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1위' 두부 등 주요 제품…해외 사업, 20년 투자에도 적자 행진

'풀무원 가격 인상' 진짜 이유는 해외 적자?
해외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풀무원이 두부와 달걀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전격 인상해 해외 사업의 손실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인상이었다고 해명하지만 사전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풀무원의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은 지난 1월 7일 4년여 만에 두부 가격을 인상했다. 5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두부 업계 1위 기업인 풀무원식품은 두부 제품 36개의 가격을 평균 5.3% 올렸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12년 12월 두부 가격을 평균 8.5% 올린 데 이은 4년여 만의 일이다.

주요 제품별 인상 폭을 살펴보면 ‘국산콩 두부 찌개용(300g)’ 가격을 3100원에서 3350원으로 8.1% 인상했다. 국산콩 두부 ‘느리게 만든 한모(360g)’는 3900원에서 4100원으로 5.1% 인상하는 한편 또 다른 국산콩 두부인 ‘풀 연두부(250g)’ 가격 역시 1500원에서 1600원으로 6.7% 올렸다.
'풀무원 가격 인상' 진짜 이유는 해외 적자?
1991년 미국에 첫 진출

달걀 가격도 2013년 말 이후 2년 만에 올렸다. 달걀 ‘하루에 한알(15구)’은 5500원에서 5700원으로 3.6% 올리는 등 달걀 5종의 가격도 평균 3.9% 인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핫도그·짜장면 등 가공식품류 가격을 평균 11.9% 올린 바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국산 대두 가격과 응고제 납품 단가가 평균 12.8% 인상됐고 백태 유통가격이 2013년 대비 20.9% 올랐다”면서 “제품의 가격 인상 폭과 시기는 대형 유통사들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 소식이 외부로 먼저 유출돼 사전 예고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금융 투자 업계에선 이번 가격 인상이 향후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풀무원의 연결기준 매출에서 두부와 달걀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0.7%, 3.5% 수준”이라며 “두 제품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풀무원이 이처럼 주력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린 배경에 대해 식품 업계에선 해외 사업 실적 악화에 따른 조치로 보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풀무원식품의 전체 해외 법인이 분기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단기간 내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풀무원식품은 현재 8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 ‘풀무원 USA’와 ‘풀무원 푸즈 USA’가 있고 ‘몬테레이파스타디벨로프먼트컴퍼니’는 청산할 예정이다. 일본 법인은 아사히물류와 경아를 계열사로 지닌 아사히식품공업이 있고 중국에는 상하이포미다식품과 베이징포미다녹색식품을 갖고 있다.

풀무원의 해외 사업 진출 역사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찌감치 내수 시장의 한계를 깨닫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풀무원은 미국 법인을 설립하면서 이듬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04년에는 미국 와일드우드를 인수하고 2010년에 MGF를 인수하면서 회사의 매출은 1조원대를 넘어 1조2700억원을 기록했다.

풀무원은 아사히식품공업 지분 49%를 사들이면서 2014년 6월에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하반기 유부 공장인 오마치 공장을 증설하는 대신 두부를 생산하는 교토공장은 철수하는 등 공장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중국에는 2011년에 진출했다. 현재 상하이와 베이징 법인에서 식품 판매를 하고 있고 충칭법인은 2014년 4월 방판 영업 자격증을 획득,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풀무원 “해외 법인 체질 개선 중”

풀무원은 20여 년 가까이 해외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아직까지 내세울 만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미국 ‘풀무원 USA’는 173억1853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일본 아사히식품공업도 77억8619만원의 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포미다식품과 베이징포미다녹색식품 역시 당기순손실 11억6098만원, 21억8144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법인은 지난해에도 분기마다 적자 행진을 이어 갔다. 201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미국 법인이 149억8648만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이어 일본 법인이 104억527만원, 중국 법인이 34억9396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풀무원식품 해외 법인의 작년 9개월 동안 적자 총액은 300억원에 달했다.

미국 법인은 파스타 시장점유율을 현지 이탈리아 업체에 빼앗기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법인은 2014년 태풍에 따른 콩 가격 폭등과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의 여파가 컸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법인은 그동안 인수·합병(M&A) 등 여러 변화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실적이 저조했다”며 “예전에는 현지 전문 경영인을 뒀지만 지금은 이효율 대표가 직접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등 체질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 법인은 진출한 지 얼마 안 됐다”면서 “해외 사업은 투자한 결과가 곧바로 성과로 나타나는 게 아니지만 내년에는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KB투자증권은 2015년 해외 법인 실적이 매출 2500억원, 영업 적자 3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2016년은 매출 3490억원, 영업적자 250억원으로 전망했다.

손주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법인이 본업의 좋은 실적을 훼손하는 단기적 리스크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며 “해외 법인의 실적 부진에 따른 본업의 이익 훼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이어 “단기적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법인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풀무원 고유의 기업 가치(‘로하스’)에 있고 해외 선진 사례를 전략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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