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서비스 성공의 열쇠 ‘내비게이션’
네이버·카카오·SK플래닛 등 국내 포털과 모바일 기업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두고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맞붙었다. 내비게이션을 통한 이용자 빅 데이터 축적이 신규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그간 모바일과 PC를 이용한 ‘길찾기’와 ‘차량용 내비게이션’ 서비스 두 분야로 양분돼 왔다. 하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어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일부에서는 사양산업이라는 싸늘한 시선을 보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내비게이션을 보는 기업의 시각이 달라졌다. 최근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플랫폼 기능과 함께 이용자 정보 축적에 용이한 서비스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각 기업이 관련 벤처를 인수하고 기존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전략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신사업 찾아 나선 기업들…‘내비’를 잡아라
‘내비게이션 전쟁’을 촉발한 곳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그간 모바일에만 머물렀던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O2O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미 ‘카카오택시’와 고급 택시인 ‘카카오택시 블랙’을 출시했고 대리운전인 ‘카카오 드라이버’도 2016년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카카오는 2015년 5월 모바일 내비게이션 ‘김기사’ 운영사인 록앤올을 626억 원에 인수했다. 기존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 더해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신사업 확대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포털 1위 기업 네이버 역시 2015년 12월 2일 기존 1000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지도 서비스에 차량용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하며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네이버 지도에는 이미 식당, 숙박 시설 등 3800여 개 업종 161만 곳이 등록돼 있다. O2O 관련 검색 건수도 월 16억 건에 이른다. 이 중 5000만 건은 전화로, 2000만 건은 길 찾기로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기존 길찾기 서비스에 머물렀던 이용자를 차량용 내비게이션으로 유도하고 이를 축적해 빅 데이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포털과 함께 이동통신사들도 내비게이션 앱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플래닛의 차량용 내비게이션 ‘T맵’ 서비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T맵은 2002년 출시 이후 현재 회원 1800만 명, 월간 이용자 800만 명으로 업계 1위 내비게이션 앱이다.

KT도 3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한 자사 ‘올레 내비’에 최근 내비게이션 전문 업체 팅크웨어의 지도와 운행 정보 등을 탑재하기로 했다. 내비게이션 전문 업체와의 협업으로 편의성을 더해 T맵과 김기사 이용자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O2O 서비스 성공의 열쇠 ‘내비게이션’
내비, 빅 데이터 수집에 가장 적절
이토록 기업들이 내비게이션 서비스에 사활을 건 이유는 바로 O2O 서비스 때문이다. 기업들은 내비게이션 성공이 곧 O2O 서비스 성공을 결정짓는 가늠자라고 판단한다. 기존 검색 정보와 달리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이용자의 이동 수단, 이동 경로, 목적지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방대해 신사업 전략 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한 위치 정보는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맛집을 검색하고 방문하는 고객에게 관련 쿠폰을 지급할 수 있고 그동안 검색한 목적지를 활용해 이동 경로 중 개인별 식성에 따른 맛집을 추천할 수도 있다.

또 자주 방문하는 목적지를 근거로 개인의 관심사와 취미를 유추할 수도 있다. 즉, 맞춤형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T맵 운영사인 SK플래닛은 모바일 선주문 서비스 ‘시럽오더(Syrup Order)’에 T맵이 가진 관심 지역 정보(POI : point of interest)를 활용했다. POI에는 맛집·숙박 등 전체 1500개 이상의 업종 정보와 전화번호, 상점 내 메뉴, 영업시간 등 매장별 상세 정보가 포함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동량 등 고객 유동성까지도 T맵을 통해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시럽오더 이용 시 배달 여부, 영업시간, 메뉴, 매장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시럽오더는 고객이 해당 매장에 도착하기 전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선주문 서비스’다.

내비게이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다. 무인 자동차의 핵심이 내비게이션이라는 판단에서다.

구글은 2013년 이스라엘의 내비게이션 업체 웨이즈를 1조5000억 원에 인수해 무인차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BMW·벤츠·아우디도 노키아의 내비게이션 서비스 ‘히어’를 3조4500억 원에 공동 인수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내비게이션을 잡아야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보를 얻어야 신규 사업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최근 각 사가 내비게이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신사업 창출에 있다”고 분석한다. 카카오 관계자도 “내비게이션 사업은 당장의 수익을 보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내비와 관련한 신규 수익 창출과 O2O 사업을 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민오 네이버 지도지역셀장도 “내비게이션 외에도 지도 서비스의 활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 나갈 계획”이라며 “추후 내비게이션에 음성 검색, 주변 검색뿐만 아니라 차량 단말기와의 미러링을 지원하며 다가오는 커넥티드 카 시대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