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주가도 같이 하락하고 있다. 미국·독일·일본의 주요 주가지수는 8~11% 떨어졌다. 한국의 주가는 같은 기간 3.2% 하락한 데 그쳐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주가가 이처럼 하락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고 언제까지 더 떨어질까. 중국 등 신흥 시장은 과잉투자에서, 선진 시장은 주가 거품 발생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이 해소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 주가가 보여준 것처럼 올 한 해(특히 상반기)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매우 클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주가만 오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거시적 측면에서 주식시장을 진단해 본다.
인도마저 주가 하락으로 돌아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2009년 선진국 경제는 마이너스 3.5% 성장했다. 같은 해 세계 경제성장률로 마이너스 0.4%였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2009년 9.2% 성장한 데 이어 2010년에도 10%가 넘는 고성장을 달성했다. 2009년에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율이 57%에 이르면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지나치게 투자 중심으로 성장했고 이제 그 후유증이 본격적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고정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 41%였지만 2009년 46%, 2010년에는 47%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고정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79%와 56%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의 부채가 급증했다는 데 있다. 2008년에 중국 정부와 민간 부문의 부채가 GDP의 125% 정도였지만 2015년에는 220%를 넘어섰다. 특히 2014년 기업 부채가 GDP의 157%로 매우 높다. 기업 부채가 높다는 한국이 102%로 중국보다 훨씬 낮다.
중국 기업이 부채를 늘려 투자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했지만 이제 수요 부족으로 거의 모든 산업에서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태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2012년 이후 거의 4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기업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갈수록 부실기업이 늘 것이고 이는 결국 은행 부실을 초래할 전망이다.
쌓인 부실은 언젠가는 처리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어느 정도 시장의 힘을 빌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신흥 시장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인도를 제외하고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신흥 시장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인도 주가마저 하락세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부실 구조조정 돌입 시기 ‘주목’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의 고성장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 미국은 과도한 유동성에 따른 주가 거품의 해소 과정을 겪을 전망이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은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수요를 부양했다. 통화정책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과감했다. 미 중앙은행(Fed)은 금융 위기 이전에 5.25%였던 연방기금 금리를 0~0.25%로 인하했다. 이도 모자라 세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를 통해 본원통화를 3조 달러 이상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2009년 3월 676까지 떨어졌던 주가(S&P500)가 지난해 5월 2135로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주가는 산업 생산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산업 생산과의 장기 관계를 통해 분석해 보면 2015년 5월 주가는 경기를 29% 정도 과대평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그 정도가 26%로 줄었다. 2000년 초 정보통신 혁명으로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했는데, 지금은 거품 정도가 그 이상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의 주가도 2015년 6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영국의 주가는 2000년 이후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최근 주가는 오히려 1999년 말보다 낮은 수준이다(1999년 말을 100이라고 했을 때 영국과 일본의 주가는 2016년 1월 27일 현재 각각 86과 91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주가 하락은 일시적이기보다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언제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까. 그 시기는 중국이 기업과 은행 부실을 털어내는 구조조정을 하기 시작할 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정책 당국이 경기 침체를 인식하고 다시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시기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 시기가 이르면 올 하반기에도 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주식시장은 더 큰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에서 한국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1월 27일까지 코스피는 3.2% 하락(코스닥은 마이너스 1.0%)하는 데 그쳐 글로벌 주요 주가지수 중 하락률이 가장 낮은 쪽에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의 주가가 다른 나라의 주가가 오를 때 오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코스피 추이를 보면 2011년 4월 223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거의 5년이 다 돼 가고 있는데도 이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후 일정 범위 안에서 조정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말 한국의 주가는 2011년 말에 비해 5%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는 12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61% 상승했다. 또한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62%나 올라 한국의 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 주가는 상대국에 비해서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성장과 비교해 볼 때도 낮은 수준이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경상 GDP와 같은 추세를 따르면서 오른다. 2000년 이후 주가와 경상 GDP 간의 관계를 분석해 보면 2015년 4분기 현재 주가는 GDP를 12% 정도 과소평가하고 있다.
같은 방법으로 분석해 보면 일본 주가는 20% 과대평가돼 있다. 한국의 주가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올 들어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도 코스피는 소폭 하락한 데 그치고 있다.
문제는 다른 나라 주가가 하락하는데 한국 주가만 오를 수 없다는 데 있다. 한국의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 환경을 고려해 보면 올 한 해도 한국의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올해 주식시장은 울퉁불퉁한 길을 운전하는 것과 같이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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