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시대' 서비스업 진출 노려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2015년 12월 20일 공식적으로 발효됐다. 중국은 지난 30여 년간의 고속 성장 시대의 막을 내리고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속 성장’에 부합하는 정책 기조를 설정했다.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 서비스 산업의 육성, 산업구조 고도화 추진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인민 모두가 중산층 이상으로 잘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만들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년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한중 FTA시대' 서비스업 진출 노려라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율은 2015년 26%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면서 2015년(1~11월)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4.5%를 기록하는 등 2009년 마이너스 5.1%를 기록한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 감소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율은 증가했다. 즉, 세계적인 유효수요 부족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은 감소 폭이 적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FTA의 발효는 분명 한국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분야,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 합의

한중 FTA 개방화 정도는 99%에 이르는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보다 낮다(품목 수 기준으로 중국 측 자유화율은 90.7%, 한국 측 자유화율은 92.1%). 하지만 한국의 민감 품목에 대한 원칙적인 보호와 주력 유망 수출 품목의 중국 시장 접근성 개선을 고려하면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전체 품목 90.7%(수입액 기준 85%)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됨에 따라 중국 내 주요 경쟁국인 일본·대만·미국·독일 등에 비해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했다. 철강(냉연·열연·도금강판 등)·석유화학(프로필렌·에틸렌 등) 등 일부 주력 소재 제품과 패션(의류·액세서리 등), 영·유아 용품, 스포츠·레저용품, 건강·웰빙 제품(의료 기기 등), 고급 소형 생활 가전(밥솥·믹서 등) 등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 제품들은 중국의 특혜관세로 가격 경쟁력 강화 기회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중 FTA를 통해 연간 87억 달러에 해당하는 수출품의 관세가 발효 즉시 철폐됐고 수출 458억 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은 발효 10년 후 관세가 모두 철폐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중 FTA 자유화가 최종 달성되는 시점까지 연간 관세 절감 예상액은 54억4000만 달러(약 6조 원)로 한미 FTA(9억3000만 달러)의 5.8배, 한·EU FTA(13억8000만 달러)의 3.9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중 FTA 서비스 분야는 포지티브 자유화 방식(개방 분야 열거)에 따른 서비스 시장 개방 및 투자 보호를 우선 규정했지만 후속 협상에서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원칙적 개방, 미개방 분야 열거)에 따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서비스 산업 비율의 빠른 증가와 소득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중요한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은 법률(상하이 자유무역지대 내 중국 로펌과 합작), 건축·엔지니어링(한국 실적 인정), 건설(한국 실적 인정), 유통(취급 금지 품목 완화), 환경(하수처리 서비스 개방), 엔터테인먼트(한국 기업 49% 지분 참여 허용) 분야를 개방했다. 이처럼 건설·유통·환경·법률·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유망 서비스 시장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 개발 어젠다(DDA)보다 유리한 양허를 확보함으로써 중국 진출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한중 FTA에서는 각종 비관세 조치 관련 분쟁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중개 절차를 도입하는 등 비관세 장벽 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통관과 관련해 세관 간 협력회의 정례화 등을 통해 통관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고 시험 성적서 상호 인정 협력, 시험·인증 비용 절감 및 기간 축소를 위한 협력, 시험·인증 기관 중국 진출 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여전히 높은 중국의 비관세 장벽

하지만 이러한 여건 개선이 중국에 대한 수출 확대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관세 인하 효과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중국의 비관세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중국은 특히 위생·검역(SPS) 및 무역 기술 장벽(TBT), 통관 부문의 비관세 장벽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정보 공유가 필요하고 주요 산업 및 품목별로 중국의 제도적 특성을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중국이 운용하는 전기전자 분야 국가 표준은 총 2058개인데 이 중 33.1%인 651개가 국제 기준과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 품목은 인증을 받는데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된다. 통신 제품도 정보 보안 강제 인증 제도로 방화벽과 보안 라우터 등 13개 품목이 중국 정부의 조달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지식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 최근 급격히 수출이 증가한 화장품도 미백류 화장품이 일반류에서 특수류로 변경돼 인증 절차가 강화됐고 자외선 차단지수 등에 대해 한국에서의 실험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의약품도 외국 기업에 대한 임상을 위한 승인 허가 기간이 통상 4~5년으로 중국 기업의 2~3년에 비해 길고 판매 승인까지는 8~10년이 소요된다.

한중 FTA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산 제품 수입 증가에 대비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대중국 진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추가 협상에서 신규 규정 도입 및 제도를 실시할 때 철저한 사전 고지 요구뿐만 아니라 해외 인허가 획득을 위한 자금 지원, 컨설팅 등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는 점도 위협 요인이지만 한중 FTA를 계기로 이를 글로벌 가치 사슬을 활용한 한중 간 새로운 분업 및 협업 구조로 바꿔 나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