94, 2009년 101, 2010년 102, 2011년 106으로 꾸준히 좋아지던 주택 가치 전망은 2012년 98로 바닥을 찍은 후 2013년 106, 2014년 118로 회복된 후 2015년에는 119를 기록한 것이다. 2014년 이후 달라진 투자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지수는 2015년 들어 각종 기록을 깨면서 상승 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나빠지고 있는 지수도 있다. 미분양이 바로 그것이다. 주택 시장이 살아나면서 대규모 공급도 따라서 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면 따라서 공급도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질 때, 다시 말해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수준보다 공급이 늘어날 때 미분양이 증가하게 된다.

2015년 10월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3만2221채에 달한다. 이는 역사상 최고치였던 2009년 3월 16만5641채의 5분의 1 수준, 지난 3년간 최고치였던 2012년 11월의 7만6319채에 비해서는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가장 낮았던 2015년 4월의 2만8093채에 비해서는 15%나 늘어난 수치다. 과거에 비해 아직까지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바뀐 만큼 눈여겨봐야 한다. 지역별로는 지난 6개월간 경기 김포(1747채), 경남 거제(1437채), 경기 화성(1421채), 충남 당진(1032채) 등의 지역에서 1000채 이상의 미분양이 추가로 발생했다.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분양 물량 증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수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2015년은 주택 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띤 한 해가 된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