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안 커리어케어 부사장 “중견기업도 인재 채용 눈높이 높아져”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이어지는 가운데 헤드헌팅 시장이 분주하다. 모처럼 고급 인력이 넘쳐나는데, 이들을 품어줄 만한 중견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갈 곳을 잃은 대기업 임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이를 바라보는 후배들의 눈빛도 흔들린다. 방황하는 그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전일안 커리어케어 부사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업은 인재를 알아보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바람으로 헤드헌팅 시장에 ‘큰 장’이 섰는데.
“불안정한 상황에 대기업 울타리 속에 있던 핵심 인재들도 사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헤드헌팅 시장에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시장 전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 시장에 나와 있는 인재 풀이 많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확실하지만 기업의 채용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좀처럼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키맨(핵심 인재)’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어 시장에 활력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키맨에 대한 영입 경쟁이 더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기업 인력을 품을 중견기업들의 사정은 어떤가.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와 함께 예전보다는 위축된 채용 의지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견기업에서는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앞선 시스템을 전수 받기 위해 꾸준히 대기업 경력자를 선호하고 있다. 대기업·중견기업 할 것 없이 예전에 비해 인재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유능한 인력들이 채용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오면 이들 중견기업들의 채용 절차가 더욱 까다롭고 신중해질 것이다.”

최근 대기업 직원들의 성향도 달라지고 있다는데, 실상은 어떤가.
“예전에 비해 직장에 대한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평균 재직 기간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이고 이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상당 부분 사라져 이제는 이직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바야흐로 ‘직장’이 아닌 ‘직업’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많은 인재들이 대기업 타이틀을 버리고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최근 트렌드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안정적이지만 근무 강도가 높은 대기업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업’을 좇아 일과 생활을 병행하려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헤드헌팅 전문가로서 방황하는 대기업 임직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준다면….
“대기업에서 나온 인재들에게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싶다. 기존에 누리던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 취업 시장은 전쟁터와 같다. 또한 현재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인재들은 자신의 커리어패스를 미리 계획하고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전문성을 가진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영 받는 인재가 될 수 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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