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투자금 대비 투자수익률 높아져, 전세 끼고 집 사는 투자자 늘 것

전셋값 비율 '임계치'…하반기 집값 오를 듯
각종 언론에 보도되는 2016년 주택 시장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 일색이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공급과잉 우려 등 하나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악재들이 동시에 주택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투자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치전망지수는 2015년 12월 102까지 떨어졌다. 102는 2013년 8월 이후 28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런 악재들이 2016년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상반기 시장은 2015년보다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에 들어서면 상반기보다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상저하고’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분양 차별화…서울은 오히려 감소

주택 시장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투자 심리에 극심하게 영향을 받는다.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매수세가 끊기게 되고 매도세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보도가 각종 언론에 연일 확대재생산되면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고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던 매도인들도 매수세가 줄어들고 거래가 되지 않는 현실을 확인하고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은 겨울철 비수기와 겹치면서 설날 전후에 가장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상저(上底)의 이유가 이것이다.

하지만 이런 악재는 너무 과장된 면이 있다. 첫째,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올해 말까지 얼마, 내년까지 얼마’ 이런 식으로 예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발표한 대로 미국과 세계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면 금리 인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하면 금리 인상은 상당히 천천히 지속될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우리도 바로 금리를 인상할 이유는 없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2년이나 미국 기준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경상수지 흑자가 282억 달러에 이르는 등 경제적 자신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때도 미국계 자금이 유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는 그보다 4배나 많은 수준이다.

둘째, 공급과잉 문제다. 주택 공급이 과잉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척도는 미분양이다. 미분양이 많다는 것은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수요 대비 공급이 너무 많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4만9724채에 달했다. 이는 역사상 최고치였던 2009년 3월의 16만5641채의 3분의 1 수준, 지난 3년간 최고치였던 2012년 11월의 7만6319채에 비해서는 3분의 2도 되지 않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가장 낮았던 지난해 4월의 2만8093채에 비해서는 77%나 늘어난 수치다.

미분양 증가 속도도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미분양이 늘어난다고 모든 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은 2015년 4월에 비해 11월의 미분양 물량이 오히려 746채나 줄었다. 미분양 물량이 4분의 3이나 줄었다. 지역별 차별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로서는 미분양이 늘어나는 지역을 피하고 줄어들거나 늘지 않는 지역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셋째, 대출 규제 강화는 실수요자에게 매우 불리하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내 집 마련이 그만큼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자에게는 대출 규제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전셋값 비율이 74%를 넘어섰다. 과거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고 수준이 70%이기 때문에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어서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즉 어떤 대출 규제가 나와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사람과는 무관하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로 하여금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드는 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위험 요인 실제보다 과장돼

문제는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면서 집을 살 투자자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전세를 시장에 공급하는 주체는 무주택자도, 1주택자도 아닌 다주택자다. 그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유는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액이라는) 적은 돈으로 집값 상승분의 전부를 수익으로 챙기려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해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사람도 줄어들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기존에 전세를 주고 있던 다주택자들도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집값 상승이 주춤했던 지난 몇 년간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가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임대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임대 공급이 줄어들면서 2016년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전세난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난이 시작되면 지난 몇 년간 주택 시장이 겪었던 일들이 그대로 재현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전세 물량이 부족하니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전셋값이 오르게 된다. 둘째, 그나마 오른 값에라도 전세를 구한 사람은 다행이고 나머지 세입자에게는 매매냐 월세냐의 잔혹한 선택만이 남겨지게 된다. 월세를 선택하면 집주인에게 자기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줘야 한다는 의미가 되고 매매를 선택하면 지난 1~2년간 그랬던 것처럼 집값이 상승하면서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수익을 올려주게 된다.

결국 주택 매매 시장의 침체가 전세난의 원인이 되면서 매매 수요를 자극했던 지난 몇 년간 주택 시장에서 벌어졌던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셋값 비율이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고(下高)의 근거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전세로 가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전셋값 비율이 높아질수록 실투자금 대비 투자수익률은 높아진다. 4억 원짜리 집이 1억 원이 올랐을 때 전셋값 비율이 50%라면 실투자금이 2억 원이므로 투자수익률은 50%이지만 전셋값 비율이 75%라면 실투자금이 1억 원이므로 투자수익률은 100%가 된다. 그런데 2015년 전국 아파트 상승률은 5.06%였고 이는 2010년의 2.53%에 비해 정확히 두 배 정도 높은 상승률이었다. 투자수익률로 환산하면 2010년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익률이 된 것이다.

2016년에도 전셋값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상승률 대비 수익률은 더 높아지게 된다. 만약 상승률이 4.4% 정도만 되더라도 수익률은 2015년보다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것을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있기에 집값 상승의 확신이 시장에 퍼지면 시장이 급속도로 상승장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2016년 시장이 2015년보다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위험성이 실체보다 과장되면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을 예로 들면 코스피지수를 100포인트 정도 끌어내릴 악재가 있는데, 실제로 300포인트 정도 내렸다면 나중에 그 사실을 대중이 인식한 후에는 200포인트 정도 반등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아는 호재는 호재가 아니다. 시장가격에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모든 사람이 아는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 오히려 투자 측면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투자의 요체는 탐욕을 절제하고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자.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