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폭탄 피하려면 10가지를 주의하라
최고 50% 세율…'협의 중'이라도 납부 기한 챙겨야
하지만 대부분이 상속 준비를 소홀히 한다. 부모가 너무 나이 들면 상속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사후 상속이 시작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상속재산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파악한 후에도 상속인 간의 협의가 순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금을 내지 않았거나 적게 낸 납세자에게 부과되는 납부 불성실 가산세의 경우 1일 1만 분의 3의 세율을 적용한다. 많지 않아 보이지만 은행 이자로 계산하면 연 11%에 달한다. 현재 은행 금리의 10배 수준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상속세 기한이 늦으면 늦을수록 엄청난 세 부담이 생긴다는 의미다. 아래의 10가지 사례는 상속 준비와 빠른 납세가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CASE 1. 가족끼리 싸우더라도 상속세 납부 기일은 넘기지 마라
6·25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온 A 씨는 건설업으로 자수성가해 수백억원의 재산을 모았다. 슬하에는 딸 둘 외에 양자로 들인 아들이 있었다. A 씨 생전에는 서로 왕래도 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처럼 보였던 가족들의 관계가 A 씨 사후에 험악해졌다. 상속재산을 두고 상속인들 간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신경전이 펼쳐졌던 것이다.
결국 상속재산 분할 협의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상속 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로 규정된 상속세와 취득세 신고·납부 기간을 훌쩍 넘겨 엄청난 규모의 가산세 폭탄을 부과 받게 됐다.
CHECK POINT
상속인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상속세 신고 기한 이내에 상속세 과세표준을 신고해야 가산세의 불이익(무신고 가산세 산출 세액의 20%)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신고 기한 내 납부하면 세금의 10%를 공제해 주니 이를 감안하면 기간을 넘겨 납부할 경우 30% 이상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상속이 발생하면 사망 시점에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과 채무에 대해 상속이 개시되며 상속과 관련한 세금의 신고 납부도 등기 등록 시점이 아닌 사망 시점으로부터 기산된다. 취득세는 신고·납부제도이므로 고지납부하는 세금처럼 고지서가 따로 발부되지 않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상속재산의 분할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상속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기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취득세 신고를 해야 가산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CASE 2. 상속재산을 쉽게 단정하지 마라
B 씨는 부인과 자녀 둘을 남겨두고 지병으로 사망했다. 상속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속세에 대해 문의해 봤더니 상속받은 재산이 10억원 미만이면 상속세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놓았다. B 씨의 재산이라고는 9억원 상당의 부동산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참이 지난 후 세무서에서 상속세 고지서가 날아와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다. B 씨의 생명보험금 3억원이 문제였다. 부동산 9억원과 합해 상속 재산가액이 12억원이 돼 상속세를 납부해야 했던 것이다.
CHECK POINT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사망하면 최소 10억원은 상속 공제가 되므로 그 이하의 금액은 상속세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상속 및 증여세법상 상속재산에는 사망 당시 재산뿐만 아니라 10년 동안 사전 증여한 재산, 생명보험금, 퇴직금, 사망 전 2년 이내에 처분해 인출한 재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서 그 자금의 사용처를 못 밝히는 재산 등도 상속재산으로 규정하므로 이 모든 것을 합해 10억원이 초과되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CASE 3. 상속 부동산은 사망 후 6개월 후에 처분하라
경기도 양평에 사는 C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50억원의 부동산을 상속받았지만 상속재산이 모두 부동산으로 돼 있어 상속세를 납부할 돈이 고민이었다.
이에 따라 상속받은 직후 세금을 낼 요량으로 부동산을 급매물로 처리했는데, 피상속인 사망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매매했다면 세금을 상당 폭 줄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CHECK POINT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할 때 최소 사망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매매 계약을 해야 한다. 사망일 전후 각 6개월 이내, 사망 전 2년 이내의 기간에 매매 계약이 되는 경우에는 그 매매가액이 상속재산 평가액이 돼 상속세가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통상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60~70%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안 내도 될 세금을 30~40% 정도 더 낸 것이다. 당장 세금 낼 돈이 없다면 해당 부동산을 납세 담보로 제공한 뒤 연부연납 신청을 하면 된다.
또 하나 부동산 상속과 관련해 유념할 사항은 건물을 상속할 때는 월세보다 전세가 많은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세는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상속증여세법에서는 이를 피상속인의 부채로 봐 상속세를 계산할 때 공제해 주고 있다. CASE 4. 고인의 채무·채권 철저히 챙겨라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D 씨는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울 때마다 개인적으로 사채 등을 빌려 일시적으로 사용한 후 변제하곤 했다. 그러던 중 D 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유족들은 D 씨의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신고하고 세금까지 납부했다.
그런데 얼마 후 국세청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D 씨가 회사에 자금을 빌려줬다가 회수한 금액의 합계액에서 회사에 빌려준 금액의 합계액을 차감한 순 가수금 반제금액(돌려받을 금액)이 7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자금의 사용처를 소명하라는 것이었다.
CHECK POINT
상속법에서는 상속세 부담을 부당하게 줄이기 위해 소유 재산을 처분해 상속인들에게 미리 분배하거나 현금 등 자산 형태로 전환해 상속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금융회사 등에 부담한 채무의 합계액이 상속 개시일 전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인 경우와 상속 개시일 전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인 경우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다면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재무제표로 봤을 때 회사가 대표자에게 빌려준 돈은 가지급금으로 채무이며 대표자가 회사에 빌려준 돈은 가수금으로 채권에 해당한다. 회사에서 가수금을 반제 처리(현금으로 지급이 이뤄진 것)한 것에 대해서는 그 금액의 사용처를 밝혀야 상속재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 대표이사가 갑자기 사망한 뒤 사용처를 밝힐 수 없게 되면 꼼짝없이 상속세를 물어야 한다.
CASE 5. 아버지 병원비는 아버지 재산으로 내라
E 씨는 장기간 병치레를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병원비 1억원과 1000만원 상당의 장례비용 일체를 형제들과 논의해 일괄 계산했다. 자식 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로부터 30억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받게 된 E 씨와 형제들은 재산 분할을 위해 세무사와 상담하던 중 병원비 등을 피상속인 재산으로 납부했다면 그만큼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무릎을 쳐야 했다.
CHECK POINT
고인의 병원비나 공과금장례비채무 등은 상속세 계산 시 총상속재산에서 빼도록 돼 있다. 절세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과세표준의 크기에 따라 병원비 납부액의 10~50%다.
장례비는 증빙이 없더라도 500만원을 공제해 주며 500만원을 초과하면 증빙에 의해 지출 사실이 확인되는 것은 공제해 준다. 다만 장례비가 1000만 원을 초과할 때에는 1000만 원까지만 공제해 준다. CASE 6. 주가 높을 때는 사전 증여를 미뤄라
재벌가 사람인 F 씨는 1000억원대의 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F 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그의 주식이 골칫거리가 됐다. F 씨가 상장기업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관계로 그의 지분에 30% 할증해 과세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가 갖고 있던 1000억원대 주식에 300억원이 더해져 총 1300억원에 대한 과세가 추진돼 세금만 650억원이 된 것이다.
상속 개시 당시 평균가액이 2만원이었던 주식 가격은 6개월 이후 1만5000원까지 떨어져 주식 총액은 750억원으로 줄었지만 세금은 650억원 그대로 과세되며 상속재산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CHECK POINT
상속세 계산의 기초가 되는 상속 재산가액은 피상속인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한다. 상장 주식 등과 같이 가격 변동성이 크거나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 비상장 주식 등과 같은 상속재산은 이러한 기준일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속 개시일 기준으로 100억원이던 상속재산이 납부해야 하는 시점에는 40억원의 가치밖에 안 나간다면 해당 상속재산을 전부 매각해도 상속세조차 내기 부족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권과 무관한 상장 주식은 상속세 납부 기한 이전 적절한 시점에 매각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 바람직할 수 있다.
CASE 7. 증빙 없는 사전 증여는 피하라
50억원대 자산가인 G 씨는 오랜 지병으로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상가 건물을 20억원에 처분한 뒤 그중 12억원을 거래처 채무 변제 및 병원비 등으로 지출하고 나머지 8억원을 두 자녀에게 나눠 줬다.
그로부터 몇 달 뒤 G 씨가 사망하고 남겨진 자녀들은 오히려 G 씨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국세청에서 상속세 조사를 나와 상가 건물 처분 대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소명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소명하지 못하면 자녀들은 10억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추징당할 처지다.
CHECK POINT
관련 법에 따르면 상속 개시일 전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일 때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으면 이를 상속인이 받은 재산으로 보고 과세가 이뤄진다. 물론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전에 처분한 재산의 사용처를 상속인이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소명하지 못한 금액 전부를 상속재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처 미소명 금액에서 처분 재산가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녀들이 세금 문제로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한다면 피상속인은 금융회사를 통해 대금을 주고받고 무통장 입금증 등 객관적인 증빙을 확보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ASE 8. 계모자 관계에서 배우자 상속 공제를 무시하지 마라
수백억원대의 자산가 H 씨가 사망한 후 계모자(전처 소생의 자식과 후처와의 친자 관계)에 있는 공동 상속인들은 상속재산을 두고 냉랭한 싸움을 이어 갔다.
이들은 결국 분할 절차 완료 기한을 놓쳤고 배우자 상속 공제로 얻을 수 있는 세금 혜택 30억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CHECK POINT
상속세 산정에서 가장 많은 공제 금액(최대 30억원)이 인정되는 것은 바로 배우자 상속 공제다. 상속인들 간에 합의를 통해 배우자 상속 공제를 인정받은 뒤 등기 절차 등을 우선 완료하게 되면 최대 30억원 상당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사례에서 계모자 간 합의를 통해 배우자 공제를 받은 뒤 차후 상속재산의 분할을 추가로 협의했다면 상당 부분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일부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에게 자기의 상속분을 양보하더라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우자 상속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배우자 상속재산 분할 기한(신고 기한으로부터 6월)까지 상속재산을 배우자 명의로 분할해야 한다.
CASE 9. 상속인의 건강이 나쁘면 대습상속도 고려하라
피상속인 I 씨는 사망하면서 시가 15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남겼다. 상속인은 그의 아들이 한 명뿐이었는데, 이미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아들은 이 아파트를 자신의 아들(손자)이 바로 상속받게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세무 전문가에게 상담한 I 씨는 자신과 자신의 아들 중 누가 상속받느냐에 따라 상속세가 천지차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CHECK POINT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 상속을 하게 되면 아들에게 상속할 때보다 30% 할증해 상속세를 내야 한다. 단,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아들이 사망해 손자가 아들을 대신해 상속을 받는 대습상속(代襲相續)이라면 세대를 건너뛴 상속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할증 과세를 하지 않는다.
또한 상속이 개시된 후 10년 이내에 상속인이 사망해 다시 상속이 개시된 때에는 재상속 기간에 따라 100%에서 1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상속인이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면 할증 과세를 받더라도 세대를 건너뛰어 상속해 주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CASE 10. 공익법인 출연의 법정 기한을 놓치지 마라
억척스럽게 음식점을 운영해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성장한 J 씨는 어릴 적 배우지 못한 설움에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장학재단 설립이 꿈이었다.
J 씨는 자녀들에게 유언을 통해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게 했고 고인의 유지를 받든 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 재단 설립을 위해 재산 출연을 진행하다가 난감한 일을 당했다. 국세청에서 신고 불성실과 납부 불성실 의혹을 받고 가산세를 두들겨 맞았기 때문이다.
CHECK POINT
피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종교자선학술 등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이에게 재산을 출연할 때는 그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않는다.
단, 상속인들이 피상속인의 유지를 받들어 공익법인 등에 재산을 출연하고자 했다면 상속세 신고 기한(상속 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월) 내에 출연해야 한다. 기간이 지나 출연하면 좋은 일을 하고도 세금은 세금대로 내야 한다.
또한 상속인이 출연 받은 공익법인 등의 이사 현원의 5분의 1을 초과해 이사가 되거나 이사의 선임 기타 사업 운영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했더라도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다.
상속세를 줄여보겠다고 공익사업에 출연하는 것으로 위장한다면 나중에 신고 불성실 10~40%, 납부 불성실 1일 0.03%의 가산세를 추징당하게 된다.
도움말=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김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상무·길혜전 하나은행 신탁부 세무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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