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문제연구소·아세아문제연구소 등 대학 부설 연구소 '선전'
외교안보연구소 8회째 선두…2위는 통일연구원
외교와 안보 경쟁력은 세계무대에서 한 국가의 힘을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잣대다. ‘100대 싱크탱크’에 선정된 싱크탱크들은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국력을 뒷받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조사되는 ‘100대 싱크탱크’ 선정은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이 기간 동안 외교 안보 부문의 1위는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바로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이하 외교안보연구소)다. 외교안보연구소의 가장 큰 강점은 연구가 실제 정책에 확실히 반영된다는 것이다. 외교안보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대부분이 현직 외교관들이기 때문이다. 자칫 싱크탱크가 지나치게 ‘학문적 성과’만에 사로잡히는 오류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1위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큰 변화도 있었다. 조사 이후 외교·안보 부문은 이른바 ‘빅 5’의 아성이 이어져 왔다. 빅 5는 외교안보연구소를 포함해 통일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세종연구소·동아시아연구원이 그곳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꾸준히 이어지던 ‘빅 5’ 체제가 무너졌다. 근소한 차이지만 아산정책연구원이 동아시아연구원을 밀어내고 5위에 오른 것이다. 5위 아산정책연구원과 6위 동아시아연구원의 점수 차는 불과 27점이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영향력, 연구의 질, 연구 역량 등 3개 평가 항목 중 2개 평가 항목(영향력·연구 역량)에서 동아시아연구원보다 우위에 섰다.
또 지난 조사에서 2위로 한 단계 상승했던 세종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4위를 차지했다. 2위는 통일연구원, 3위는 한국국방연구원이 올랐다.
외교안보연구소는 외교부 국립외교원 산하 기관이다. 1977년 설립된 외교안보연구원이 전신이다. 이후 2012년 외무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국립외교원이 설립되면서 지금의 외교안보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외교안보연구소의 정책 연구 활동은 지역과 기능에 따라 5곳의 연구부와 4곳의 연구센터로 나뉜다. 5곳의 연구부에선 국제 안보·북핵 등 남북 관계를 비롯해 한미 동맹 등 대미 관계, 중남미·유럽·러시아·중동 등의 지역 이슈, 또 글로벌 거버넌스·기후변화·공적개발원조(ODA)·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정치·경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외교안보연구소, 일본 연구 강화
4곳의 전문 연구센터도 눈에 띈다. 각각 중국연구센터·외교사연구센터·국제법센터·일본연구센터다. 이 중 일본연구센터는 2015년 신설됐다. 광복 70주년 및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한일 관계 및 일본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 한일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봉길 외교안보연구소장은 “외교안보연구소는 첫째, 정부의 중·장기 외교정책 및 전략에 관한 연구 분석 및 개발과 둘째, 외교 현안에 대한 정책 보고 활동을 그 핵심 소임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또한 국내외 학계 및 연구 기관과의 정책 연구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연구 결과의 발간 활동을 통해 한국의 외교 어젠다를 국내외에 발신하고 있고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교’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위를 차지한 통일연구원은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사의 흐름이 바뀌던 1991년 문을 열었다. 통일연구원의 연구 분야는 크게 국제 정세, 북한 연구, 통일 정책 등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통일연구원은 최근 들어 북핵 문제, 북한 인권, 남북 통합 연구 등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 4대 국정 과제에 포함됨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낸 아산정책연구원도 관심을 가질만하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2007년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을 기념해 설립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그리고 지구촌의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올바른 사회 담론을 주도하는 독립 싱크탱크를 지향한다. 특히 통일·외교·안보는 물론 거버넌스와 공공 정책 및 철학 등의 보다 넓은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향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이 공공 외교와 유관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은 타 싱크탱크와 차별화된 요소다. 아산정책연구원과 아산나눔재단이 공동으로 설립한 교육 프로그램인 ‘아산서원’은 인재 양성의 백미다. 아산서원 원생으로 선발된 대학생 및 대학원생은 10개월간 인문 교육과 해외 인턴십 훈련을 받는다. 동서양 고전을 바탕으로 역사·철학·정치를 배운 후 미국 워싱턴 또는 중국 베이징의 비영리 기관 등에서 인턴으로 실무 경험을 쌓게 된다. 워싱턴과 베이징으로 구분해 30명의 원생을 선발하며 교육비용과 항공료·해외 체재비 등이 지원된다.

대학 싱크탱크 중엔 극동문제연구소 ‘톱’
이번 조사의 특징 중 하나는 대학 싱크탱크들의 선전에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등이 지난 조사에 비해 순위를 끌어올린 싱크탱크들이다.
이 중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무려 아홉 계단이나 순위가 상승해 9위에 오른 싱크탱크다. 아세아문제연구소는 아시아 지역 연구의 대표적인 연구소 중 한 곳이다. 1957년에 설립돼 역사가 벌써 60년을 바라보고 있다. 아세아연구소가 발간하는 계간 학술지 ‘아세아연구’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꼭 읽어야 할 학술지로 평가받고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외교·안보 부문의 대학 싱크탱크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극동문제연구소는 1972년 설립된 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연구를 주도해 왔다. 극동문제연구소는 오랜 역사를 가진 학술지 ‘한국과 국제정치’를 비롯해 여러 연구 성과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특히 ‘통일경제아카데미’를 통해 남북 관계에 대해 ‘실사구시’적 접근을 주도 중이다.
한편 지난 조사에서 외교·안보 부문 8위를 차지했던 민간 군사연구소인 한국전략문제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100대 싱크탱크 안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유는 2015년 4월 한국전략문제연구소에서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분리되면서 각각 군사 부문과 안보 부문에서 좀 더 특화됐기 때문이다. 신설된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22위를 기록하는 좋은 성적을 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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